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시간 전
F1963에서 만나는 블루스와 발효의 리듬: 정연두 작가 전시회 방문기
국제 갤러리 부산점 🏫위치 : 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관람 시간 : 10:00 ~ 18:00 (매주월요일 휴무) |
정연두 작가의 부산 국제갤러리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못할 사정들>이 4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수영구 F1963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개인전은 블루스 밴드의 음악과 발효의 리듬을 통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는 유머와 염원의 태도를 독특하게 조명합니다.
전시장은 블루스 음악의 다섯 악기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고 느슨한 합주를 이어가며, 다채로운 색상의 다각형 공간에서 영상, 사진, 조각과 상호 응답합니다.
정연두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삶의 역동과 생기를 블루스 음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제시합니다. 19세기 미국 남부 흑인들의 음악인 블루스에서 작가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과 난관을 헤쳐 나가는 자조적이고 유쾌한 상상력을 발견합니다.
작가는 작곡가 레이 설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블루스의 12마디 구조와 악기 편성을 차용한 <피치 못할 블루스>(2025)를 제작했습니다.
다른 장소, 다른 배경의 연주자들에게 동일한 속도와 코드만 제시하여 연주를 요청한 뒤, 각 연주의 가닥들을 잘라 쌓아 하나의 비동시적인 협주로 조율합니다. 이는 삶을 살아내는 개인의 리듬이 전시장 안에서 다양한 악기 소리로 변환되어 공명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손짓에 반응하는 빛나는 항아리 <아픈 손가락>(2025)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블루스 음악의 이면, 아름다운 소리 뒤에 숨겨진 난처한 사연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합니다.
블루스 음악과 함께 전시장에는 다채로운 발효의 이미지들이 펼쳐집니다. 작가는 막걸리 발효의 신비로운 과정을 블루스 음악과 연결 짓습니다.
처음 전시를 둘러봤을 때는 메주와 우주, 별, 그리고 음악의 연결고리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팸플릿을 꼼꼼히 읽고 작품들을 천천히 다시 살펴보니,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조금씩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순서대로 안봤을때 뭘 의미하지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면 사워도우 반죽과 발효의 과정, 막걸리 발효의 기포를 보면 막걸리 만드는 과정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걸리 기포 터지는 박자에 맞춰 드럼이 연주되고, 사워도우 반죽은 색소폰 소리와 함께 흐릅니다. <바실러스 초상>(2025)은 메주 발효 과정에서 포착한 익살스러운 형상의 사진 연작입니다. 작가는 발효의 흔적에서 우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며 다름과 다음이 공존하는 자연의 섭리를 친근하게 보여줍니다.
고초균이라고 불리는 바실러스는 청국장이나 낫토,된장을 만들려고 콩을 쑤어 만든 메주를 만드는 데 쓰기도하는 막대모양의 간균입니다.
우주공간에 빨려들어갈꺼 같은 검정배경에 별을 가득히 담은거 같은 작품들은 <안드로 메다>, <은하수> 라고 불리는데 오르간과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밀가루를 흩뿌려 우주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입니다.
미생물의 신비로운 작용은 우주의 창조로 확장됩니다. 이는 가벼움과 무거움, 장난기와 엄숙함을 뒤섞는 작가의 역설적인 화법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정연두 작가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 앞에서 익숙한 틀을 벗어나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은 세계를 병치하고, 유머와 염원을 섞으며 삶의 신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우연과 운명, 불가항력적인 삶의 희비극을 살아가는 마음의 리듬은 전시라는 무대 위에서 음악과 이미지의 다성적 하모니로 펼쳐줍니다.
정연두 작가의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개인전 첫날, 부산 F1963 내 국제갤러리는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뜻밖의 만찬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첫날, 국제갤러리 안내데스크에는 감자튀김, 타코야키와 같은 음식과 샴페인, 막걸리와 같은 주류가 무료로 제공되어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즐기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되었습니다.
밖에는 푸드트럭이 준비되어 있어 언제든지 음식을 무료로 받을 수가 있었는데요.
저는 타코야키와 떡튀순을 먹고 즐겁게 전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예술은 어렵지만 내가 생각한대로 그냥 받아드리면 된다고 느꼈고 특히 블루스 음악과 발효라는 독특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삶의 애환과 유머가 인상 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영구 서포터즈 김태주
- #수영구문화
- #f1963
- #국제갤러리
- #부산전시
- #정연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