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지난 영월 한 달 살기 시리즈, 가을 편에는 요조 작가님이 참여를 했다. <가끔은 얼굴은 묻고>는 여행 에세이로, 영월을 알리는 홍보물 중 하나다. 그 책에는 서울 사람인 요조 작가가 영월 산속에 위치한 펜션 사장님과 함께 지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 한 대목이 나에게도 참 와닿았다. 요조 작가는 ‘산속에서 산다는 건 지독스러운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세상과 단절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함께 지내보니 어쩜 자신보다도 더 많은 이웃과 친구가 있어서 끊임없이 산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펜션 사장님을 보고는 자신이 오해를 했다는 구절이 있다.

최근, 나 역시 서울에서 온 손님을 맞이했었다. 지인의 지인이라는 초면의 관계였지만, 업무 차 영월에 들른 분이 자차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내가 하루 가이드 역할을 자청한 셈이다. 손님은 오후 3시에 영월에 도착했는데, 우리는 짧게 인사만 나누고 바로 봉래산으로 향했다. 이미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해 두었다며 들뜬 표정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와, 나는 지금껏 영월에 살면서 한 번도 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익스트림을, 방금 막 영월에 처음 와보는 이 손님은 여행의 시작을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는구나 싶어 살짝 놀라긴 했다. 봉래산 정산에 올라서 읍내를 내려다보며 감상하는 여유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장비를 입고 후다닥 뛰어내리는 광경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다. 진짜 정상에 도착한 지 한 5분? 5분 만에 영월 하늘을 훨훨 날다니… 저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었나? 지척에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무서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 산을 다시 내려갔을 때, 이미 손님은 패러글라이딩 사무실에서 자신이 찍은 영상을 보며 웃고 있었다. 다음 행선지로 가는 동안, 영월의 첫인상이 ‘짜릿한 두근거림’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 어제는 영월에 내려와 지내는 분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영월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운 건 역시 산과 물이었다. 각자가 살고 있는 골짜기의 이름을 나누고, 장마와 폭설, 비포장도로, 택배나 배달 음식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아무리 낡고 허름한 시골집이라도 마당에는 SUV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다. (승용차는 못 가니까…) 특히 영월에 있는 계곡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역시나 현지인(?)들 답게 자신만의 명당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산에 산다는 일은 힘들고 불편한 일 투성이라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역시 아홉 개의 단점을 모두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장점이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2박 3일 짧게 여행을 온 사람도, 한달을 살고 간 사람도, 영월에 내려온 지 1년이 된 사람도, 그리고 영월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모두. 모두에게 좋은 기억만 가득한 영월이 되기를 바라며 2월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한다. (앗? 업로드는 3월 1일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3월의 첫날을 시작한다.’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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