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에서 백운산 옥룡사로 가는 길을

여러 번 지나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기와집과

여러 비석들.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광양 옥평사(光陽 玉坪祠)’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저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크고 작은 비석들과

단아한 기와집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대문은 잠겨 있었지만

그 앞에서부터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바로

광양시 옥룡면 운평리 하평마을에 위치한

사당, 옥평사입니다.

산남리 남정지석묘군 입구표지판이 보이고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큰바위에 옥평사가 적혀있습니다.

하평마을의 유래와 옥평사의 역사

하평마을은 약 1500년경

이천서씨(利川徐氏) 형제가 입촌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형제 중 동생이

지금의 하평에 정착하게 되면서

‘아랫평뜰’이라는 의미의

하평(下坪)이라는 지명이 붙게 되었고,

이는 산과 들, 물이 조화를 이루는

이 지역의 지리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옥평사는 1959년에 세워진

이천서씨 문중의 사우로,

고려와 조선시대에 활약한

이 집안의 여러 인물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배향된 인물로는

고려 문하시중(종1품, 국무총리급)이었던

원숙공 서눌(徐訥), 명신 기은 서희찬(徐希贊),

충신 문의공 서호(徐浩), 백운거사 서열(徐悅),

암연처사 서천일(徐千鎰) 등이 있습니다.

비석과 사당이 전하는 역사

옥평사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천서씨 원숙공 서눌의 신도비입니다.

거북이 받치고 있는 웅장한 비석이

옥평사를 배경으로 위용을 자랑합니다.

잘 가꾸어진 반송을 지나

담장 쪽으로 향하면

공적비와 열부기행비,

그리고 옥평사 중건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깊숙이 자리한

**암연정 유허비(巖淵亭 遺墟碑)**는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비석은 서천일(徐千鎰, 1483~?)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전체 높이 215cm의

당당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비문은 그의 후손인 서한주와 서한종이

찬하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비석 주변에는 효자비, 열부애장비 등

수많은 비석들이 나란히 서 있어

이 집안의 유서 깊은 전통과

미담을 전하고 있습니다.

비문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들을 읽으며

이곳이 단순한 사당이 아니라

광양의 역사가 응축된

소중한 장소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렵게 들어간 옥평사 내부

사당의 내부는

평소 잠겨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없지만,

수소문 끝에 관리인분의 도움으로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진무문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 단정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옥평사 본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갈한 기둥과 처마,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당의 위엄이 절로 느껴집니다.

옥평사는

이천서씨 오현(五賢)을 모시는 사당으로,

앞서 언급한 원숙공, 기은공, 문의공,

백운거사, 암연처사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암연정의 이야기

이곳에 모셔진 서천일은

조선 중종 때 군자감 주부(軍資監 主簿)로

임명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에 힘쓴 인물입니다.

그가 지은 암연정(巖淵亭)은

한때 광양읍 동천 계곡마을에 있었지만,

아쉽게도 고속도로 공사로

매몰되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암연정 유허비만이

옥평사 입구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의 증손인 서신구(徐藎龜)가 남긴 시에는

암연정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선비의 고결한 정신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비록 정자의 흔적은 없지만

암연정에 관한 몇수의 시구가 현존하고 있어

이곳을 드나들었던

선비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진귀의 ‘암연정’ 전문

암연정에 서서 바라보니 끝없는 감회

비 개니 장강(長江)은 한눈에 보이네

여울에 백로는 눈빛 띠어 사랑스럽고

청송은 언덕을 가득 채워 아름답구나

충천에 달 밝으니 호기는 가득하고

수면에 바람이니 소매 끝이 시원하네

달빛과 바람은 써도 써도 남아돌아

이 몸이 아득히 그림 속에 신선인 듯

광양의 숨은 역사문화 공간, 옥평사

한 집안에서 수많은 학자와

효자, 충신이 배출된 이 하평마을과

옥평사. 비록 조용히 숨겨져 있는 곳이지만,

이곳을 찾는다면

광양의 오랜 역사와 선비정신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옥평사는 단순한 문중 사우 그 이상으로,

광양이 효자와 충신의 고장이었음을

증명해 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조용한 하루, 백운산에 오르기 전 잠시 들러

옥평사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선현들의 숨결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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