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가을엔 미술작품 감상할까? 경기 광주 갤러리 아트리에 전시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서 가을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올여름은 폭염과 긴 장마 등으로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순환하는 계절의 섭리는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경기 광주시에 있는 갤러리 아트리에를 찾았습니다.
광주시는 영은미술관 등 미술관이 많은데요, 아트리에는 광주시 목동에 있습니다. 조선 시대 청백리로 유명한 고불 맹사성 묘가 있는 곳을 지나 차를 타고 비좁은 도로를 한참을 달려 갤러리 아트리에(ArtRIE)에 도착했습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트리에로 들어가니 직원이 나와 안내해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쾌적하고 넓은 두 개 층의 전시 공간이 있습니다. 1층과 2층에서 다양하고 유명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 개인 전시회로 남여주, 손우정, 최서원 등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저는 최서원 초대전 <보물섬>을 관람하러 왔습니다. 최서원 개인전은 2층에서 열리고 있었는데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전시 공간을 보니 천정에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내부에 가벽이 있어 그 벽에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요즘 카페에 이런 컨셉의 건물이 많죠.
사실 저는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미술작품을 보면 작가의 의도가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작가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죠. 관객 눈높이에서 보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좋은 작품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힐링 되는 느낌도 있죠.
가장 먼저 본 작품은 둥그런 원에 무언가를 잔뜩 그려 넣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는 것들입니다. 꽃, 부채, 우산, 컵, 의자, 기타, 자동차 등이 보입니다. 작가의 관점이 아니라 제 눈에서 보면 일상의 다양한 문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은 욕실, 오른쪽은 서재로 보입니다. 여름내 흘린 땀을 욕실에서 말끔하게 씻어내고 정갈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재 탁자에서는 책 두 권이 놓여 있습니다. 가을을 맞이해 나만의 서재에서 책 한 권 읽으라는 것인가요? 아트리에 홈페이지에서 보니 최서원 작가의 작품전 해석이 있습니다.
최서원 작가는 <보물섬> 제목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작가만의 놀이 공간인 슈필라움에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 결핍에 대한 고백과 꿈꾸던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슈필라움(Spielraum, 독일어)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만의 놀이 공간을 뜻하는 말입니다.
최서원 작가는 어린 시절, 인형 놀이를 통해 책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종이를 오려 책상과 의자, 침대를 만들어 배치해 보며 나만의 공간에 대한 꿈을 키워 왔습니다. 언니, 오빠들과 터울이 많았던 늦둥이였기에 나만의 공간을 갖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춘기 소녀 시절, 친구의 예쁜 방을 보고 돌아오면서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는 커졌고, 훗날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세계를 꼭 실현해 보리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작품 속 공간은 작가의 어릴 적 이상을 실현해 보기도 하고 어린 소녀의 동경과 감성을 기억해 내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슈필라움 속에 행복한 미래를 상상 속에 넣어 보는 건 온전한 휴식과 함께 치유의 공간이란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인류의 보편적인 바람을 담은 길상 문양을 화면에 장식함으로써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와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마음도 보탰습니다.
익숙한 풍경이 주는 안도와 공감은 현대적인 공간과의 조화를 고려하고 나의 슈필라움을 통해 온전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한다.
최서원 작가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민화 전공 졸업, 동덕여대 일반대학원 회화과 박사과정을 졸업했고 대한민국 회화 대전 초대작가입니다. <슈필라움> 박사졸업전, 창작 민화 중견작가 10人 초대전 등 개인전과 그룹전 경력이 많습니다.
최서원 작가의 전시회를 보면서 제 눈에 띄는 그림이 한 점 있었습니다. 경기 광주 하면 도자기로 유명하잖아요. 경기도자박물관 포스터와 다양한 문양이 그려진 도자기, 그리고 도자기에 문양을 칠하는 모습이 담긴 작품입니다.
아트리에의 원명은 불어로 atelier이며 미술, 조각, 공예 등의 작가들이 작업을 하는 화실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아트리에서 문학과 차를 나누며 카페와 같은 기능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갤러리 분위기가 카페 같았습니다.
갤러리 아트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은 구매 가능합니다. 그리고 전시회는 상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최서원 초대전 <보물섬>은 2023년 8월 17일부터 9월 5일까지인데요, 다른 전시회가 계속 열리니 언제든지 방문해도 좋습니다.
가을이 오면 릴케의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이하 중략)’라는 시구절이 생각나는데요, 책 읽기도 좋지만 갤러리를 방문해서 미술작품 구경하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광주시 목동에 있는 한적한 갤러리 아트리에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작품을 보며 힐링하면 어떨까요?
☞ 갤러리 아트리에(ARTRIE)
경기도 광주시 목동길 143
관람 시간 : 10시~18시
전시회 관람 및 주차 : 무료
문의 ☎ 031-472-22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