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 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누구라도

삼다수, 지하수, 용천수를

쉽게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우리 제주에는

봉천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용천수가

‘지하수가 지표면을 뚫고 솟아나는 물’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는 반면

봉천수에 대한 정의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물이 부족했던 섬 제주에서

해안가에서 만나는 용천수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이

중산간 지역의 봉천수였답니다.

봉천수

빗물이 고여서

이루어진 물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식수는

물론 소나 말의 급수로도 필수였지요.

오늘은 조수1리 마을의

숨은 봉천수 몇 군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함께 가 보실까요?

자연을 담은 습지,

용선달리(용선달리) 연못

용선달리는

한경면 중산간 조수,

낙천,저지,청수

4개 마을의 설촌지에요.

설촌 당시에는

속칭 구멍목이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충분했는데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농사 짓고 가축을 기르게 되자

물이 부족해졌어요.

이때 마을에 살던

좌수 김시권이 기부한 돈으로

땅을 사서 구멍목이를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6개의 물통을 팠답니다.

남과 북 양쪽에 접한

2개 물통은 길가의 물이 모여들게 되므로

가축 급수 또는 사람들의 목욕물로 사용하였고

안쪽의 4개의 물통은

식수로 사용하였다고 해요.

지금도 6개의 물통이 남아 있는데

그중 한 곳에는 여전히 물이 담겨져 있답니다.

멧돼지들이 만든 물,

돗곳물

이곳은 멧돼지들이 물을 얻기 위해서

나무숲을 파헤쳐 만들어진 물통이라 하여

‘돗곳물’이라 부르게 되었어요.

‘돗’은 돼지,

‘곳’은 수풀이라는 뜻의 제주어지요.

조수리는 숨골이 많고

송이층이 대부분이어서

물이 고이지 않는 편이고

가뭄이 심할 때는 3-4km 떨어진

두모리 해안가(멋물), 판포리(화상물)까지

물을 길으러 다녔다고 해요.

지금은

대형 잠자리, 돌배

및 멧돼지 인공조형물이 들어서 있고

포젯동산 쉼터가 조성되어 있답니다.

연못 주변에는

300년 이상 된

팽나무와 검팽나무(푸조나무) 등이

보호수로 지정되어 넉넉한 품을 자랑하지요.

돗곳물 역시 식수용, 가축급수용,

빨래용으로 구분되었고

우마급수용 구진물통 2곳과

식수로 사용하는 곤물통이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고 해요.

지금 공원으로 조성된 돗곳은

주로 우마급수용으로 사용되던 물통이랍니다.

줄지 않는 물,

새물(고은물)

마을 주민들이

돗곳물과 함께 많이 애용하던 물통으로

4.3항쟁기 당시 연못으로 조성되었다고 해요.

당시 조수리 출신 조도현 씨로부터

부지를 기부받아

마을 사람들이 월령 형식으로

일손을 도와 만들었지요.

가물어도 물이 잘 줄지 않는다고 전해지며

연못을 팔 때 백색토와 질이 좋은 흙이 많이 나와

토기도 제작하고 집 벽도 바르는 등

많은 용도로 사용하였답니다.

도로 공사로 물통 주변 지형이 높아져

물통의 위치가 도로 아래로 내려가 버렸는데

도로 공사 전에는 허벅을 지고

물통 안으로 걸어 다니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해요.

훈련의 길증을 달래준 물,

사장밭물

말 훈련과 활쏘기 훈련을 하던

사장밭 지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아라비아 숫자 8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연못이 있었다고 해요.

한 곳은 음용으로 사용하였고

다른 하나는 농업용으로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한 개만 전해지고 있답니다.

4.3의 아픔을 기억하는 물,

한양동 연못

조수리 지역에서는

1948년 10월경 4.3으로

산간 지역이 불에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어요.

주민들은 해안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돌아와 저지리민 30여 명과 함께

촌락을 이루어 거주하려고 했지요.

당시 주민들이

돌산을 망치와 정으로 하나하나 깎아

우마급수장으로 만든 연못이

바로 이 한양동 연못이랍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햇살에 반짝이지만

깊은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연못이네요.

조수1리 마을 분들은

시라져 가는 봉천수를

다시 되살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냥 연못이 아닌

마을의 이야기가

자랑스럽게 일렁이는 곳이기 때문이겠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은 봉천수 따라

조수1리 마을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걷다가 목이 마르면

조수국민학교 마을 카페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여유도 함께요.

-제11기 제주시 SNS 시민기자단

성기낭 기자님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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