지역에서는 이미 단골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분은 없다는 학댕이칼국수집을 처음 다녀왔습니다. 진천읍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려는 곳에 위치한 식당은 평소에 찾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방문하여 칼국수 맛을 보았습니다.

칼국수라는 서민음식답게 반찬도 단출한 김치와 단무지로 심심한 맛을 대신하려는 듯 보였으나, 처음 가서 주문했던 칼국수를 먹으면서 왜 사람들이 칼국수라는 음식에 빠질까라는 생각에 대한 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메뉴 최상단의 닭칼국수는 패스하고 두 번째 들깨칼국수와 멸치칼국수를 주문하였습니다. 적당한 가격으로 늦은 겨울을 잘 버티기에는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체험한 반면, 입소문을 따라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기엔 식당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든든한 배를 어루만지며 이동한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길상사입니다.

널찍한 입구의 주차장은 오늘따라 더 넓어 보입니다. 평일 점심에 누가 길상사를 찾으랴 싶지만, 한편으론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조용한 역사적 시설물을 돌아보기에는 오히려 다른 이들의 존재가 방해가 될까 싶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길상사에 대한 안내도와 역사적인 배경 설명을 친절히 해 놓은 안내문이 지자체의 재정능력을 보여주듯 깔끔하고 주변이 잘 정돈되어 보였습니다. 길상사를 찾을 땐 그 어느 때보다도 가을 은행나무길이 보여주는 절정의 풍경이 최고이지만, 오늘따라 한적한 입구 또한 그 화려한 계절의 뒷모습이 주는 고즈넉함 역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주는 잠깐의 휴식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전에 보지 못한, 아마도 발견 못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 안내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도(神道)에 대한 안내가 있었습니다. "이 길은 신도(神道)입니다. 방문객들께서는 양 옆길로 우회해서 관람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유신 장군님의 영정을 모신 곳이고 그래서 그 앞에 난 길이 신이 다니는 길이라는 것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묘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잘 관리된 잔디에 디딤돌로 길이 나 있어 용감하게 걸어보고도 싶었지만, 신이 다니는 길이라 하니. 나는 신이 아니므로.

길상사의 특징은 사당이 굉장히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사당 앞에 다다르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또한 거친 숨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계단을 올라 뒤를 돌아보면 산 정상에 오른 듯 진천 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길상사 사당 옆으로 하여 약간의 둘레길이 나오기는 하는데, 주변 나무들이나 숲이 우거져 있어 여름에는 산림욕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관람시간이 있고, 시간 내에는 관리동(사당 아래쪽)에서 길상사를 관리하시는 분이 있어 괜히 더 조심스럽게 관람도 하게 되고, 다른 관람객들도 그랬는지 더 주변이 잘 관리된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김유신 장군님의 위인전에서 느끼는 그분의 업적 외에도 역사적 유물과 건축물에서 느끼는 감성은 책에서 알려주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음엔 꼭 가을 은행나무가 노란색을 절정으로 은행 냄새를 몽실몽실 풍길 때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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