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
충의의 숨결이 머무는 곳, 영천 귀천서원
경북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에 있는 귀천서원.
오랜 세월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듯한 공간으로,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충절의 기운이 서려 있는 공간입니다.
영천 귀천서원. 이름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을 울리는 울림이 느껴지는 곳으로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처럼, 이곳은 세속의 번잡함과는 다른 깊고 맑은 기운이 느껴지며,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로 가만히 불어오는 바람이 오래된 기왓장과
목재 틈 사이를 지나며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해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을 걷고 싶다는 생각에,
영천시 치산 관광지 인근에 있는 조용한 서원을 찾았습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귀천서원을 정확하게 알려 주어서 찾기가 쉬웠습니다.
서원 아래쪽까지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한대 정도 진입이 가능해 아래쪽에 주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오르막길을 따라 걸어가면 귀천서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정한 자태가 묵직한 기품을 전하는 듯했습니다.
입구에는 귀천서원에 대한 정보가 담긴 안내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귀천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대장이었던 백운재 권응수 장군(1546~1608)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입니다.
권응수 장군은 영천성을 전국 최초로 탈환한 의병대장으로
탁월한 지휘 능력과 전략으로 왜군에 맞서 싸웠습니다.
1604년(선조 37년)에는 선무공신 2등으로 책록되며,
화산군에 봉해졌고, 시호는 충의공이라 하여 후대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귀천서원에는 권응수 장군뿐만 아니라 그의 재종제이자
또 다른 의병장인 권응심 장군도 함께 배향되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의 나라 사랑 정신이 이 서원에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귀천서원은 전학후묘(앞에는 강당, 뒤에는 사당)의 전형적인 서원 배치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즉, 강학 공간인 강당이 앞쪽에 있고,
제향 공간인 사당인 경충사(景忠祠)는 뒤쪽에 자리합니다.
귀천서원을 둘러보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화재 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소화기입니다.
전통 목조 건물인 서원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작은 불씨 하나로도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이러한 기본적인 안전 장비가 꼭 필요합니다.
귀천서원에 비치된 소화기는
기름 화재나 전기 화재에도 사용할 수 있는 ABC형 분말소화기로,
일반적인 가연물은 물론, 기름류, 전기화재까지 제압할 수 있는 다목적 소화기입니다.
귀천서원을 둘러보다 보면 조금은 아쉬운 점도 느껴집니다.
서원의 담장이 많이 사라졌거나 관리가 미흡한 듯 보이는데,
이 담장이 원래 없었는지, 혹은 시간이 흐르며 허물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특히 동재와 서재, 현판, 외삼문 등의 전통적인 서원 구성 요소들이
지금은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컸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소박함 속에서, 더 진실 된 충절의 흔적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잘 가꿔진 기념비적 공간’이기보다는
시간과 세월을 함께 걸어온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천서원을 걷다 보면 누군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땅에서 나라를 위해 싸웠던 선비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서원 마당에 한참을 앉아있다 보면, 바람결에 실려 오는 나뭇잎 소리,
서서히 드러나는 오래된 목재의 향,
그리고 서원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이곳이 단지 옛 건물이 아니라,
충의의 영혼을 간직한 삶의 공간임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귀천서원은 영천의 치산 관광지 인근에 있어 자연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로도 참 좋습니다.
치산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고, 서원의 고즈넉한 풍경과 역사를 함께 담아보는 하루.
복잡한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과거의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위치:경북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
문의: 전화 054-337-9696
운영시간 연중 무휴
주차: 입구 한 대 정도 가능하나 아래쪽 도로변
이용을 권장
주변여행지: 치산관광지,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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