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강릉플러스 8월] 저수지와 소나무숲 한 번에 즐긴다
우리동네 함께 걷고 싶은 길 공모전 선정 ➑ 장현 둘레길 저수지와 소나무숲 한 번에 즐긴다 |
강릉시가 지난해 가을 강릉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우리 동네 함께 걷고 싶은 길에 산책길 여덟 곳이 선정됐다. 〈강릉 플러스〉는 시민이 직접 발굴한, 강릉의 숨은 매력이 살아 숨 쉬는 산책로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글 이상수(명예기자) | 사진 손봉희(명예기자)
오른쪽? 왼쪽? 출발은 발길 내키는 대로! 장현저수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오른편에 정자가 보인다. 1946년 강릉최씨 종중에서 선조 추모와 문중 회합의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세운 송파정이다. 시선을 왼편으로 돌리면 물을 가두고 있는 시멘트 둑이 보인다. 둑 왼편에는 길게 이어진 나무 덱이 있다. 자, 이제 선택해야 한다. 오른쪽에서 시작할 것인가? 왼쪽에서 시작할 것인가?
오른쪽은 작은 산길, 왼쪽은 나무 덱 길… 두 가지 개성 장현저수지를 한 바퀴 빙 둘러보며 걸을 수 있는 장현 둘레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성을 가진 길이다. 송파정에서 시작하는 오른쪽 길은 작은 산길이다. 그래서 크게 등산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작게나마 산을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재미가 있다. 그리고 왼편 나무 덱으로 시작하는 길은 평탄하여 편안하게 여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들판을 걷는 느낌이다.
소나무 숲과 저수지 경치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오늘 나의 선택은 오른쪽 송파정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여름날이니 조금 가파르게 시작해서 후반부에 시원하게 땀을 식히면서 편안하게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송파정 앞 계단을 오르니 쭉 뻗은 소나무들이 보인다. 왼편으로 보이는 저수지의 경치도 훌륭하다. 맑은 날 햇살이 수면에 닿아 반짝일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소나무가 울창하여 그늘이 져서 해가 뜨거운 여름날 걷기 좋다. 하지만 연로하신 어르신이나 어린아이와 함께 있다면 잘 살펴야 한다. 바닥에는 흙 위로 삐져나온 나무의 뿌리와 울퉁불퉁한 작은 돌들이 있어 넘어지지 않도록 잘 보고 걸어야 한다. 그리고 난도가 높진 않지만 그래도 오르락내리락 경사가 있다. 몇 계단 되진 않지만 나름대로 가파른 계단도 있다. 그렇게 걷다 보니 하얀색 난간의 다리가 보인다.
저수지 가로지르는 다리가 생겨 걷기 편리 예전에는 띄엄띄엄 있는 민가들을 감싸고 있는 길을 따라 돌고 돌아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새로 생겨 꼬불꼬불 길을 걷지 않아도 되어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리의 폭이 좁아 다리 아래 진초록의 물이 가까이 잘 보여 살짝 무서울 수도 있다. 나는 나름 약간의 스릴을 즐기며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조금 경사진 길이 이어진다. 여름이라 풀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있다. 다리에 풀이 닿는 것이 염려된다면 긴바지를 챙겨입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잠시 길을 오르니 저수지를 끼고 있는 탁 트인 평지의 논밭과 집들이 나타난다. 이제 절반을 지났다.
성불사 마당에서 즐기는 배롱나무 오른편으로 성불사가 보인다. 너무나 반갑다. 출발하기 전에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한잔 마셔서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장현 둘레길에는 화장실이 없다. 성불사 스님에게 화장실을 물으니 감사하게도 웃으면서 알려준다. 그리고 툇마루의 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거기 앉으면 열린 대문 너머로 마당의 배롱나무가 보인다고 알려준다. 급한 근심을 해결한 후에 툇마루에 앉아 잠시 진분홍색의 꽃이 핀 배롱나무를 보며 ‘멍’을 즐기다 일어섰다.
강릉바우길 6코스 가운데 한 부분 몇 발짝 걸으니 강릉바우길 6코스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보인다. 장현 둘레길은 남항진 해변에서 시작해서 굴산사 가는 길인 강릉바우길 6코스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길이다. 바닥에는 푹신한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 편안하다. 사방이 넓게 탁 트여 시원하다. 초록빛 물오른 벼들이 바람에 움직이는 모습이 찰랑찰랑 물결치는 것 같다. 길옆에는 대파 줄기들이 우렁차다. 지천으로 널린 들꽃이 환하다. 나비와 잠자리가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벤치의 나무 틈 사이로 꽃과 풀들이 자라 마치 악보의 음표 같다. 바로 내 눈앞에 여름날 자연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절로 낭만 가득해진다. 감성 충만해진다. 그렇게 길은 이어진다.
저수지 한 바퀴 다 돌 수 있게 나무 덱 설치 큰비를 대비하여 미리 물을 뺀 저수지의 바닥 위로 덱이 놓여있다. 예전에는 걸을 수 없는 구간이었다. 너머에 물을 막고 있는 둑이 보였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없었다. 그래서 전에는 다시 돌아서야 했지만, 지금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나무 덱이 깔려 있어 저수지를 한 바퀴 다 돌 수 있게 되었다. 이어져 있지 않은 원이 드디어 연결된 것이다.
절반은 산길, 절반은 들판 길을 걷는 느낌 이제 장현 둘레길은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원이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장현 둘레길은 안 와 본 사람은 있겠지만 한 번만 와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현 둘레길은 한번 와 보면 다시 오게 될 것이다. 절반은 산길을 걷는 느낌으로, 또 다른 절반은 들판을 걷는 느낌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개성을 지닌 장현 둘레길은 매력이 넘친다.
강릉바우길 6코스 따라 학산으로 넘어가도 좋아 장현 둘레길에는 나무가 많아 그늘이 져서 해 좋은 날에 걸어도 좋지만, 보슬보슬 비가 오는 날에 걸어도 운치가 있어 좋다. 비 그친 직후에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 싱그러운 풀 냄새 가득한 순간을 걸어도 좋다. 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도, 겨울이 와도 좋다. 버스를 타고 오는 것도 좋다. 모산초등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차를 가지고 오면 반드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버스를 타고 왔다면 장현 둘레길을 걷다가 졸래졸래 여유 부리며 마을 길을 따라 여름날의 논밭 풍경을 구경해도 좋고 강릉바우길 6코스를 따라 학산으로 넘어가도 좋고, 힘이 넘친다면 모산봉을 올라가 보는 것도 좋으리라.
코스 구정면 문화마을 앞 농로 - 장현저수지 둘레길 - 구정면 문화마을 앞 농로로 되돌아옴
소요 시간 약 40분
응모자가 소개하는 산책길 특징 사람이 많은 경포호수의 번잡함 대신 조용히 사색하면서 걷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한적한 농로를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특히 저수지 둘레를 따라 깔린 야자수 매트와 나무 덱만 따라가면 초행자도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찾기 쉬운 길입니다. 중간에 나무 덱이 저수지 위를 지나가는데 덱 폭이 넓어서 지나다니기도 편하고 저수지 바로 위에서 보는 풍광이 너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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