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고성리 1경

정안저수지 둘레길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21-1


며칠에 걸쳐 오락가락하며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해가 반짝하고 나왔습니다. 실내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잠깐이라도 바깥바람을 쐬고 싶은 간절함으로 찾은 곳이 공주 정안면 고성리입니다.

고성리는 무성산 줄기 갈미봉 산자락에 자리한 분지형 마을로 동쪽에 정안저수지(고성저수지)가 위치해 있습니다. 고성리에는 '고성8경(정안저수지, 화랑터 모종 정자, 고성리 마을회관, 도장골 체험관, 임성복 갤러리, 박수광 조각공원, 무성산 임도 트레킹, 무성산 갈미봉 등산로)'이 있는데, 제1경이 정안저수지 둘레길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나선 바깥나들이에서 만난 정안저수지(고성저수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표지석

정안면 고성리(高聖里)는 도자기와 질그릇을 굽는 가마가 많아서 질울(질그릇 굽는 마을)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지명이 많은 곳입니다. 즘골(질그릇 굽는 즘이 있던 골짜기), 도성골(도자기 굽는 골짜기), 텃골(가마터가 있던 골짜기), 도독골(도자기와 독을 굽는 골짜기), 도장골(도자기 굽는 장인이 살던 골짜기) 등이 있습니다.

▲ 고성리 입구에서 바라본 정안저수지

고성리는 정안면 안에서도 농경지가 적은 산간마을이어서 마을 주민들의 생활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담배 농사는 마을 주민의 주수입원이었기에 이른 봄부터 겨울까지 밤낮 없이 이어지는 고된 일이었지만, 주민의 90%가 담배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 고성2길의 곧은 마을길

▲ 고성2길을 관통하는 개울

그런데 1975년 고성리의 비옥한 농토 28ha를 수몰하고 정안저수지(고성저수지)가 축조됩니다. 생활 기반을 잃고 마을을 떠나 도시나 이웃 동네로 이주해야 했다고 합니다. 또한 저수지 축조로 개천을 따라 곧게 나 있던 길 대신 구불구불한 저수지 둘레길로 돌아서 다녀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버스가 다니지 않고 걸어 다니는 게 일상이던 주민들은 비교적 곧은 길로 다닐 수 있는 음지쪽으로 도로를 개설해 줄 것을 관계기관에 건의했으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관청의 감시망을 뚫고 서울로 올라가 시위를 벌였고, 결국 저수지 양쪽에 모두 도로를 개설할 수 있게 되어 오늘날까지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 정안1교

▲ 정안1교에서 바라본 정안저수지

정안저수지가 만들어지기까지 마을에 닥친 고난의 역사를 알고 난 뒤 2013년 준공한 정안1교 위에서 무등산에서 시작해서 마을을 구비구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한동안 상념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 고성2길 정안저수지 둘레길 1

▲ 고성2길 정안저수지 둘레길 2

정안저수지가 축조된 지 이제 곧 50년이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저수지는 지금은 봄이면 벚꽃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유역 면적 676ha에 달하는 정안저수지 둘레길을 전부 돌아볼 수는 없어서 고성리 주민들이 서울까지 올라가서 시위까지 해서 지켜냈다는 고성2길쪽 곧은 길을 슬슬 걸어봤습니다. 긴 비에 토사가 쌓이기도 하고, 날벌레가 달려들기도 했지만, 벚꽃 피는 봄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수려한 경관을 보여줄 것 같았습니다.

▲ 고성낚시터 빨랫줄 풍경

▲ 고성낚시터 안내문

정안저수지는 준계곡형 저수지로, 노령산맥으로부터 맑은 물이 유입되어 깨끗한 수질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 청정저수지는 경관이 수려하고 토종 붕어 자원이 풍부해서 오래전부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고성낚시터를 지나다 안내문을 일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수질 오염을 유발하는 미끼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더라고요. 또한 공주시는 자연공간화 조성을 위해 수생 식물 식재 시범 단지로 지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저수지를 이용하는 분들은 깨끗한 수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여 주셔야 할 듯합니다.

▲ 고성낚시터 좌대가 있는 풍경 1

▲ 고성낚시터 좌대가 있는 풍경 2

비가 그쳐서 낚싯대 메고 나온 분들이 있으실 듯도 한데 입장 시간이 꽤 남아서였는지 좌대 근처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하며 좌대가 있는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 파격적인 장면이 많았던 영화 한 편이 떠오르는가 하면, 커피 한 잔의 여유와 꼬들 라면이 곁들여진 낭만이 머무는 시간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 고성1길 정안저수지 둘레길 1

▲ 고성1길 정안저수지 둘레길 2

고성2길쪽에서 보니 멀리 데크가 있는 둘레길과 카페가 자리한 곳 인근 풍경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를 타고 움직였다면 절대 볼 수 없는 정안저수지 곳곳을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즐긴 시간이었습니다.

고성8경 중 제1경인 정안저수지 둘레길 둑방에는 할미꽃을 가득 심어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오고, 벚꽃 피는 시즌에는 은근 명소로 알려져 찾는 이가 많습니다. 비가 그치고 제 모습을 찾을 정안저수지 역시 여름 감성을 선사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문득 무심하게 나들잇길에 오르게 될 때 천혜의 자원이 숨 쉬는 정안저수지를 떠올려 주세요.

정안저수지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21-1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엥선생 깡언니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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