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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한국시집박물관 특별테마전 전통소반과함께하는 밥상의 기억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무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작은 전시 공간이 하나 모습을 드러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전통 목재 특유의 따뜻한 느낌과 함께 오래된 숨결 같은 기운이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소반이라는 작은 밥상이 주인공이 된 전시였지만, 그 위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전통소반과 함께하는 밥상의 기억’ 전시는 단순히 오래된 생활 도구를 모아놓은 자리가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든 세월과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크기와 형태가 각기 다른 소반들이었습니다. 둥근 상판, 네모진 상판, 다리 모양이 유난히 아름다운 반들도 있었고, 반듯한 구조 속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반도 있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했습니다.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구족반, 호족반 등 이름 뒤에 붙은 지역명은 단지 제작지를 뜻하는 것을 넘어서, 각각의 생활방식과 문화가 녹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곡선 다리가 인상적인 호족반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S자 형태의 곡선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인상을 주었고, 그 아래에 조용히 놓인 그림자마저도 고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상이지만, 마치 하나의 조형 예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몸에 맞춰 만들어졌기에 더없이 자연스럽고, 시선을 끌기보다는 시선을 편안하게 머물게 하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소반은 밥을 놓는 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위에는 삶의 여러 장면이 얹혀 있었습니다. 손님을 위한 공손한 마음이 놓였고, 가족을 위한 따뜻한 정성이 얹혔으며, 기쁨과 슬픔이 오가는 의례의 순간에도 언제나 함께 있었습니다. 전시 한쪽에서는 폐백상, 산모를 위한 지양상, 술을 놓는 주안상 등이 실제 생활 장면처럼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각 공간에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예전 사진, 실제 소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소반이 단지 물건이 아니라, 기억의 도구였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미니 소반 위에 종이 음식 조각을 올려 나만의 상차림을 꾸며보는 코너였는데,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된장국, 고등어구이, 배추김치 같은 익숙한 반찬들을 올리면서 가족끼리 옛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추억을 자연스럽게 꺼내놓는 모습에서 이 전시가 지닌 따뜻한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 공간 한쪽에는 소반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나무를 고르고, 자르고, 다듬고, 조립하는 과정을 사진과 짧은 글로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단순한 공정이 아니라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소반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시간의 결을 품고 있었고, 그 위에 올려지는 삶의 무게도 함께 담겨 있었겠지요.

또한 전시 후반부에는 전통 소반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 작품들도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간결한 구조의 좌식 테이블이나, 소반의 다리 형태를 닮은 미니 소품들은 전통이 현재의 삶 속에서도 얼마든지 녹아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낡은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전통, 박물관 속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일상에 함께할 수 있는 전통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크고 화려한 구성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조용한 전시 공간에서 차분히 걸으며 소반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그 위에 얹혔던 마음들을 함께 떠올리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설명이 많지 않아도 상의 모양, 나무의 결, 놓임의 방향 하나하나에서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관람을 끝내고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이 전시가 각자의 기억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시는 8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주말에는 체험 공간이 다소 붐빌 수 있으니 여유로운 평일 오후 시간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작지 않습니다.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추어, 나무 한 자락, 밥 한 그릇, 그리고 마음 한 조각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이곳에서 그 조용한 시간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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