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대 숲 선정 소호마을에 핀 꽃벽화 그린 주민화가를 찾아라!

"자고 일어나면 벽에 꽃 그림이 있고 또 다른 꽃이 피고 마을이 꽃밭으로 변했어요. 누가 그렸을까? 궁금해서 새벽에 나와 보니.."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참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이 마을에 어느날 등장한 벽화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빛이 바랜 담벼락에 채워진 꽃그림은 마을을 환하게 비춥니다. 덩달아 마음도 꽃을 닮아갑니다. 포토존 역할도 톡톡히 합니다.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콘크리트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거리의 화가는 누구일까?' 수소문했습니다.

"소호는 겨울이 길고 관내 마을보다 기온이 낮습니다. 긴 겨울나기에 도움이 될까하고 소호 명품숲을 꽃그림으로 표현한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중하기에 좋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붓을 들었습니다."

지난 20년 간 세계 20개국을 돌며 벽화봉사를 한 김미라 씨는 해외봉사 경험을 본인이 사는 마을에 쏟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화풍이 예사롭지 않은 솜씨에 인근 마을까지 소문이 나 예약이 줄을 잇습니다. 벽화비용이 얼마냐구요? 무료봉사, 재능기부랍니다. 여느 농촌이 그러하듯 어르신이 다수인 소호마을 주민들은 직접 농사 지은 채소로 화답한답니다. 김 화가는 그 선물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합니다.

직접 기른 채소를 들고 감사함을 전하러 온 어르신. 김 화가는 자신의 재능기부에 마을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답니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댁은 화사함의 농도가 짙습니다.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처럼 담장의 그림을 보고 기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학에서 생활미술을 전공한 김 씨는 16년 간 미술학원을 경영했으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현대백화점 홈 스타일리스트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울산에서 서울로 미술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교육열이 강했던 어머니 덕분에 제가 원했던 길을 간 것 같습니다. 천경자 화가의 화려한 컬러,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주는 강렬함을 좋아합니다."

소호마을 골목골목이 벽화옷을 입자 주민들도 나섰습니다. 밑그림 작업에 동참합니다. 평생 농업에 매진했던 시골 어르신들에게 그림은 이색적인 경험이라 신기해합니다. 화가와 주민이 함께하는 '벽화 공동작업 프로젝트'도 좋을 듯합니다.

"벽화 좋기는 한데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래서 보기싫다"는 혹자의 우려에 "코팅 도료 바니쉬로 마무리하면 오래 갑니다. 해외에 그린 벽화는 15년이 되어도 그대로라고 사진을 찍어 보내줍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세계 20개국 해외봉사 20년을 이해하고 배려해 준 든든한 지원군 남편 안은상 씨와 함께한 김미라 화가

해외봉사에 돌입하면 보통 2주에서 한 달여 체류하게 됩니다. 자비로 떠나는 아내를 이해하고 힘을 실어준 든든한 지원군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을 벽화 그리기에 눈을 뜬 것은 자연이 좋아 소호로 이사한 남편 안은상 씨의 "해외봉사 경험을 국내에도 풀어보는 게 어떻겠냐?"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상북면 후리마을에도 최근 벽화가 완성되어 눈길을 끕니다. 후리마을은 예부터 언양현의 발상지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독립투사가 많이 배출되었습니다.일제강점기엔 면 소재지이기도 했구요. 이런 마을의 특성을 살려 연중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무궁화, 태극기 등이 등장한 벽화의 컨셉도 조화를 이루지요. 이런 벽화를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애국심이 생긴다는 주민도 계십니다.

거리의 화가 김미라 씨의 재능기부가 한적한 시골마을에 온기를 줍니다. 예술의 힘을 실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