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륵산이 품고 있는 익산 심곡사
겨울에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은 사찰
춥다고 웅크리고 집에만 있었더니 답답한 마음에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가 지인이 가을에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다던 익산 심곡사가 떠올랐습니다. 가을도 지나고 스산한 겨울 풍경이겠지만, 가볍게 바람 쐬고 오기 좋은 고즈넉한 사찰인 것 같다는 생각으로 떠나보았습니다.
심곡사 가는 길에 만난
무인 찻집 구달나와 떡목 공연장
심곡사는 전라북도 익산시 낭산면 장암길 113번으로 찾아가면 되는데요. 가는 길을 공사하고 있어서 빙 돌아갔지만, 마을을 가로질러 가다 보니 마을의 집들이 왠지 정겹습니다.
사찰의 초입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심곡사 무인 찻집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구달나(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입니다. 이름대로 무심히 가는 나그네가 잠시 들러 자유롭게 차 한잔하고 갈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 다음 방문 때는 꼭 들러봐야겠어요.
구달나를 지나면 바로 맞은편에 떡목 공연장이 있습니다. 근대의 5대 명창으로 알려진 정정렬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공연장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떡목공연장이란 이름이 흥미로웠는데요. 판소리에서 고음부의 음역이 좋지 않아 자유로운 소리 표현이 잘 안되고, 소리가 심하게 거친 목을 ‘떡목’이라고 하는데 소리꾼으로 대성하기에는 아주 치명적인 조건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악조건을 오랜 공력으로 다듬어 내면 거칠면서도 힘이 있고 소리의 극적인 면을 살려낼 수 있는데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시켜 준 대표적인 명창이 정정렬 선생님이었다고 해요.
미륵산의 심곡사, 부여 만수산의 무량사, 공주 계룡산의 갑사 등지를 돌아다니며 죽을 것 같은 육신의 고통을 견디며 소리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전 생애를 걸쳐 득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해요. 오랜 수련을 통해 일류 명창, 국창의 칭호를 받은 정정렬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익산 미륵산 심곡사
더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사찰의 범종각이 객을 맞이해 줍니다.
심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였다고 합니다. 본래는 지금의 위치에서 산 위쪽으로 200m쯤 올라간 곳에 있었으나 100년 전에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합니다.
신라 문성왕 때 무염이 창건했다고 하는데 연혁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19세기 초반에 허주가 중건하였고 1983년에 삼성각을 고쳐지었으며 1984년에 요사를 새로 지었습니다. 1985년부터 2년간 대웅전을 해체 중수했다고 합니다.
심곡사를 방문한 날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범종각과 대웅전 사이의 마당이 파헤쳐 져 있었습니다.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목적은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왕 방문한 사찰이니 전체적으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범종각 뒤의 미륵불상은 1997년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조성된 불상이라고 합니다. 동향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삼성각, 왼쪽에 명부전이 있으며 뒤편에 요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웅전은 1819년에 중창한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웅전 안의 목조 삼존불 좌상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52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요. 불상 뒤의 탱화도 눈여겨볼 만한데요. 아미타후불탱화와 영산회상도는 1892년에 계창과 약효·능효가 그린 것이랍니다.
1890년에 세운 명부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에 지장보살과 무독귀왕, 도명존자 등 지장 삼존상을 모셔두고 있습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칠층 석탑이 있습니다. 단층 기단 위에 세운 것으로 기단부는 원형이 보존된 것이나 석탑부는 후대에 새로 만들어 얹은 것이라고 합니다. 2001년에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기단부에 정교한 연화문이 조각되어 있는데요. 2012년에 석탑을 해체하여 수리하는 과정에서 불감 안에서 불상 7구, 불감 앞쪽에서 아미타여래와 대세지보살상이 발견되고 뒤쪽에서 여래 2구, 관음보살, 지장보살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불상의 장식 등에서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원대 및 명대의 티베트 불교 양식이 유입되면서 유행한 소형의 금동 불상들과 궤를 함께한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전래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해요. 현재는 국립 전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륵산 등산로의 16나한상과 약사불
미륵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16나한상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숲속에 조성되어 있으니 색달라 보였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약사불이 있습니다.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춥지 않도록 쉼터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약사불에게 공양하면 현세에 무병장수한다고 해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민중에게 널리 퍼졌던 신앙이 약사신앙이었다고 합니다.
사찰로 내려오는 길에 수면 위 애기 단풍잎과 낙엽들이 찬란했을 가을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빨간 가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빨간 산수유 열매가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겨울에 호젓하게 떠나고 싶을 때 익산의 작은 사찰, 미륵산이 품고 있는 심곡사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방문했을 때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것 같아서 더 정돈된 심곡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사진=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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