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골미술관 고보연 초대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

8월 옥천골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한 전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8월 1일부터 28일까지 옥천골미술관에서는 고보연 작가의 초대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숭고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옥천골미술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전시 안내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8월, ‘기림의 날’이 있는 달에 열린 전시라 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붉은빛이 주조를 이루는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작가는 여성들이 입었던 붉은 옷을 수집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이 붉은색은 피와 희생, 그리고 여성들의 강인한 삶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작품 앞에 서니, 이번 전시는 설치미술이 아니라 ‘치유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땋아내린 원단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과 손길이 보는 이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전북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고보연 작가는 지금까지 개인전만 22회, 단체전 100여 회를 열었으며, 군산미술상과 교동미술상도 수상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만의 진중하서도 따뜻한 예술 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벽면에는 100점이 넘는 붉은 옷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지인들의 기증으로 모인 옷들로, 그 기록 과정마저 작품의 일부였습니다. ‘그녀들의 기록’이라는 이름처럼, 피해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로 승화된 것이었습니다.

‘너는 나를 감싸’라는 작품은 폐의류와 신문지, 접착제를 활용해 제작된 설치물입니다. 낡고 버려진 재료들이 서로를 감싸 안듯 이어져 있어, 타인의 아픔을 안아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원단 하나하나가 마치 머리카락을 땋아내듯 정성스레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세 가닥이 모여야 비로소 땋아지듯, 연대와 협력이 없이는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붉은 원단이 길게 늘어져 마치 망가진 드레스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전시 설명에는 자궁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표현했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여성의 몸과 생명, 고통과 희생이 중첩된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바닥에 놓은 작품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성적 대상이자 동시에 생명을 키우는 여성의 몸을 상징하는 가슴 형태의 설치작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앞에 서니, 여성성의 희생과 숭고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드로잉으로 이어진 작품들 속에는 머리카락을 땋은 듯한 선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더욱 강한 연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영상 작품 ‘불마저 삼키는 여인’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몰래 엿보는 듯한 영상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며, “그녀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괜찮다. 너로써 충분하다.”라고 이야기했는데요, 미술관을을 도는 내내 이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붉은 옷은 따뜻한 손, 눈, 입이 되어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존재로 재탄생했습니다. 옷을 입는 행위가 누군가를 보호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것이라는 점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위로하는 장치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는 매일 기도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위안부 피해자와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마음이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전시 공간을 걷다 보니 아픔을 치유하고 연대하는 힘이 예술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옥천골미술관의 이번 초대전은 8월 28일까지 이어집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여성성의 숭고함과 치유의 메시지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꼭 권해드리고 싶은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기억과 치유, 그리고 연대를 실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붉은 옷, 땋아진 원단, 그리고 드로잉과 영상 작품까지 모든 것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괜찮습니다.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고보연 작가가 전하는 이 숭고한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소망합니다.

고보연 초대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

순창 옥천골미술관

순창군 순창읍 남계로 81

8월 1일 ~ 8월 28일

{"title":"옥천골미술관 고보연 초대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source":"https://blog.naver.com/sunchang_story/223976757758","blogName":"순창군 공..","domainIdOrBlogId":"sunchang_story","nicknameOrBlogId":"순창군","logNo":223976757758,"smartEditorVersion":4,"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m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