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고장 남원의 자부심 ‘안숙선 명창의 여정’

판소리의 고장 남원의 자부심 ‘안숙선 명창의 여정’

춘향제 방문 이후 남원 소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남원예촌에 들어서면 ‘안숙선 명창의 여정’ 전시관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요. ‘명창의 여정’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전시관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안숙선 명창의 여정’ 전시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심당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곳은 안숙선 명창이 걸어온 길은 물론, 그녀가 빚어낸 남원의 소리와 깊이 있는 예술 세계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남원이 고향인 안숙선 명창의 삶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서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팸플릿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안숙선 명창의 모습을 보니, 그녀가 얼마나 오랜 시간 국악과 함께 숨 쉬며 살아왔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숙선 명창의 여정’ 전시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자유롭게 전시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전시관은 국악을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국악 전문 복합문화시설이라는 설명이 정말 딱 들어맞을 정도였습니다. 전시관 곳곳에 생생하게 담긴 명창의 소리와 흔적들은 판소리야말로 오감으로 느끼는 문화임을 새삼 실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눈에 들어온 ‘홀로그램 존’에서는 안숙선 명창의 무대가 홀로그램으로 재현되는데요. 마치 명창이 눈앞에서 직접 소리를 하는 듯한 생생함에,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감상했습니다.

남원시는 지난 2016년부터 안숙선 명창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전시관 건립을 추진했고, 2020년 7월 무려 4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남원예촌 2지구 부지 위에 전시관과 전수체험관을 세웠다고 합니다.

남원 출신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이자 국립창극단 단장을 역임한 안숙선 명창이 고향에서 이렇게 크게 조명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부터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안숙선 명창은 주광덕, 강도근, 강순영 선생님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우고, 19살에 상경해 김소희 선생에게 「흥보가」와 「춘향가」를, 박봉술 선생에게 「적벽가」를, 정광수 선생에게 「수궁가」를, 성우향 선생에게 「강산제 심청가」를 배우며 국악인의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86년 판소리 완창 발표회를 시작으로, 춘향제 전국판소리명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는 설명을 보니,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이더군요.

특히, 전시관 한쪽에는 2022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까지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 인정서를 통해 안숙선 명창이 걸어온 길과 그녀의 예술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명창의 길’을 만나는 코너에는 안숙선 명창이 실제 무대에서 입었던 공연 의상, 사용했던 악기와 소품, 작품 대본과 사설집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의상 하나하나가 화려하면서도 단아했고, 은비녀, 합죽선 등 한복에 어울리는 소품들도 국악 특유의 고풍스러운 매력을 풍기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