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여행칼럼> 현대 속 과거여행, 둔산 선사유적지
[5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5월소식
현대 속 과거의 시간이 머무는 곳
둔산 선사유적지를 걷다
글·사진 안성진 여행작가
도심 한복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곳이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에 자리한 ‘둔산 선사유적지’가 바로 그곳입니다. 바쁜 일상과 고층 건물 사이에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이곳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현대의 삶 속에서 과거와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는 곳입니다.
5월, 봄의 중심에서 이곳을 찾으면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이 저를 반깁니다. 초록이 짙어지는 ‘신석기시대 움집터’ 잔디밭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나무그늘 아래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시민들이 담소를 나눕니다. 산책로 벤치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반려견과 함께 천천히 걷는 이들의 모습이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유적 위에 오늘의 일상이 포개지고 있는 순간입니다. 고요하면서 평온한 이 장면은,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 속에서도 삶이 숨을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둔산 선사유적지는 1991년 3월 한국토지개발공사에서 택지개발 공사를 하던 도중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이 발굴을 통해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 그리고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물과 유적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움집터, 고인돌, 토기와 같은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이 지역이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던 삶터였음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적은 발굴 이후 1992년 10월 28일 대전광역시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으며,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되었고, 결국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공원은 단순히 유적지를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일상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둔산 선사유적지공원의 조성은 역사 보존의 틀을 넘어, 현대 시민들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로서 유적지를 어떻게 공유하며 누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이곳은 서구청과 대전시가 함께 힘을 모아 만든 결과물로, 도시 개발과 문화 보존이 조화를 이룬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심 속 유적 공원이라는 특별한 형식은 많은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먼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대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주말의 한가한 오후에도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원 내부에는 산책로, 벤치, 그늘 쉼터 등 이용자 중심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관도 이곳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봄이면 벚꽃과 함께 라일락과 철쭉이 어우러지고, 여름엔 짙은 녹음이, 가을엔 고운 단풍이, 겨울엔 말갛고 고요한 흰빛이 유적지 위로 내려앉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시민들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선 ‘시간과의 교감’에 있습니다. 흔히 유적지라 하면 외딴곳에 위치해 특별한 날에만 찾아가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둔산 선사유적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마주하게 해 줍니다. 우리가 걷는 잔디밭 아래 묻혀있는 선사시대 삶의 흔적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과거는 이곳에서 지금도 숨 쉬고 있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한, 이곳은 교육적인 큰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현장 학습 장소로 자주 찾으며, 어린 학생들은 교과서로만 보던 선사시대 터와 복원된 구조물을 직접 보고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많아,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유적지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기억할 만한 장소’를 전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오래된 책갈피처럼, 이곳은 도심 속에서 부담 없이 펼쳐보게 되는 ‘쉼’의 한 장면입니다. 시간을 걷고, 계절을 느끼고,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는 곳으로 ‘둔산 선사유적지’는 그런 장소로 우리 곁에 선물처럼 남아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 공간에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춰 보신다면, 아마도 여러분도 이곳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바쁜 일상 속에서 지금의 풍경만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곳 둔산 선사유적지처럼,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물고 있는 시간의 흔적들을 통해 잠시 멈춰 서보는 건 어떨까요?. 단순한 쉼을 넘어서, 우리가 지나쳐온 과거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새로운 시선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 블로그 발행글은
"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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