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잠깐 내어주는 길, 장여가 있는 고성의 솔섬

바다와 꽃, 그리고 소나무가 어우러진 시간속으로 데려다줄 경남 고성군의 '솔섬'

도시의 소음과 일상의 반복에 지칠 때면, 우리는 자연을 찾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바다와 숲, 그리고 꽃이 어우러진 공간은 마음을 가장 빠르게 치유해줄 뿐만 아니라 가볍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에 위치한 '솔섬'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경남 고성군 하일면 자란만 끝자락, '솔섬'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되면 "소나무가 조금 많은 섬" 정도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국도 77번에서 해안을 따라 내려가다 자란만이 푸르게 꺾이는 지점에서 솔섬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자,

거대한 솔나무의 집합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엣 벗어나서 꽃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지만,

이름처럼 소나무가 가득한 이 작은 섬은 찾을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방문자를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솔섬은 엄밀히 말해 완전한 도서(島嶼)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때에 따라 '장여'라는 모래사주가 바다를 막아 길이 열리고, 물살이 차오르면 다시 섬으로 고립되기도 합니다.

장여를 합쳐 솔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신기루 같은 바닷길은 현지에선 "바닷물 달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차를 솔섬 인근에 세우고, 솔섬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들어가 이어지는 나무 데크길을 따라 4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섬 한바퀴를 돌아 볼 수 있는 아담한 섬입니다.

장여가 생기는 이유는, 자란만 안쪽은 파랑이 약하고, 조석차가 2m 남짓이라 해류 에너지가 낮습니다.

하일천.자란천이 운반한 화강암 기반 모래가 만곡 해안에 모여들며, 바깥쪽 조류가 이를 곡선형으로 끌어모읍니다.

결과적으로 솔섬 앞에 "S"자 모양으로 모래톱이 형성되고, 간조 때 모래 윗면이 해수면 위로 30~50cm 솟게 됩니다.

장여는 '모래를 실어 나르는 붓의 끝에 찍힌 짧은 획' 이라 볼 수 있습니다.

솔섬을 둘러 볼 수 있는 길, 갈랫길이 나와도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섬 크기와 함께 대부분 길들이 결국 한 곳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도 결국 솔섬 주변입니다.

솔섬의 대표 수종인 곰솔은 바닷바람에 견디기 위해 수분을 잔뜩 머그은 두터운 침엽을 달고 있습니다.

폭풍이 몰아치친 이후 찾아보면 해안가 가까운 곳의 솔 이파리마다 작은 소름 결정이 맺혀 반짝이는 소금나무 같은 느낌의 모습도 발견 할지 모릅니다.

솔섬을 오랜동안 보고 왔던 현지인들엑 솘머은 "소나무가 뿌리 달린 배를 타고왔다'라고 구전으로 전해집니다.

빠른 조류가 솔섬에 씨앗을 실어왔다는 정도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솔섬 앞바다는 좁은 수로 덕에 배가 서행해야 해서 수군이 '수중 기습' 연습지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다.

조석간만의 차가 큰 음력 보름.그믐에 가면 장여가 노출되는 시간이 평소보다 30~40분 더 길게 늘어납니다.

물길이 닫힌 뒤엔 솔섬 둘레의 숲길을 돌아보며 나오면 되고, 장여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할때 찾으면 '모세의 기적' 체험이 가능합니다.

솔섬을 둘러볼 수 있는 데크길은 걸음을 옮길때마다 살랑이는 바다와 함께 리듬을 맞춰 걸을 수 있었고, 소나무가 전해주는 짙은 솔향에 취해 기분 좋은 치유의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바다를 향한 벤치를 만났을때, 아름다운 장여 풍경을 독점이라도 하고 싶은 듯, 빠른 걸음으로 벤치를 독차지하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습니다. 데크길은 직선으로 뻗어만 있지 않습니다.

솔섬의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지마 '여행자는 직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묵시적 허락과 함께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솔섬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경남 고성은 굴 산업의 메카입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북쪽 끝, 자란만과 고성만은 반폐쇄성 내만이라 파랑이 잔잔해 굴 생산에 유리합니다. 남해안 바깥쪽 외해수가 주기적으로 유입되고 염도 30~32%, 겨울 수온 7~10도를 유지해 굴 성육에 이상적입니다.

그리고 인근 하천의 유입은 플랑크톤 먹이를 꾸준히 공급하는데도 한 몫합니다.

길 중반, 받가 갈라져 솔섬과 육지를 잇는 모래사주 '장여'가 시야 아래에 누워 있습니다.

물때가 맞으면 드러났다 사라지는 그 길은, 조류가 남기는 S자 곡선을 따라 눈길이 미끄러집니다.

그렇게 데크길은 때론 전망대가 되어 솔섬이 내어주는 풍경을 감상하게 됩니다.

솔섬을 둘러보고 잠시 쉬어가는 길, 주변의 조용함이 나의 마음 속 깊이 어지러웠던 생각들을 잠 재우고, 미루었던 결심, 돌아갈 일상 등을 정리해주는 마법을 부렸습니다.

난간에 손을 얹고 뒤돌아보니, 걸어왔던 길이 하나의 연필선처럼 이어져 추억으로 담겼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속도로 오가지만, 솔섬을 둘러보는 길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품어 줍니다.

국가 지점 번호는 산악.해안.농어촌 등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로명주소법.행정안전부 고시에 근거해 운용되고 있으며, 긴급구조 현장에 도움을 줍니다. 만에 하나, 도움이 필요할때 국가 지점 번호를 이용하면 됩니다.

경남 고성의 솔섬 인근은 조선 이전부터 호남과 경남 일대에 넓게 세거하며 여러 '문중 섬'을 소유.관리해 왔는데, 고성 자란만의 솔섬 역시 전주최씨학동화산공종중의 종중소유라고 알림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을 찾은 분들의 시선에는 사유지의 색채가 뚜렷하지 않지만 섬 중앙부의 숲길을 벗어나게 되면 사유지 침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솔섬이 있는 경남 고성군 하일면의 남단, 송천리는 이름 그대로 "소나무와 냇물"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저 솔섬을 보기 위해 스치듯 지나가는 마을이지만, 600년 세거의 문중사.지석묘.갯벌 농어업이 버무러진 삶을 영위하며 활발했던 곳입니다. 솔섬 데크에서 마을 쪽을 바라보면 소나무 숲 뒤로 집들이 보이고, 좌우로 길게 흐르는 하일천, 뒤로는 좌이산이 버티고 있어, 소나무.사람.물길 세 가지를 골고루 품은 마을입니다. 다음에 솔섬을 찾는 다면 송천리 마을도 느긋하게 둙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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