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영월에 살아요_미워할 수 없는, 고향의 향
미워할 수 없는, 고향의 향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이맘때가 되면 역시 온 마을에 퍼지는 향이 있다. 후… 좋게 말하자면 구수한 고향의 향, 나쁘게 말하자면 으악 똥냄새!라고 할 수 있는 퇴비 냄새다. 바야흐로 퇴비냄새가 온 마을에 퍼지는 시기가 되었다. 바꿔 말해, 이제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봄이 되었다는 말이다. 퇴비 냄새는 읍내에서도 간혹 맡아볼 수 있는 냄새지만, 면 단위로 들어서는 시골 마을에는 그 규모와 짙은 농도(?)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꼬순내가 풀풀 풍기는 시골. 한껏 봄바람을 맞이하며 드라이브를 하던 중 기습적으로 들이닥치는 퇴비냄새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창문을 닫지도, 열지도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내가 산에서 지내며 텃밭을 꾸리기 이전의 삶이라, 그저 불쾌한 냄새에 대한 불쾌한 감정의 표출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퇴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일 년 간의 밭일을 통해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
작년, 산으로 이사를 와서 작은 텃밭을 꾸렸는데 작물의 상태가 신통치 않았다. 얇고 기다랗게 웃자라기만 하는 작물들을 보며 내가 농사일이 처음이라 그런가? 뭔가를 더 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식물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책과 유튜브로 원인을 한참이나 찾았었다. 하지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들 사는 집을 방문한 아버지께서 ‘밭에 퇴비는 뿌렸냐?’라고 한 말에 답이 있었다. 집을 짓느라 땅을 파고 다시 메꾸는 과정에서 영양가가 전혀 없는 마사토로만 채워 평탄화를 했는데, 그 위에 작물을 심었으니 당연히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던 탓이다. 부랴부랴 상토와 비료를 구해와서 한 줌씩 주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고, 결국 작년 농사는 방울토마토 몇 알만 주워 먹는 걸로 수확을 마무리해야 했다. ‘땅이 좋아야 좋은 작물이 자란다’라는 농사의 기본 중 기본을 몰랐던 셈이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퇴비가 밭에 얼마나 소중한 영양분인지를. 알게 되니까 마음도 바뀌더라. 이제는 한껏 창문을 열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퇴비냄새가 흠씬 풍겨오면, 갖고 싶어 진다. ‘어? 이 퇴비 탐나는군!’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한 포대 정도 얻어다가 우리 밭에 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우습게도 퇴비가 좋은 줄 알게 되니 남의 밭 퇴비에 욕심이 나는 거다. 덕분에 불쾌한 냄새에 인상을 팍 쓰기보다는 시골 봄 풍경에 제법 어울리는 향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여전히 도시 사람들에게는 불쾌한 냄새일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땅을 생각하고, 그 땅에서 자라날 우리의 작물들을 생각하며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 또한 시골을 시골답게 만드는 하나의 정감이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퇴비냄새가 점점 구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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