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화성시 소식지 '희망화성' 2024년 4월호

서랍을 정리하다가 여행 노트를 발견했다. 글보다 그림이 많았다.

그림을 배우고 여행을 떠나보겠다고 했던 터라 기록은 더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비록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알차고 행복한 기억이 빼곡한 여행 노트.

지난해 나 홀로 떠날 수 있었던 용기는 집에서 먼 자연을 그려보겠다는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다 보니 여행스케치를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글 · 사진_시민명예기자 임우진

일상 풍경을 재발견하게 하는 어반스케치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에 다니던 중 봉담도서관 자료실 앞에서 팸플릿을 봤다.

여행 특화 기간에 6주간 성인을 대상으로 어반스케치 수업을 진행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림에 취미가 있었던 터라 접수일을 기다려 예약했다.

첫 수업 날, 강의실엔 빈자리 없이 수강생으로 꽉 찼다.

저녁시간대라 회사에서 퇴근하고, 수업이 끝나고 오는 이들도 있었다.

어반스케치에 대한 설명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어반스케치를 직역하면 도시스케치를 의미하고, 여행지나 도시의 일상 속 풍경을 그리는 스케치 활동을 말한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펜과 색연필, 수채화 등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실제 대상을 직접 보고 빠르게 그리는 방식이다.

강사님이 직접 그린 그림과 어반스케쳐스 선언문을 보여주었다.

나누어 주는 재료 중에는 신기한 붓이 있었다.

휴대하기 편리하게 붓의 몸통에 물을 넣어 사용하는 물붓을 얼른 사용해 보고 싶었다.

어반스케치는 실내외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지만 연습을 위해 예시 사진을 나누어주었다.

빵과 커피를 촬영한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복잡했다.

빵의 형태와 결, 커피 컵 뚜껑의 높낮이 등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려야 했다.

수강생들이 그림을 어느 정도 다 그렸을 무렵 그림을 앞에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모두가 책상 위에 그림을 펼쳐 놓고 머뭇거렸다.

각자 다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강사님은 그림마다 특징과 잘된 점을 말해주었다.

대상의 표현에 따라 형태나 명암, 자연스러운 선의 표현,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까지도 칭찬했다.

더 잘 표현할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피드백을 받은대로 다시 그렸다. 처음 그린 그림보다 완성도에 차이가 났다.

같은 풍경 다른 느낌, 나만의 개성을 살린 그림 완성!

매주 숙제를 내주었다. 모두가 다 하지는 않았지만, 그려온 그림을 피드백을 받으며 감을 찾아갔다.

한 수강생이 어반스케치를 빨리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강사님은 매일 그리고 많이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 그림도 빠른 길은 없었다.

2주 후, 처음 사용한 물붓은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어색한 붓펜 사용을 배우고 색 조합, 원근감과 투시, 나무 그리기 등을 배웠다.

표현이 어려운 그림은 녹화해 집에서 연습하는 수강생에게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매번 수업이 끝날 때쯤에 그림을 모아 놓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마다 그림 스타일과 색의 농도가 달랐다.

똑같이 배웠는데도 갈수록 개성이 드러 나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 좋은 점을 칭찬 했다.

선언문 중 하나인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를 실천한 셈이다.

6주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마지막 시간이 됐다.

그간 익힌 솜씨로 그림 한 점을 완성해서 전시한다고 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나 그리고 싶은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다.

어떤 풍경을 그릴지 고민하던 나는 화성시 소식지 ‘내 삶을 바꾸는 희망화성(2023년 7월호)’ 표지가 눈에 띄었다.

하늘에서 본 제부도, 여름의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도전했는데 정말 어려웠다.

실제로 그림을 그려보니 돌을 표현하는 것은 난공불락이었다.

먼저 구도를 잘 잡아 그림을 시작해야 했는데, 마음이 앞서서 위치도 맞지 않았다.

색칠 역시 미숙해서 번지고 지저분해졌다.

사진 속의 물 색은 오묘하게 예쁜데 실제 물감으로 색을 만들어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그림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망쳤다고 생각한 부분이지만 물감을 잘 말려 다른 색으로 덮어 보기도 하고 강사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림을 끝냈다.

모든 수강생이 그린 그림을 모아서 보니 다양한 풍경과 색감이 모여 있었다.

6주간 열심히 출석한 보람이 있었다.

몇 주 후 도서관 열람실에 그림이 전시됐다.

책 대출하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더 반가웠는데 액자에 담긴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그려볼 걸 하는 후회와 뿌듯한 감정이 같이 올라왔다.

수업과 전시가 끝나고 노트와 펜을 챙겼다.

여행하며 기분 좋은 순간이나, 사진으로만 남기기에는 아쉬운 장소를 스케치했다.

하나를 오래 주의 깊게 살펴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카페에서 그린 그림은 커피의 향과 소음, 온도가 느껴지는 듯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진으로 찍은 풍경과 다르게 눈앞에 있는 사물과 풍경을 살피며 그린 그림은 대상에서 느끼는 나만의 감성이 있었다.

어반스케치의 매력에 빠져들며 배움의 재미를 더해가는 시간, 올해는 어떤 수업으로 이 기쁨을 느껴볼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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