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솔향강릉:2023년 봄] 솔향인물-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강릉 출신으로 불교계 최고의 큰 인물로 우뚝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
본인이 가지고 있는 조건에 감사하며 살길 바랍니다. 상황을 억지로 바꾸려 욕심을 부리다 보면 그
果報(과보)로 괴로움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조건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살면 그것이 복이 돼 돌아와 스스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지난해 9월 28일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에 진우스님이 취임했다. 1994년 종단 개혁 사태로 총무원장선거가 도입된 이후 단일후보로 추대돼 종단 수장 자리에 오른 첫 총무원장이다.
이번 총무원장이 된 진우스님은 강릉 왕산에서 태어나 강릉 포교당과 성산면 보광리 보현사에서 출가와 행자 생활을 하며 강릉고등학교까지 마친 강릉 출신이다.
그동안 여러 직책을 맡으며 새로운 시도와 개혁으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온 진우스님은 종단 사상 처음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된 만큼 종단 안팎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많은 기대와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우스님은 총무원장이 되어 처음으로 맞은 2023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진심으로 소통하고 신심(信心)으로 포교하며 공심(公心)으로 불교중흥을 향해 가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진우스님을 지난 2월 3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종 총무원장 접견실에서 만났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는 강릉 출신으로 만해기념관 전보삼 관장이 함께했다.
12세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출가
스님은 1957년 유복한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3대 독자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5살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간 절에서 출가 사문의 길을 걷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961년쯤 될 겁니다, 한번은 할머니를 따라 정선 고한에 있는 정암사에 갔는데, 저를 본 당시 주지였던 동헌스님이 할머니에게 말하기를 ‘애가 빨리 죽겠다. 서둘러 절로 보내라. 그리고 20세까지는 절에 놔둬야 한다.’ 고 협박(?)을 했어요”
협박은 통했다. 동헌스님의 이 말 한마디로 절 생활이 시작된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마친 스님은 마침내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강릉 포교당에 맡겨져 중·고교를 다녔다. 학교 수업이 있는 주중이면 강릉 포교당으로,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성산면 보현사로 가서 수학했고, 가끔은 월정사도 갔다.
부엌일이라곤 해 본 적 없던 13세 소년은 고사리손으로 반찬을 만들고 지게로 땔감을 나르며 3년간의 고된 행자 생활이 시작됐다. 새벽 2시 30분 일어나 저녁 9시까지 앉을 시간이 없었다.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마루와 법당 청소. 빨래와 다듬이질을 하며 초발심자경문을 외우던 생활. 단 5분도 쉴 틈이 없어 처음 3개월은 매일 눈물을 쏟았다.
진우스님은 “20세가 되면 절 밖으로 나간다는 다짐과 희망으로 버티며 또 버텼다”라고 행자 생활을 회고했다.
도망치고,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까.
“내가 3대 독자거든요. 이런 귀한 손자를 절에 맡긴 할머니가 내 친할머니 아닌 줄 알았어. 도망칠 생각? 요즘 같으면 몰라. 그땐 생각도 못 했지. 당연히 이렇게 사는가 했지요. 당시는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았고… 또 당시 절에서는 기와도 올리고 흙을 빚어 벽을 쌓고 미장도 하고
방에 구들도 놓고, 아이고 별걸 다했어요”
20세 절을 떠나려던 다짐, 發心으로 변해
20세가 되면 절을 떠나겠다던 다짐이 발심(發心)으로 변해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집에서는 학교 졸업을 하고 나면 바로 장가 보내려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막상 내가 마음이 변해 절에서 안 나가겠다고 했지요”
절에서 안 나가기로 발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접한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였다. 이 책을 통해 스님은 “이제 진짜로 출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또 “스무살 무렵 접한 소천 스님의 ‘금강경 강의’, 황산덕의 ‘중론송’ 등 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佛書를 읽으며 발심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진우스님의 은사는 대강백 백운스님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능각 스님을 은사로 모시며 학교를 다녔다.
진우스님은 “어느 날인가 능각스님께서 백운스님을 모시고 오면서 ‘이제부터 너는 백운스님 상좌다’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상좌가 됐어요. 말이 곧 법이니까”
1972년 강릉 보현사에서 백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진우스님은 1978년 관응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고 1998년 통도사에서 청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受持)했다.
32살 때 강릉 떠나 전남 완도 신흥사 주지로
진우스님이 첫 주지 소임을 맡은 건 32살 때. 전라남도 완도 신흥사 주지였다.
강릉 주변에도 많은 사찰이 있는데, 어떻게 그 멀고도 먼 완도까지 가시게 되었습니까.
“귀양살이 가는 기분이었지요. 당시 월정사 주지 도명 스님께서 정선 정암사 주지로 가라고 해서 준비하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은사 스님이 완도 신흥사로 가라고 했어. 백운스님 본사가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사였고, 신흥사는 말사였어요. 은사의 말은 하늘같이 여기는 시절이라 어쩔 수 없이 가게 됐지요.”
1985년 완도 신흥사 주지로 첫 소임을 시작한 진우스님은 전통 사찰로 미미한 명맥을 이어오던 신흥사를 명맥을 갖춘 가람의 토대로 만드는 등 사찰 운영 경험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특히, 법당에 안치된 나무로 조성된 부처님을 전라남도 지정문화재로 만들어 지금의 신흥사가 국가 지원을 받아 많은 불사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완도 신흥사에서 13년 동안 주지 소임을 마친 진우스님은 광주 관음사 주지, 담양 용흥사 주지, 백양사 주지를 거쳐 2015년 조계종 재심호계위원으로 중앙에 진출한다. 이후 2017년 총무원 사서실장으로 임명된 후 호법부장, 기획실장, 총무원장 권한대행, 불교신문 사장, 교육원장 등의 주요 소임을 맡아 종무행정 각 분야의 경험을 쌓으며 제37대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종단 사상 처음으로 합의 추대방식으로 선출
“사부대중(四部大衆)이 함께한다면 불교는 달라진다.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하도록 하고 고칠 것은 고칠 것이며,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꿀 것입니다”
총무원장에 선출된 진우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확산하는 포교를 최고 과제로 삼겠다”라며 “교구본사 중심의 효율적인 종무행정을 제안하고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108배를 하면서 어떤 발원을 세운다기보다는 오히려 생각을 비우려고 합니다.
업무를 시작하신 지 5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업무에 적응은 되셨는지요.
총무원장 자리에 대한 책임감은 막중하게 느끼고 있지만, 그동안 중앙종무기관의 여러 소임을 두루 맡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큰 어려움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취임 초기 밝혔던 종단 운영에 대한 의지와 계획들이 이제는 총무원 조직 내에서 구체적인 종무로서 조직화·체계화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에서 새로운 경험과 성과를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매일 새벽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108배를 하면서 어떤 발원을 세운다기 보다는 오히려 생각을 비우려고 합니다. 탐욕을 줄이고 무심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저절로 결과가 좋아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단적으로 풀어내야 할 여러 현안과 종책 과제 역시 108배 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수행하려고 합니다.
종단 사상 처음으로 합의 추대방식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종도들께서 합의하여 저를 총무원장으로 추대해 주신 것은 아마도 불교의 위기라고 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각자의 욕심은 내려놓고 서로 힘을 합쳐 극복해나가자는 뜻을 보여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희망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교구본사를 비롯한 종단 주요 조직들과 소통하고 화합하여 맡은 소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입니까.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하는 종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총무원의 각 부서를 지휘 감독합니다. 승가 교육, 포교, 역경, 복지, 문화 분야 전반에 걸쳐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의 발전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고 종책 사업을 만들고 이끌어갑니다.
진우스님은 “총무원장은 감투가 아니라 봉사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자리로 늘 인식하고 더욱 앞장서고 헌신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어떤 신념과,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잘하는 것은 더 발전시키고, 고칠 것은 고치고, 바꿔야 하는 것은 과감히 변화시킨다면 위기는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전통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성보문화유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국민, 불자들과 가치를 나누고 소통하겠습니다. 1,700년 참선 수행의 역사를 자부심으로 삼고, 대중들과 가까운 곳에서 마음을 고요히 하여 평안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대중과 공유하겠습니다. 사회적 약자 보호는 물론, 기후변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의제에 대해서도 사회, 이웃 종교와 연대하는 책임감 있는 종교의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소통하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 신뢰받는 불교로 거듭나 세상의 든든한 벗이 되겠습니다.”
한국불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세속의 우려도 큰 것으로 들었습니다.
우리 민족 DNA에 내재 되어 있는 불교 정신을 복원한다면 불교의 중흥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불교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호국불교로서 민족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도 했고, 문화적인 풍요를 일궈내면서 민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습니다. 앞으로의 고민은 불교가 사회와 대중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대에 맞는 전법의 길을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명상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그동안 중요한 여러 직책을 거치며 새로운 시도와 개혁을 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2012년 백양사 주지로 선출돼 교구본사 안정화에 힘썼고, 2018년 전임 총무원장 불신임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종단을 추스르며 36대 총무원 집행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2019년 9월에는 제8대 교육원장에 선출돼 승가교육제도 개편에 착수했습니다. 출가자 감소가 시급한 만큼 대안 마련을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승가교육을 목표로 방대한 교과과정을 조정했으며, 보편적인 승가 교육을 기반으로 교육과정도 개편했습니다.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불교개론’을 편찬해 불교에 입문하는 출·재가 모두가 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진우스님은 “위기 속에는 늘 배움이 있었고, 어떤 어려움도 바른 견해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라고 했다.
종단 운영과 관련해 소통, 포교, 교구를 종단 운영 기조로 7대 중점분야를 선정하셨습니다.
수행, 교구, 포교, 교육, 승가 복지, 문화, 사회 7대 중점 분야는 사실 불교의 ‘전부’입니다. 한정된 자원의 분배를 위해 일의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순서의 차이를 둘 수는 있겠으나, 어느 한 분야라도 쇄신하지 않고, 챙기지 않으면 전체 균형은 쉽게 무너집니다. 소통과 변화를 굳건한 원칙으로 삼아 7대 중점분야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강릉시민에게 좋은 덕담 한말씀 해주십시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조건에 감사하며 살길 바랍니다. 상황을 억지로 바꾸려 욕심을 부리다 보면 그 과보로 괴로움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조건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살면 그것이 복이 돼 돌아와 스스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사실 불만을 없앤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럴 땐 기도, 참선, 보시 등 신행 생활을 열심히 해 마음을 다잡았으면 합니다. 그럼 번뇌에서 벗어나 피안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진우스님은 한마디 덧붙여 강릉을 축원했다.
“강릉은 제가 세속적으로 고향이기도 하지만 자부심을 가질 만한 도시입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위대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고, 지형적으로 봐도 아름다운 산과 바다, 호수가 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입니다. 특히 대관령이라는 산의 정기가 엄청난 기운을 뿜어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강릉에 사시는 분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진우스님의 고향 사랑은 이어졌다.
“강릉사람들이 여타 지역보다 더 화합하며, 유순한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느끼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정말 좋은 곳, 정토(淨土)에 버금가는 삶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꼭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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