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푸른 외관으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광양의 대표 미술관인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2025년 6월 10일부터 9월 3일까지

국제전시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We Connect, We Occupy)》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하다’

전시전을 소개하고

그중 작품 일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본 전시는 사회적, 문화적,

공간적 연결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언어를 통해

‘공동체의 연대’를 해석하는

여러 작가의 시선을 담아냅니다.

전시에 참여한 총 아홉 명의 작가는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도시와 사회, 분쟁과 갈등,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접점을 탐색하며

관람객에게 동시대 미술이 지닌

비판적·사유적 성격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현재

《Occupy :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

《래리 피트먼 : 거울&은유》,

기증전용관 《바람 빛 물결》작품을

전시 중에 있습니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으로 1,000원이며

어린이 및 청소년, 대학생,

군인, 예술인은 700원,

전남도민의 경우 관람료의

50%를 적용받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해 전남도민을 확인받은 뒤

관람료의 50%를 적용받았습니다.

지하 1층 주 전시실로 내려가니

범상치 않은 벽화와 설치미술이 눈에 띕니다.

‘우리는 점유하다’전은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전시가 시작됩니다.

벽화는 인도네시아 작가인

에코 누그로호 작가의

<The Time of Chaotic Beauty> 작품으로

무려 15미터에 달하는 아크릴 벽화입니다.

로비에는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조형물이 서 있습니다.

이들 조형물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마치 전쟁을 피해 달아난

난민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 전시전의 주제를 관통하는 조형물일까요?

타자와 더불어 봄을 이룬다,

이산(2025)

마치 이불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페브릭이 천정에 고정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계단 모양의

발판들이 놓여 있습니다.

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조명에

가려진 이불 밑은 어둡고 음침하며

답답함 마저 드는데,

여러 사람이 족히 들어가는 공간 안에서

솜이불 틈 사이로 난 공간을

몸을 비집어 들어가다 보면

이불 밖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이불 밖을 나오니 환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마이크가 돋보입니다.

타자와 더불어 봄을 이룬다’라는 작품은

바로 ‘광장’을 주제로 만든 설치작품입니다.

광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행동하면서

의미가 완성되는 곳으로

마치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연대할 때

공동체는 이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곳으로 변모함을 의미합니다.

광장을 ‘이불’에 빗대 형상화한 이 작품은

광장에서 연대했을 때 나오는

공동체의 가치를 표현했습니다.

나를 따라해 보세요Ⅱ (오픈그룹)

다음 공간은 매우 어둡고,

붉은 조명이 비추는 곳입니다.

양면을 바라보는 스크린에는

여러 화자가 등장해

“나를 따라해 보세요.”라고 말한 후

박격포의 떨어지는 소리,

공격용 헬리콥터 소리,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를 흉내 냅니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개의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들었던 무기 소리를

관객에게 흉내 내보라며 요청하며,

관객은 그 소리를 따라 하며

전쟁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멀리서 낙하하는 물체 소리를 듣고도

마치 ‘포탄’소리로 인식하여

지레 공포감을 느끼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전쟁이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며 느낀 공포의 대상을

입으로 흉내 내어

전쟁이 남긴 마음속 트라우마와

상처를 함께 드러냅니다.

포탄 공격 시 또는 화기 공격 시

대처 요령이 남긴 리플릿은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가 만든

‘비상사태 대처법’ 안내서를 본떠 만든 것이며

곳곳에 놓인 생수병은

구호물자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작가 ‘오픈 그룹’은 모국이

전쟁으로부터 남긴 비극과 참상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으로부터 전쟁의 참혹함과

경각심을 일깨우게 합니다.

Harese (에르칸 오즈겐) &

에피소드_불불불 (이세현)

스크린에는 총을 든 남성들이 서 있습니다.

남성들은 총알을 꺼내

총알 집 속 총알에 튕겨

반복적인 소리를 냅니다.

에르칸 오즈겐 작가의 작품

‘하레세 Harese (2020)’는

“무기를 악기로 만들고 싶다.”는 음악가

아람 티그란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트웬티나인팜스’라는 마을에는

전쟁을 다녀온 군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전쟁에서 겪은

외로움과 트라우마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여 겪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무기를 악기의 소리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에즈칸 오즈겐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실 주변에는

한국 사회의 주요 사건을 담은 사진들과

무수한 신문 기사들이

벽면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이들 사진 중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사진과

지난겨울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집회하는 모습,

잊힌 광산, 폐허,

참사 현장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세현 작가의 ‘에피소드’ 시리즈는

사진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기억,

역사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스크린에는

‘하레세 Harese (2020)’ 뿐만 아니라

삼각 모양의 3면의 형태로

나머지 두 면의 스크린 작품이 소개됩니다.

에르칸 오즈겐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원더랜드(2016)’는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13세 소년 ‘모하메드’가

전쟁에서 폐허가 된 시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몸짓 언어로 통해 전달합니다.

나머지 한 면의 작품

‘과거를 침묵시키며(2022)’는

2021년 튀르퀴예의 안탈리아 마나브갓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 파괴와

이를 외면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각기 다른 주제의

3면의 스크린을 통해

작가는 전쟁이 겪은 참상과

비극, 트라우마, 환경 파괴와

이를 방치하는 무관심한 사회를

마치 꼬집듯

비판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무관심 속에서

이들이 얼마나 소외당하고 있는지

환기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무기력한 풍경

– 안양수문 (권승찬, 2025)

어두운 공간에 조명이 내리쬐는

흙 오브제들 사이로

가까이 다가가면

전면에 네온사인 글씨가 밝게 켜집니다.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가?”

이들 흙은 바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이 집단 학살된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학살지에서

가져온 흙들입니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희생되었지만,

그 진실은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흙 오브제 그 반대편에는

작가가 장흥을 시작으로 광주, 전남 등

여러 지역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그린 학살지의 그림입니다.

현재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암매장된 유골과 유해 발굴 기록 등

작가가 직접 조사한 자료들이

그림과 나란히 아카이브 형태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매장지를 찾아가

유족과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우리가 무관심으로부터

잊혀가고 있는 기억을

작품을 통해 되살리고자 합니다.

이 작업은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위로하고,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온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보며 수년 전

한국전쟁 중 학살을 다룬 재연극 중

군인 무리에 끌려가는 주민 역의

어느 배우의 대사를 떠올렸습니다.

“이보쇼, 내가 왜 죽어야 되는지

이유라도 들어봅시다!”

‘우리는 점유하다’ 작품 중

일부를 리뷰해 보았습니다.

예술은 관람자의 주관과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에

포스팅에서는 작품의 이해를 돕고

참고하는 목적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작품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려던 찰나에

어린이 단체 관람객이

‘우리는 점유하다’ 전을 찾아 주었습니다.

아직 예술에 대해 알아 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나이이기도 하지만,

예술은 본디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예술이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선사하는

여러 감각 자극으로

어린이들이 공간 경험의 확장과

감수성을 키워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중에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충격적인 참사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로부터 무관심해지고

잊혀가며 힘들어하는 유가족도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다가가는 것.

공동체 정신을 예술로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항상 광양 시정 소식에

응원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게시물과 관련 없는 댓글,

대안 제시 없는 비방성 댓글,

의미를 알 수 없는 반복적인 댓글 등은

사전 예고 없이

차단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4년부터는 이런 일이

3회 이상 반복될 시

계정이 차단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게시된 업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부서에 문의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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