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시간 전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관람 후기
장미축제가 열리고 있던 울산대공원은 온통 만연체였습니다.
정열의 빨간 장미부터, 우정을 상징하는 노란 장미, 사랑의 상징 분홍 장미까지 알록달록한 장미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17회째를 맞은 5일간의 화려한 축제를 성공리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장미축제 마지막 날 관람 후기를 포스팅합니다.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1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 축제였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개최 예정인 ‘2028 국제 정원박람회’와 연계한 첫해로 울산만의 정원문화를 담은 이번 대회는 국제적 수준의 정원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며 울산만의 독특한 색채를 담아냈습니다.
특히 수세가 약해진 오래된 장미를 향기가 풍부한 신품종으로 대거 교체했습니다.
입체적 경관 조성을 위한 교목형 장미를 추가해 다른 해에 비해 더 풍성한 축제가 되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300만 송이 장미가 테마 정원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5월 장미의 계절을 수놓은 도심 속 장미 정원에서 관람객들의 여유와 낭만, 오감을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다양한 문화 행사와 체험 행사를 통해 단순한 장미꽃의 전시를 넘어서 종합 문화축제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
부대행사로 어린이 장미원, 다양한 전시·체험 부스, 푸드트럭, 생태여행관 등이 마련했습니다.
SK 광장에 설치된 '어린이 장미원'은 가족 단위 쉼터로 구성되었으며, 인기 캐릭터 '티니핑'과 함께하는 팬미팅과 포토존 행사가 열려 어린이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붐비는 인파를 헤집고 축제가 무르익고 있는 화원으로 들어섰습니다.
5만 6174㎡ 면적에서 265품종의 꽃들이 저마다 화려하게 술렁거렸습니다.
노랗고 빨갛고 흰 색깔 꽃들이 나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나는 붐비는 인파로 인해 복잡한 화원 속을 누비며 만화방창 꽃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눈 부신 햇살이 꽃에 비출 때마다 꽃은 더 유장하게 보였습니다.
녹아웃, 듀프트웰케, 리바클루터, 마리안텔이 명찰을 달고 제 이름을 불러 달라고 꽃잎을 흔들고 나를 유혹합니다.
저마다 이름표를 단 장미꽃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호사를 누리게 합니다.
바람이 팔랑팔랑 꽃잎을 흔들면 나는 서둘러 삿된 마음을 그 앞에 내려놓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단장된 꽃들을 골라 망중한을 즐깁니다.
수줍은 듯한 벤자민 브리튼의 미색을 놓치지 않으려 쪼그려 앉았다 허리를 굽혔다 몸을 움직입니다.
그때마다 꽃들이 불편을 덜어주려 키를 낮추어 줍니다.
아이스버그가 꽃송이를 덜렁덜렁 매달고 있고, 와라베우타가 귀걸이를 흔들고 있는 꽃밭에서 나는 꽃이 전하는 휘황찬란한 모습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느새 꽃은 내 마음의 텃밭에 아름다운 문양을 새겨집니다.
꽃의 모습은 화려하지만 현학적입니다.
형이상학적이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고 단순해 무량한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꽃의 잎은 변화무쌍합니다.
울산대공원 장미는 어려운 외래어 이름만큼이나 배색 하나는 그 어떤 색보다 곱고 정겹습니다.
꽃은 어느 채색도 비교하지 못할 만큼 독창적입니다.
장미꽃의 농담(濃淡)이 아름다운 잉글랜드 로즈는 흰색과 빨강의 어우러짐이 참으로 다정하고, 자르 딘 프랑스는 화려한 핑크색으로 프랑스의 정원이란 이름에 맞게 자신을 돋보이게 합니다.
장미꽃을 지탱하고 있는 줄기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꽃받침과 꽃잎의 황금비율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극한 아름다움입니다.
이렇게나마 장미를 가까이 두고서야 삿된 세파의 시달림을 위로받는 것이 퍽 다행입니다.
유려한 장미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어느새 악이 사라져 버렸는지 마음이 온순해집니다.
꽃을 보면 마음이 선해지고 청명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파에 찌든 압박을 정화시키는 장미꽃이 좋습니다.
꽃들은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서 그런지 꿋꿋하고 흠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명예에 거리를 두고 시드는 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런 꽃을 바라보는 나는 그렇지 못하는 이기주의자입니다.
뭔가를 더 가지려 하고, 손에 들어온 것은,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입장만 고집하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한낱 꽃만도 못한 존재인 나란 존재입니다.
그렇게 볼 때 장미꽃은 나를 가르치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하여간 장미축제에 오면 우선은 마음이 호강을 누립니다.
험한 인생의 고개를 넘어오느라 받은 상처와 아픔들을 꽃들이 치유하기 때문입니다.
환희의 꽃들을 보면서 내 삶도 언젠가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강한 희망을 품게 되는 것도 큰 수확입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장미처럼 나는 내 인생을 위해 과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가?
내가 자신에게 타이르고 반성하는 곳도 바로 이곳 울산대공원 장미원이었습니다.
광막하게 펼쳐지는 장미원은 과히 장미꽃의 심연입니다.
그저 그 화원에서 오래 머물러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장미꽃들과 정서를 교류하다 보면 장미꽃 속으로 내 마음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느새 장미와 한 몸이 되어 나도 아름다운 장미꽃이 됩니다.
꽃말이 사랑과 정열인 장미꽃의 둥지 장미원은 중앙 분수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꾸려서 장미꽃 모양의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세모꼴 화단에 십자가 통로로 만들어 지순한 사랑을 표현한 정원도 있고, 미와 사랑, 믿음과 신뢰와 지혜를 표현한 정원도 있습니다.
무릇 장미에도 가시가 있는지 그 가시에 찔릴까 조바심이 납니다.
가시를 감추고 있다 쳐도 벌과 나비, 햇살과 바람, 관람객까지 대거 찾아들게 하는 장미꽃이야말로 최고의 화원이 아닐까요?
꽃들이 반짝이고 지나가는 관람객들이 콧노래를 부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 저 촌철살인의 아름다운 묘미 때문에 나는 이곳 장미원을 매년 찾아오는 것입니다.
싱그럽고 향기로운 장미꽃들의 낙원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장미꽃마다 제 몸 안의 향기를 내뿜어 혼신으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나는 그 향기에 흠뻑 반해 호강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럼 내 인생은 무슨 꽃으로 기록할까요?
울산대공원 장미원 관람을 마치고 장미원을 걸어 나오는, 오늘은 내가 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년 5월 이맘때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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