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그늘 하나가 참 고마운 계절입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도 나무는 묵묵히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지요. 그중에서도 느티나무는 넓게 퍼진 가지 덕분에 오래도록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왔습니다. 대전의 복수동, 우명동, 원정동에는 최소 20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 보호수들이 있는데요, 이 느티나무들을 따라 조용한 여름 여행을 떠나보았습니다.

복수동 –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혜천타워’

복수동의 느티나무는 400년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며 동네의 살아 있는 역사로 남아 있습니다. 주택가 사이, ‘느티나무 어린이공원’ 안에 있는 복수동 느티나무는 유등천이 가까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기에도 좋습니다.

느티나무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는 복수동의 랜드마크, 혜천타워가 있습니다. 이곳은 꼭대기에 78개의 카리용(종)이 설치되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리용 타워로, 하루 세 번(오전 9시, 정오 12시, 오후 6시) 자동 연주가 울려 퍼집니다. 유럽풍 외관 덕분에 혜천타워는 작은 유럽 도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우명동 – 참기름 향과 기차소리가 남아 있는 마을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대전과 논산의 경계에 있는 우명동이에요. 소박하고 마을 우명동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참기름’이에요. 지역 어르신들이 정성껏 만든 고소한 참기름은 답례품으로도 많이 사용된답니다. 우명동 느티나무는 300년이 넘게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마치 동네를 지켜보는 수문장 같습니다.

우명동에는 특별한 장소도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우명동 기차소리’입니다. 지금은 운영되지 않지만, 예전에는 실제 폐기차를 개조해 만든 식당과 카페가 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 옆 다리 아래 유원지에 사람들이 몰려 피서를 즐겼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버스정류장에는 ‘우명동 기차소리’라는 역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원정동 – 동춘당 선생이 잠든 곳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원정동이에요. 원정동은 영화 <클래식>의 배경이 된 조용한 시골마을로 푸른 논과 알록달록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참 예쁘답니다. 이 마을에도 200년 넘게 오랜 세월을 견딘 느티나무가 있어요.

원정동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동춘당 송준길의 묘’입니다. 송준길(1606~1672)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자 문신으로, 대사헌, 병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인물이에요. 대전의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죠. 송준길의 묘는 보호수 앞에 있는 산길 안쪽에 있어요. 바람 소리, 새소리, 그리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까지… 잠시나마 세상과 멀어져 쉼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세 마을의 느티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의 역사와 함께 숨 쉬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어온 존재입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지고, 웅장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요. 느티나무 보호수의 그늘 아래 앉아 있노라면, 바람결에 실려오는 오래된 시간의 조각들이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합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나무 한 그루 곁에 잠시 멈춰 서는 것만으로도 깊은 쉼이 될 수 있겠지요. 오늘은 당신만의 느티나무를 찾아, 조용한 마을로 산책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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