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전
느티나무 그래 아래,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내곡리 느티나무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기 마련입니다.
나무 그늘에서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는 신선처럼 여유로운 곳이 고성에 많습니다.
이 중에서도 동해의 푸른 바다처럼 바다가 곁에 있는 고성 동해면 내곡리 느티나무는 우리를 또 다른 피서지입니다.
내곡에 들어서면 산자락 아래 아늑한 마을 풍경이 들어옵니다.
노란 해바라기가 그려진 마을의 정경이 아늑합니다.
벽화가 있는 마을에서 우리가 찾는 나무는 숨기려 해도 숨을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의 연륜처럼 높다란 나무는 저만치에서도 보입니다.
나무 아래에 이르자 조선 왕조와 함께한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의 넉넉한 그늘이 양산처럼 펼쳐져 불볕더위를 막아주고 있습니다.
햇볕이 내리쬐어 뜨거워진 정수리가 식어갑니다.
곁에 있는 정자에는 이 마을 주민 한 분이 귀가에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시청하며 여름을 비켜 가고 있습니다.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숨을 고른 덕분인지 눈이 부셔 올려다보지 못한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500년 된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약 500만 장이 넘는 나뭇잎이 열린다고 합니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이 조용조용 내려옵니다. 바다의 푸른 물결을 지나온 바람이 우리네 걱정을 실어 갑니다.
무거웠던 일상의 무게도 덜어갑니다. 마음에 평화를 얻습니다.
높이 35m, 가슴높이 둘레 620m, 밑동 둘레 710cm, 나무갓 너비 24m인 커다란 느티나무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면 커다란 양산이 되어 서늘한 그늘을 만들고, 비바람이 불면 커다란 우산으로 변합니다.
산림청 <이야기가 있는 보호수>를 펼치면 300여 년 전의 전설을 들려줍니다. 이 마을 김씨 집안에 7대 독자가 있었는데, 그 집 며느리로 들어온 박씨 여인이 나이 40이 되도록 아기를 낳지 못해 대가 끊긴다며 쫓겨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사찰 등에 불공도 열심히 올리고 100일 기도도 했지만, 효험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기 느티나무 밑에서 백일기도에 들어가자, 백일 되는 날 백발노인이 나타나서 정성이 대단하여 소원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졌는데 부인이 꿈에서 깨어나니 태기가 있어 나중에 옥동자를 낳았다고 합니다. 이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소원이 있으면 이 느티나무 밑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내곡리 500년 넘은 느티나무가 내민 손을 정답게 잡았습니다.
친근한 벗처럼 다가온 나무는 우리에게 크게 숨을 내쉬라 권합니다.
그러고는 찬찬히 나무 그늘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라 청합니다.
농익은 여름, 여기 동해면의 풍경은 고즈넉합니다.
능선 아래 펼쳐진 바다, 오가는 길가에서 잠시 벗어나면 마을 어귀에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예로부터 뙤약볕 아래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농민들의 안식처였습니다.
또한,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하는 광장이었습니다. 우리를 보듬어 주는 아낌없이 곁을 내어주는 나무입니다.
잎사귀가 끊임없는 바람 장단에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자연 에어컨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에게 쉬어가라 숨을 고를 여유를 줍니다. 이 무더운 여름, 지친 심신을 보듬고 다시금 여름에 맞설 용기를 줍니다.
찾아가는 길 : 고성 동해면 내곡리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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