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김종신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6월입니다. 올해의 절반도 휘리릭 지나가려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간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고구려, 신라, 백제와 달리 덜 알려진 가야를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지 합천박물관이 그러합니다.

합천읍을 에둘러 감싸고 흘러가는 황강을 따라 낙동강을 만나러 가다. 쌍책면에서 멈췄습니다. 면 소재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야 시대 대표 유물이기도 한 환두대도 조형물과 각종 벽화가 시간여행을 떠날 우리를 맞이합니다. 합천박물관에 차를 세우자 싱그러운 꽃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그대라서 행복합니다’라고 꽃들과 함께 반겨주니 더욱 가볍게 꽃밭을 걷습니다.

꽃길을 지났지만, 곧장 박물관으로 향하지 못하고 언덕 쪽으로 걸음을 찬찬히 옮겼습니다. 가야 고분군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기 때문입니다. 구릉지로 올라가는 길은 초록 터널을 지나고 싱그러운 숲의 기운을 담아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한달음에 언덕 위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가는 길에 <다라국의 뜰>에서 숨을 고릅니다. 햇살이 뜨거워집니다. 바람이 오는 우리를 시원하게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덕분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덥지만은 않습니다. 4세기 여기 지배층의 무덤들이 언덕 위에 영원의 안식처를 이루고 있습니다. 왕들의 안식처를 거닐며 일상 속 긴장의 끈을 스르륵 놓습니다. 평화로운 풍경을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공원처럼 편안한 휴식을 주는 역사 공간 고분군을 둘러보며 이 무덤 속 주인공과 함께 묻혔던 유물들이 궁금해 내려올 때는 성큼성큼 내려와서 박물관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박물관에 발을 들이자, 어린이 체험실이 한쪽에서 보입니다. 각종 그 당시 유물과 의상을 입고 만질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전시실로 들어서려고 하면 고깔 형상의 전시 공간에서 전시물과 영상이 어우러져 우리에게 시간 속으로 안내합니다. 여기 사람들의 대외교류가 영상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나선형의 바깥을 따라 들어가면 물살을 거슬러 고향을 찾아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황강의 역사로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섭니다. 아울러 합천의 역사가 한국사와 중국사, 세계사와 함께 연표와 함께 우리를 이끕니다. 그러다 잠시 하얀 돌을 닮은 듯한 의자에 앉아 영상으로 되뇌듯 지나온 유물들을 만납니다. AR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진열장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찍어 체험을 시작하면 그만입니다.

구석기 시대, 큰 운석이 오늘날의 합천 초계면의 지형을 이룬 이야기부터 시작해 봉계리 유적지와 청동기 시대, 민무늬 토기와 고인돌이 솜에 물이 스며들 듯 우리를 시간 속으로 즐겁게 빨려들게 합니다. 청동기 시대를 지나자, 철기시대와 여기에서 발굴한 유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가야 시대 사람들이 사람들을 떠나보낼 때 어찌 기억하고 추모했는지 유물 속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로비를 따라 올라가자 다시금 환두대도를 만납니다. 비록 복도 한쪽에 길게 드리운 봉황문양 고리자루 큰칼(鳳凰文環頭大刀) 걸개그림이지만 마치 우리가 환두대도를 허리에 찬 기분입니다. 올라가는 경사로를 따라 궁금증을 자아내는 퀴즈가 있습니다. “옥전고분군 M3호분에서 M은 무엇을 뜻하는 글자일까요?” 비록 전시물은 묻고 답하지만, 그 덕분에 올라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경사로를 지나면 합천역사관이 나옵니다. 고분군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만납니다. 합천역사관에 들어서면 합천의 이야기가 즐겁게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부터 시작해 신라와 백제의 치열했던 싸움터였던 대야성 전투 등이 우리에게 합천 속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더구나 합천 삼가면에서 태어난 조선 시대 선비인 남명 조식 선생을 여기서 뵙습니다. 선생은 배운 바를 실천하고자 허리에 방울을 차고 칼을 품었습니다. 그의 가르침을 제자들은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의병장으로 곽재우, 정인홍, 김면 등이 있습니다.

합천역사관을 나와 다시금 전시실로 가면 세계유산 옥전고분군의 속살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봉황과 용이 나는 그림 사이로 전시실에 들어서자, 옥천고분군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우리를 이끕니다. 고분군의 잠든 왕을 만납니다.

여기 박물관은 이들을 다라국의 왕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일본서기>에만 나오는 ‘다라’라는 정치체를 거부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최근 새 단장을 마친 국립김해박물관 상설 전시실에 일부 논란이 있었던 “임나” 용어를 모두 지웠듯 강단 사학자들의 주장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강력한 힘으로 무장한 이들 정치 세력이 누군지를 밝히는 연구가 지속되리라 믿습니다. 아울러 옥전고분군 M3호분을 재현한 전시 공간에 서면 순식간에 수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합니다.

더구나 지중해 연안에서 제작된 유리그릇 <로만 글라스>를 만나면 시공간을 넘나들며 두 곳의 교류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지게 합니다.

전시실 복도를 내려가면 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숨을 고르며 시간여행에 벅찬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여기 이곳은 천천히 혹은 잠시 멈추어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신비로운 유물 너머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지는 시간 여행지 합천박물관에는 빨리빨리 재촉하는 일상에 번잡함에 지친 우리를 기다립니다.

합천박물관

주소 : 경남 합천군 쌍책면 황강옥전로 1558

⏰️관람 시간 : 09:00 – 18:00(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관람료 : 무료

📞 문의 전화 : 055-930-4882

📍주차장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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