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여름꽃, 연꽃이 피었습니다! 2025 당진 합덕 연꽃축제 & 낙화놀이 체험 후기

장마철 틈을 타 반짝 맑았던 어느 여름날, 충남 당진 합덕제 일원에서 열리는 연꽃축제에 다녀왔어요.

​

​

연꽃은 정말 신기한 꽃이에요. 비가 오든 햇살이 뜨겁든, 늘 그 자리에 피어 있는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죠.

​

이번 축제는 후백제 시기의 관개유산인 합덕제에서 펼쳐졌는데, 연꽃의 청아한 분위기와 고대 수리시설의 역사적 깊이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무척 인상적인 공간이었어요.

​

​

제가 방문한 날은 축제의 둘째 날이었어요. 축제는 3일간 진행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둘째 날은 가장 풍성한 프로그램이 집중된 날이었어요.

​

연꽃을 배경으로 다양한 포토존과 연꽃을 형상화한 설치물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어요. 지역 농산물과 전통음식을 판매하는 먹거리 장터, 그리고 다문화 체험부스, 깡통 열차 체험 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구성이었고요.

​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바로 밤에 열리는 ‘낙화놀이’예요. 이 낙화놀이는 연꽃과 함께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불릴 만큼 많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은답니다.

​

​

그런데 그전에, 연꽃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연꽃은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루는 여름 대표 꽃이에요. 습지나 연못에 피기 때문에 흔히 더운 날씨에 시원한 풍경을 주는 존재로 알려져 있죠.

​

​

연꽃은 잎과 꽃이 동시에 피며, 잎 위로 톡 올라온 꽃봉오리가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하면 정말 멋진 풍경이 됩니다.

​

​

특히 합덕제에 피어 있는 연꽃은 물 위에 꽃이 떠 있는 느낌이라, 수면과 꽃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사진 찍기에도 아주 좋아요.

​

​

이날도 많은 사진작가분들이 연꽃을 따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고, 아이들은 군락으로 피어있는 연꽃을 신기해했어요. 꽃봉오리가 이제 막 열리고 있어서, 축제 이후 한동안은 더 활짝 핀 연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

해가 조금씩 저물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제자리로 모일 무렵. 드디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 낙화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착화식이 시작되었어요.

​

낙화놀이는 ‘불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다른 말로는 ‘떨어지는 꽃’이라는 뜻 그대로, 불이 활활 타오르며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리는 그 모습이 마치 연못 위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고 섬세해요.

​

​

시작 전, 관람객들은 낙화줄에 달릴 소원지를 직접 적어 걸 수 있었는데 저도 조심스럽게 제 소망 하나를 적어보았어요. ‘우리 가족 건강하게 무병장수’ 평소 글을 쓰는 걸 좋아하면서도 정작 소원은 이렇게 단출하게 적게 되더라고요.

​

​

소원지를 다 단 후, 사물놀이패의 힘찬 연주가 이어졌고 착화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장단이 고조되자 점화가 시작됐어요.

​

​

줄에 매달린 불덩이들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떨어지며, 마치 별똥별이 연꽃 사이를 스쳐 지나는 듯한 장면이 펼쳐졌어요. 불꽃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그 찰나의 순간, 사람들은 모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

불덩이가 꽃이 흩날리듯 내릴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어요. 불빛과 소원지, 그리고 연꽃과 물 위의 반사까지. 모두가 잠시 꿈을 꾸듯 그 풍경을 가슴에 담고 있었어요.

​

​

저도 낙화놀이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왜 이걸 ‘낙화’라고 부르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를 기억하고 또 찾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

불꽃이라는 게 이렇게 고요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니, 정말 경이롭고 예뻤어요. 눈으로 본 그 장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

​

연꽃이 주는 청아함, 그리고 그 밤을 환하게 밝혀준 낙화놀이의 화려함. 두 가지가 함께였기에 올해 여름, 당진에서의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

만약 여름 여행지를 고민 중이라면 내년 이맘때쯤 열릴 당진 연꽃축제를 눈여겨봐도 좋겠어요. 낮엔 연꽃 감상과 물놀이, 밤엔 불빛 아래 감동적인 낙화놀이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채워주는 여름 축제였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