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은 누군가의 삶의 한 가운데를 기억하는 여행입니다.

공정 여행가 임영신

공정여행은 네이버 지식백과에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현지인들에게도 유익을 주는 여행'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일반 여행, 관광과 구분 짓기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공정여행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임영신 공정 여행가는 공정여행을 소비가 아닌 소통의 과정이며, 누군가의 삶 한가운데를 기억하는 여행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소통'과 '기억' 그것을 경험한 것이 제대로 된 공정여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억'이라는 주제로 남해 가볼 만한 공정여행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남해대교는 경남 남해군과 하동군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현수교로 1973년에 개통되었습니다. 남해대교가 개통되기 그 이전만 해도 남해 섬은 육지와 단절돼 산업, 경제, 교통 면에서 고립되어 있었기에 남해대교의 준공은 남해 사람들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다리입니다.

남해대교가 개통되고 난 30년 후 2003년에는 창선도와 삼천포를 연결하는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됩니다. 이로써 남해도와 창선도는 육지와 완벽하게 연결되며 많은 발전을 하게 됩니다.

남해대교가 남해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다리였다면 남해각은 남해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상징적인 건물입니다. 남해각은 남해대교를 통해 남해섬을 오가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1975년 열렸습니다. 그 당시 나이트클럽, 양식당, 찻집, 여관이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운영되었다고 해요. 이곳에 나이트클럽이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곳은 남해에서는 가장 핫한 곳이라 남해 어느 곳보다도 번화가였겠지요.

44년의 시간이 흐르고 여관과 휴게소로서의 역할을 다한 남해각은 지금은 문화시설로 재생하여 남해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미래를 담은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남해각 1층 기억의 예술관에 가시면 남해대교와 함께한 사람들의 기억과 남해각의 옛 물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남해대교는 개통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남해대교를 건너고 약 10만의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개통식을 열었던 것을 보면 남해대교는 남해군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기대와 환희를 한몸에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붉은 남해대교를 걸어가는 게 행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니 그 앞에서 기념사진은 필수였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남해각'.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사진들은 남해각에 전시되며 그때를 기억하게 됩니다.

사진에는 짤막한 소개와 제보한 이름만 적혀져 있습니다. 분명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는 더 많은 추억이 있었을 텐데 한 줄로만 남겨진 사연이 아쉽기만 합니다. 사진 속 제보자분들은 40~50년 전 남해대교의 추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것이 저는 궁금해집니다.

여관으로 이용되었던 남해각에는 이용했던 사람들의 주소와 이름이 적힌 노트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부산, 경북, 충주, 전주, 강원도, 충남 등 각지에서 남해대교를 통해 남해각에 머문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이 노트에 담겨 있습니다. 1,000원~3,500원까지 다양한 금액이 적힌 것이 숙박 요금이었을까요? 지금이랑 비교하면 정말 상상도 되지 않는 가격입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외상'이라고 적힌 곳도 있습니다. 주소가 없이 '외상'이라고 적힌 분은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궁금해집니다.

남해각을 둘러보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거 같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귀하고 귀한 옛날 물건과 신문을 보며 그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남해각과 남해대교는 남해 군민들의 삶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기억할 수 있는 곳입니다. 남해를 '기억'하는 공정여행지를 찾으신다면 이곳은 꼭 둘러야 할 코스입니다.

남해를 '기억'하는 공정여행지 두 번째 가볼 만한 여행지는 문학의 섬 노도입니다. 남해대교보다 더 이전의 기억으로 돌아가면 남해군은 조선시대 유배의 성지였다고 합니다.

남해에 유배를 왔지만 아름다운 남해의 풍광에 매료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들이 많이 남겨졌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지은 서포 김만중입니다. 조선시대의 문신이자 소설가인 서포 김만중이 유배한 곳이 바로 남해군 상주면에 있는 섬 '노도'입니다.

노도 섬에는 김만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김만중 문학관'과 서포유허비가 있습니다. 노도 선착장에서 김만중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바다와 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휴대폰만 내려놓는다면 한적하게 머물다 오기에 좋은 힐링여행지입니다.

서포 김만중은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글로, 문학으로 승화시켜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문소설인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1689년부터 3년간 유배생활을 하던 중 5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노도 섬에서 바라본 남해는 참 가깝습니다. 이 가까운 거리를 서포 김만중은 마음대로 떠나질 못하였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을까요? 노도에서 피어난 김만중의 꿈은 이곳에서 마감을 했지만 문학의 섬 노도에 조성된 작가 창작실에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해를 '기억'하는 공정여행지 가볼 만한 곳 남해대교/남해각, 노도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노도 섬은 배 운항 시간이 있기에 시간표 잘 체크하셔서 당일치기 코스로 넉넉하게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해각 정기휴무일은 2024년 1월 1일부터 매주 화요일로 변경되었다는 점도 꼭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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