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영월에 살아요_8월을 보내며
8월을 보내며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아무리 처서가 지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8월인데 이렇게 한 순간 추워질 일이란 말인가! 요즘 영월은 해가 떨어지면 서늘을 넘어 으슬한 추위가 온다. 낮에도 비가 내리는 중이라면 긴 겉옷을 하나쯤 걸쳐줘야 하는 날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8월인데… 지난 주말엔 늦은 휴가를 떠나온 지인들을 맞이했다. 한 여름을 모두 버티고 이제야 시간을 내어 짧은 여름휴가를 영월에서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시골에서 홀로 적적한 나와 놀아주기 위해 먼 길을 애써 찾아온 목적도 있었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지인들은 영월에 도착하자마자 무더운 여름 한 철, 물놀이 한번 해보지 못했다며 계곡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영월은 또 동네에 널리고 널린 게 계곡이다 보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고, 나는 그들을 데리고 연하계곡을 찾아갔다. 연하계곡이 좋은 점은 한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극성수기 때에는 주차를 할 자리와 돗자리를 펼 자리가 없다는 건 다른 계곡과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계곡을 가로막는 캠핑장이 주변에 없어서 다른 계곡보다 한적하다는 점은 현지인들이 연하계곡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여름에 꽤나 쏟아진 장마 덕분에 계곡에는 맑은 물이 넘치고 있었다. 이미 8월도 다 지나는 시기라 우리 말고 다른 피서객도 없었다. 우리만 있는 조용한 산속 계곡. 게다가 연하폭포 특유의 소박하게 아름다운 풍경은 서울에서 온 지인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고, 우리는 신이 나서 계곡을 오르내리며 어디에 돗자리를 펼 것인지 궁리했다. 이미 예전에 누군가가 다져 놓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바지를 걷어 올려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아! 너무 차가웠다. 잠깐이었지만 발이 너무 시렸다. 그래도 아직 8월인데 이렇게 계곡물이 차가울 일인가! 발만 담갔는데도 나는 머리끝이 찡한 고통을 느끼며 발을 뺐지만, 자연에 목이 말랐던 지인들은 용감하게도 계곡물에 온몸을 담그며 소리를 질렀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찾아온 계곡. 돗자리만 하나 챙겨 온 우리는 한참 물놀이를 하다가 그제야 음료나 간단한 간식이라도 준비해 올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어떻게 이렇게 맨몸으로 계곡을 찾아와서는 물놀이를 하고 있을까. 내가 안내를 하다 보니 현지인이 노는 방식대로 그들을 데려왔던 것이다. 잠깐 산책을 나가듯, 음료도 간식도 없이 젖은 몸을 닦을 수건 한 장과 돗자리 하나만 챙겨서 계곡으로 놀러 가는 현지인 스타일. 그렇게 연하계곡에서의 짧은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송어회를 하나 주문했다. 당연히 영월에 왔으면 송어회를 먹어야 한다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그들은 도시의 피로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나는 시골의 적적함에 대해 응수를 했다. 결론은 시골에서 모두가 함께 모여 한 마을을 이루고 지내는 게 가장 좋지 않겠느냐로 끝맺음이 되었고, 그게 가까운 미래가 아닌 먼 미래에 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조금 슬퍼졌다.
다음날 지인들을 배웅하며 내가 그들을 조금 소홀하게 대한 건 아닌가에 대해 생각했다. 벌써 영월을 찾은 횟수가 두 자리가 넘는 지인들에게는 더 이상 관광 명소도 포토존도 감흥이 없었다. 이미 예전에 부지런히 데리고 다니며 소개를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저 이렇게 시골에서 사는 것처럼 하루 이틀을 보내고,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다시 먹으며 잘 쉬었다 올라가는 게 휴식이 된 셈이다.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내 머리를 흔들어 소홀했다는 생각을 떨쳐냈다. 그러고는 내가 앞으로도 부지런히 일을 해서 지금 이 자리를 오래오래 지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언제든 다시 내려올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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