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군에서 제공받은 사진입니다.

SNOWMAN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겨울이다. 물론 추위는 벌써 지난달부터 찾아왔지만, 역시 겨울 하면 눈! 눈이 내려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야 진짜 겨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영월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나서야 진짜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가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담긴 글은 이전에도 꽤 썼었는데, 그래서인지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굵은 함박눈이 더 반갑다. 지난겨울, 내가 기억하기로는 영월에는 눈이 딱 두 번만 내렸었다. 얼마나 눈이 귀해졌는지, 그 횟수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다. 가을부터 봄까지 지속되는 가뭄이 심각하다고 하니, 한 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은 과연 축복이라고 표현할 법도 하다.

가끔 TV에서 옛 시골 풍경을 자료 화면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새삼 내가 ‘옛날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 수 있다. TV에서는 눈이 쌓인 둑에서 비료 포대에 볏짚을 채워 넣고 썰매를 타는 풍경이 나올 때가 있는데, 나는 이걸 직접 타봤다. 도시가 고향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저렇게 비료 포대로 타는 썰매가 엄청 옛날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초등학생 시절, 가만 떠올려보면 중학생 때에도 타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영월군에서 제공받은 사진입니다.

외가댁은 영월 읍내에 있었지만, 친가는 영월 읍내에서도 차로 30분은 들어가야 하는 북면에 위치해 있었다. 겨울 방학이나 설 명절이 되어서 친척 형제들이 내려와 함께 어울려 지낼 때면 당연한 수순으로 우리는 꽁꽁 언 하천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주변에 산과 강과 논과 밭 밖에 없는 동네다 보니, 하천이 얼면 그 위에서 썰매를 타거나 눈이 쌓이면 밭둑 위로 올라가 썰매를 타는 일 말고는 겨울에 즐길 거리가 없었던 거다. 요즘처럼 플라스틱으로 나오는 썰매도 없었거니와, 주변에 널린 게 볏짚과 비료 포대라서 굳이 만들어진 썰매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썰매를 타고 놀다 꽁꽁 언 손과 발로 집으로 돌아가면 동상에 걸린다며 어른들께 한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는 겨울이 되면 항상 온 산에 들에 세상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는데, 요즘엔 겨울에 눈이 쌓인 봉래산도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도 예전에는 한번 눈이 내리면 저 멀리 영월을 둘러싸고 있는 산 꼭대기에는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설국의 느낌을 주고는 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엔 내렸던 눈도 금방 녹아 사라지니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눈 오는 날에는 하얀 설국의 영월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 익숙하고 흔하던 풍경이 조금씩 애달프고 귀해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눈! 부디 이번 겨울에는 눈이 자주 펑펑 내려서 가뭄을 걱정하는 농부의 마음도, 화이트 겨울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도,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월군에서 제공받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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