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 별미

냉면과 콩국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고 하지만 변화의 흐름에도 묵묵히 영업을 이어 가는 곳이 있다. 오랜 세월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단골손님을 불러들이는 식당은 특별한 소품 없어도 편안하다. 강릉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시원한 여름 별미의 맛집 두 곳을 찾았다. <제일함흥냉면>과 <송정추어탕칼국수=콩국수>집이다.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온 인생 이야기와 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맛있는 냉면과 콩국수를 만들어 내는 비결도 들어 보았다. 글 최현숙 명예기자 | 사진 진재민 명예기자

<제일함흥냉면>

“우리 냉면 맛이 최고!”

골목과 세월이 만든 냉면집

제일함흥냉면은 강릉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택시부 광장이라고 부르는 성남동 롯데시네마 건물 뒤에 있다. 지금은 골프연습장으로 변한 옛 동명극장 앞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의 식당이다. 개발의 속도에서 비켜난 골목에는 햇볕에 색이 바래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제일함흥냉면’간판이 있어 정겹다. 간판은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는 도구인데 어딘가 삐뚤어진 글씨체와 투박한 느낌의 감성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듯하다. 식당 문을 열면 오래된 연탄난로와 낡은 타일이 바닥에 깔린 부엌이 보인다. 마치 추억의 옛 시간 속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50년째 냉면 장사

50년째 냉면 장사를 해 온 이청자(80세) 씨와 그의 아들 김대중(54세) 씨가 ‘제일’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놓은 것은 “우리 냉면 맛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냉면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청자 씨가 30대 중반일 때 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속초에서 성업 중인 함흥냉면 집 조카를 모셔 와 1년간 열심히 기술을 배운 후 혼자 꾸려갔다. 주문진에서 아들 교육을 위해 강릉으로 이사한 후에도 장사를 계속했고 돈도 벌었다. 하지만 갑자기 남편이 건강이 나빠져 1년 6개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자, 빚만 400만 원이나 남았다. 장사가 잘되면 집주인이 식당을 비워 달라고 하고, 애써 모은 곗돈과 빌려준 돈을 떼이기도 하고, 수술도 여러 번 해야 했다. 그래도 어머니를 돕겠다고 15년 전 내려온 아들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

메뉴는 회냉면·물냉면·수육

인기 높은 회냉면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회냉면은 명태보다 3배 비싼 가오리만 사용한다. 비린 맛도 없고 오돌뼈 씹는 식감이 있어 깔끔하다. 가오리를 막걸리에 담가 하룻밤 발효시켜 갖은 양념을 한 후 두 번의 숙성을 거쳐 깊은 맛을 낸다. 냉면 반죽은 감자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는데 익반죽한 면을 뽑아 뜨거운 물에 넣었다 건져 재 반죽하면 면발는 단단하고 탱탱해진다. 씻을 때 면발을 찬물에 넣어 미끌미끌함이 사라질 때까지 여러 번 씻어 질긴 맛을 더한다.

육수는 사골·잡뼈·간장·양파·엄나무·사과·생강 등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든다. 고명으로 올린 회무침은 맵지도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이다. 11월~2월까지 겨울에는 냉면 대신 12가지 재료를 넣어 직접 반죽해 빚은 만둣국을 판다. 수육은 최소 2시간 전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다. 자신이 만든 것은 영양식이고 보약이라는 자부심이 높다.

주인 이정자 씨는 “가장 큰 보람은 손님들이 먹고 갈 때 맛있다! 최고다! 산뜻한 김치 맛도 으뜸! 이라며 엄지척을 해 주고 나갈 때”라며 “어려운 점은 장소가 협소해 많은 손님을 받지 못하니 내 집을 마련해 넉넉한 공간에 손님들을 편안하게 맞고 싶은 바람”이라고 했다.

주소: 강릉시 중앙3길 3(성남동)

전화 033)642-7411

<송정추어탕칼국수집>

세월이 느껴지는 자연의 맛

대표메뉴 ‘추어탕칼국수’와 콩국수

포남동 동인병원 아래쪽에는 크고 작은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아파트 상가 1충에 세월이 연륜이 묻어나는 빨간 간판을 달고 있는 <송정추어탕칼국수>.

작은 식당이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할 것이라는 느낌이다. 내부는 넓지 않지만 익숙하면서 푸근한 느낌이다. 벽에 걸어 놓은 메뉴판 옆으로 ‘해처럼 달처럼, 산처럼 물처럼’이란 글귀가 순리대로 살아가라는 자연이 주는 가르침 같아 마음에 담아 두었다.

8살에 미나리무침을 무쳐냈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만드는 음식

28년째 음식 장사를 해 온 최영남(68세) 씨는 결혼 전에는 밭에 김을 매거나 김치를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8살 때 외갓집에 갔다가 밭일 나간 식구들을 위해 혼자 조물조물 미나리무침을 무쳐서 모두 놀라게 했다니 음식에 관한 재능은 타고난 것은 아닐까. 이제 그 아이는 자라서 손님 입맛에 맞는 세월이 느껴지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고 있다.

맛으로 승부, 신선한 재료 사용

최영남 씨는 “음식의 맛은 신선한 재료에서부터 시작”이라며 “찾아오는 모든 고객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해 대접하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라고 했다.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폐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식은 밥조차 상에 올리지 않는다.

대표메뉴는 ‘추어탕칼국수’와 여름에만 파는 ‘콩국수’이다. 추어탕칼국수는 추어탕에 수제비를 넣어 먹는 사람은 칼국수를 넣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착안해 만들었다. 처음에는 낚시는 좋아하는 남편이 직접 잡아 온 물고기를 썼지만, 이제는 비싸도 전문적으로 잡는 사람에게서 구입하고 있다.

진득한 콩물과 쫄깃한 면발의 콩국수

여름에는 콩국수를 시작한다. 콩은 예민해서 생콩도 쉬기 쉽다. 푹 삶으면 메주 냄새 나고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 만족스러운 콩물 맛을 얻기 위해 7~8말 정도의 콩을 버리는 시행착오 끝에 적당한 콩 불림과 삶는 시간을 알아냈다. 아침에 콩을 삶을 때는 절대 불 옆을 떠나지 않고 심지어 가게 문을 닫는다.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콩을 갈아 사용하고 얼음도 원하는 사람에게만 넣어준다.

토양에 따라 콩 맛이 달라지는데 대체로 추운 지방의 콩이 더 고소하다. 반찬으로는 양배추김치가 나온다. 필수 섬유질이 많아, 밀가루 음식과 궁합도 잘 맞고 맛도 좋아 손님들에게 인기다.

잊을 수 없는 단골손님들과 인연

어느 해 겨울, 폭설이 쏟아져 도로가 마비되어 통행이 어려웠던 날. 최영남 씨는 장사를 못해도 눈은 치워야 하겠기에 식당 문을 열었다. 그때 제가 끓인 추어탕을 먹고 싶다는 임신한 딸을 위해 친정아버지가 찾아왔을 때 마음이 뭉클했다고 한다. 또 강릉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6명의 단골손님이 임기를 마치고 가면서 “그동안 집밥처럼 맛있는 밥 잘 먹었다”라며 “몸이 아프면 꼭 연락하라고 당부하며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라고 한다.

최영남 씨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맛있다며 다시 찾아오면 그 이상 뭘 더 바라겠습니까.”라며 “손님들이 건네는 ‘보약 같은 음식 잘 먹었다’라는 칭찬과 격려의 말에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주소: 강릉시 강릉대로457번길 31 삼호아파트 상가 1층,

전화:033)651-2878, 영업시간:11:30-19:00, 정기휴일: 매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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