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포터즈] 침묵의 성지, 연풍에서 마주한 역사

[ 괴산여행 ]

괴산군 가볼만한 곳

침묵의 성지, 연풍에서 마주한 역사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은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든 은신처였습니다. 문경새재와 이화령을 넘어 목숨을 걸고 도달한 이곳은, 그들에게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였죠.

연풍성지는 정조 15년(1791) 신해박해 당시 이 지역으로 피신했던 추순오, 이윤일, 김병숙, 김말당, 김마루 등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조 원년(1801) 신유박해 때 순교한 장소로, 지금도 그들의 희생이 서려 있는 성지로 남아 있습니다. 성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반에 개방되어 있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안내표지판을 따라 순례 코스에 맞춰 동선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대성당과 소성당이었습니다. 연풍면은 103위 한국 천주교 성인 중 한 사람인 황석두 성인의 고향으로,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당 뒤로 펼쳐진 산자락이 마치 병풍처럼 성지를 감싸고 있는 풍경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야외중앙제대는 과거 순교가 이뤄졌던 실제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신앙을 버리지 않은 이들은 끌려와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그 기억을 기리며 순례객들이 묵상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대 근처에는 높이 8.5미터에 달하는 십자가상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 뒤편으로는 '십자가의 길'이 이어지며,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까지 걸었던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성지 깊숙한 곳에는 순례센터가 자리하고 있어 스탬프 투어 도장을 받을 수 있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성지를 한 바퀴 도는 길은 ‘8자형’ 순환코스로 되어 있어 다시 대성당 방향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그곳에서는 교수형에 사용된 형구돌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목에 밧줄을 걸고 맞은편 구멍에서 잡아당겨 처형했다고 전해집니다. 연풍성지에서는 현재 세 개의 형구돌이 발견되었으며, 이곳에는 세 번째로 확인된 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발견된 형구돌은 절두산순교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성지를 걷다 보면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을 마주하게 되는데, 산책 코스로도 매우 훌륭합니다. 연풍성지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면 두 번째 형구돌이 있는 장소에 도착합니다.

이 자리 옆에는 황석두 성인의 묘도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는 1813년 이곳 연풍 병방골에서 태어나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에 가던 중 천주교를 접한 후, 일생을 복음 전파와 선교사 지원에 바치다 1866년 병인박해 중 갈매못에서 순교했습니다.

또한, 성지 내에는 조선시대 향청 건물도 남아 있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향청은 수령의 행정을 보조하던 자치기구로, 연풍향청은 숙종 17년(1691)에 세워졌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헌병대로, 이후에는 경찰서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1963년부터는 천주교 연풍공소로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