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도시, 이천에는 다양한 공예 분야의 장인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전통 짜맞춤 기법으로 가구를 만드는 전통 목공예가 김기한 님의 한짜임 공방을 방문했는데요. 우리나라 전통기법의 매력과 함께 젊은 목공예가의 아이디어와 솜씨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조용하게 나무 만지는 걸 좋아하는 목수입니다.

김기한 님의 수수한 자기 소개입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나무를 다루는 목수이지만, 솜씨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목수는 궁궐, 사찰, 주택 등의 건축을 담당하는 대목장과 건축물의 창호나 장롱, 가구, 기구 등을 만드는 소목장으로 구분합니다. 그중 김기한 님은 소목장 분야에서 전통 기법을 연마해왔는데요.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엄태조 소목장 명인에게 사사를 받은 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이자, 소목장과 옻칠 두 분야의 문화재 수리기능자 자격도 갖췄습니다. 얼마 전에는 창덕궁 낙선재 창호를 복원하는 문화재 수리작업에 참여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전통 목공예 기법을 제대로 전수받은 김기한 님의 작품은 모두 짜맞춤입니다. 짜맞춤 가구가 무엇인가 하면...

우리 전통 목공예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 기법으로 만듭니다. 짜맞춤으로 만들면 목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나무가 지닌 특유의 결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만큼 목수는 조금의 어긋남이나 틈이 없도록 정교하고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죠.

출처 : 한짜임목공방 블로그

위 사진은 손깍지를 단단히 끼운 모양의 연귀주먹장짜임입니다. 튀어나온 돌기와 들어간 아구에 미세한 각도가 보이시나요? 이 모든 게 틈없이 딱 맞아 떨어져야합니다. 잘 짜맞춘 가구는 장마철의 급격한 습도 변화는 물론 외부 압력에도 쉽게 틀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아 내구성도 좋습니다. 나무끼리 자연스럽게 겹치는 부분은 그대로 또 멋진 디자인이 됩니다.

사실 김기한 님이 전통기법을 전수받은 이유는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야 해서'라는 거창함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미학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전통 소목장에 쓰이는 짜맞춤 기법은 누구나 인정할 만큼 뛰어난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최고의 가구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요. 실제로 완성된 작품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사용한 이 멋진 기술, 놓칠 수가 없었겠다 싶습니다.

그럼 그렇게 만든 작품을 같이 둘러볼까요?

공방 2층에는 김기한 님의 작품이 전시된 쇼룸이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장과 가구, 테이블과 의자, 벤치가 다소곳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종류와 형태는 저마다 달라도 모든 작품에서 단아하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것이, 김기한 작가의 미니멀한 멋이 일관되게 느껴집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창 아래 단아하게 자리잡은 장문갑입니다. 물푸레나무와 먹감나무의 결을 살려 만든 이 장문갑은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으며 만든 것이라 더 의미가 있는데요. 독특하게도 중간중간 서랍장이 비어 있습니다.

서랍을 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쓰는 이가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발휘하도록 그렇게 만들었다네요. 서랍마다 나무의 결이 다르게 하고, 서랍 양쪽에 손잡이를 달아 앞쪽과 뒤쪽을 바꿔 여닫도록 재미까지 준 작품입니다. 여백의 공간에 결이 다른 서랍까지... 요즘 디지털 신호로 색을 바꾸는 가전제품이 인기라는데, 이렇게 하면 목공예로도 충분히 그런 변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멋드러진 이 흔들의자(락킹체어)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샘 말루프의 대표적인 디자인을 재현한 것입니다. 딱 봐도 제작 난이도가 보통을 넘을 것 같죠? 이 의자는 전통 짜임방법을 사용하는데다 사용자가 안락함을 느끼면서도 반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해서 수학과 건축의 이해까지 있어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데요.

제작공정이 까다로워 공장에서 대량 생산은커녕 모방품조차 만들 수 없는 가구라 목공예 좀 한다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로 불린답니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도 색다른 디자인에 도전함으로써 짜맞춤 가구의 품목을 넓혀보려는 김기한 님의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쇼룸에서 내려오면 공방 안팎으로 크고 작은 목재가 가득합니다. 월넛, 화이트 오크와 같은 수입목부터 참죽나무, 오동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와 귀한 소나무 육송까지... 목재는 김기한 님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데요. 김기한 님은 목재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매력적인 목재를 고르는데 제작만큼이나 많은 정성을 쏟는다고 합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좋은 나무가 나왔다고 하면 달려가서 가져오고, 최소 3년에서 5년가량의 시간을 기다려 건조작업을 마칩니다. 정말 하나의 가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손이 가고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목재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김기한 님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출처 : 한짜임목공방 블로그

이렇게 자연 속 나무가 우리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구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숱한 손길이 필요한데요. 다행히 점점 많은 이들이 이 고단한(?) 목공의 즐거움을 배우러 온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지만 직장인부터 주부, 자녀에게 물려줄 가구를 만들러오시는 70대 어르신까지, 자기만의 견고하고 수려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한짜임공방을 찾는다고 합니다.

전통기법은 장인, 명인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으시면 좋겠어요. 목공예는 꾸준히 정확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집에 가져다두고 싶은 가구들을 보고난 후, 김기한 님의 말까지 들으니 나도 한 번, 목공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건 저 뿐만은 아니겠죠?

한짜임목공방

수업, 구매 문의 : 010-517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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