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부산시보]욜로갈맷길 ④ 다대포 선셋 피크닉
온통 노을이다. 노을길, 노을마루길, 노을정(亭), 낙조분수대, 선셋전망대. 욜로갈맷길 코스 명칭에도 노을이 들어간다. 엔간하면 노을을 붙이는 여기는 부산에서도 가장 서쪽인 서부산. 서쪽은 해 지고 노을 지는 곳. 지는 해 바라보며 지는 노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욜로갈맷길 7코스 ‘다대포 선셋 피크닉’이다.
욜로갈맷길 7코스 - ‘다대포 선셋 피크닉’ (7㎞ 1시간40분)
①신평동교차로(강변데크) ②장림포구 ③고니나루쉼터 ④노을정휴게소 ⑤다대포해수욕장
시작은 도시철도 1호선 신평역. 9번 출구 밀면집과 책방을 끼고서 신평교차로 방향 직진이 무난하다. 교차로 건널목을 지나면 낙동강 강변길. 욜로갈맷길 7코스 출발지다.
7코스 관건은 날씨와 출발 시간. 해가 장엄하게 솟구치는 아침나절도 좋고 강 이쪽에서 저쪽까지 해무가 깔린 날도 좋지만 노을을 내세우는 길인 만큼 날씨도, 출발 시간도 노을에 맞추는 게 좋다. 출발지에서 도착지 다대포해수욕장까지는 두 시간 안팎. 맑은 날, 한두 시간 후에 보자고 노을과 약속하고서 길 나서보자. 더디더디 걸으면서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애달픈 일인지 노을이 알게 하자.
부산의 베네치아, 부네치아
부네치아는 7코스 첫 명소. 장림포구에 알록달록 색깔을 입히고 알록달록 마음을 입혀서 “부네치아, 부네치아” 그런다. 압권은 장림항 부네치아 선셋전망대. 1층은 수산물 판매점, 2층은 홍보관과 카페, 그리고 옥상 전망대다. 2층 통유리 창가에 앉아 한국에서 가장 유장한 물줄기 낙동강을 바라보며 잠시 ‘물멍’의 시간을!
7코스 지나는 곳은 사하구. 강과 바다를 품은 사하는 강 곳곳이 포구고 바다 곳곳이 포구다. 그리하여 사하는 포구의 도시다. 포구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 해양으로 나아가는 첫 지점이 포구고 대륙으로 나아가는 첫 지점이 포구다. 진취적인 개방의 도시, 역동적인 창조의 도시가 사하다. 사하만 그럴까. 강을 끼고 바다를 낀 해강지향(海江之鄕) 부산 전체가 그렇다.
낙동강 모래밭 ‘사상·사중·사하’
사하는 왜 사하일까. 조선시대 부산의 중심은 동래였다. 동래를 가운데 두고 동서남북 4면을 두었다. 4면 너머 당감동 일대는 동평면, 모래밭 널따란 낙동강 일대는 사면(沙面)이라 했다, 세월이 흘러 면이 커지자 상하(上下)로 나누었다. 동면은 동상면과 동하면, 서면은 서상면과 서하면 식이었다. 한 마을은 유독 커져 상중하로 나누었다. 거기가 사면이었다. 사상면, 사중면, 사하면으로 분면(分面)했다.
7코스는 강을 낀 강변길. 햇살을 바로 받으니 노을 지기 전까진 따가운 길이다. 조금 덜 따가와라고 고니나루쉼터에서 노을정휴게소까지 중간중간 그늘막 쉼터를 들였다. 강변길은 강이 바다에 스미고 바다가 강에 스미는 물소리도 좋지만 금계국, 해당화 꽃춤도 좋다. 물소리 듣느라 꽃춤 보느라 고개를 이리 돌리며 저리 돌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다대포해수욕장. 두 시간이 금방이다.
초록 등주와 붉은 등주
노을정휴게소 바로 앞은 백사장. 백사장 앞바다엔 쇠말뚝 둘이 보인다. 하나는 초록색, 하나는 붉은색이다. 저게 뭘까. 등대의 일종이다. 도로표지판이 한둘 아니듯 항로표지판 역시 한둘 아니다. 40종이 넘는다. 등대가 그중 하나고 앞바다 쇠말뚝이 그중 하나다. 정식 명칭은 등주(燈柱). 출항하는 배는 초록 등주 안쪽에 붙어서 나가고 입항하는 배는 붉은 등주 안쪽에 붙어서 들어온다. 등주 바깥으론 장애물이 도사린다. 낙동강 하류 가장 큰 장애물은 모래톱. 등주 바깥으로 나갔다간 모래등에 걸려 진퇴양난이다.
낙동강 하류는 군데군데 모래섬이다. 품이 워낙에 넓어 중상류에서 몰려드는 토사를 죄다 받아들였고 그게 섬이 되었다. 소나 말의 등처럼 보드랍고 완만해서 무슨 무슨 등이라 불렀다. 도요등, 백합등, 맹금머리등 등등. 신도시 명지가 모래등이고 철새 천국 을숙도가 모래등이다. 소설가 김정한의 대표작 ‘모래톱 이야기’ 소재도 여기 모래등이다. 욜로갈맷길 7코스 필독서로 ‘모래톱 이야기’ 강추!
철새 이야기 좀더.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는 격이 매우 높다. 천연기념물이다. 천연기념물은 국가 지정 문화재. 엄선하고 엄선한다. 광역대도시 부산조차 천연기념물은 모두 일곱이다. 그중 하나를 욜로갈맷길 7코스가 품었다. 천연기념물 나머지 여섯은 다음과 같다. 범어사 등나무 군락지, 수영 곰솔, 수영 푸조나무, 양정동 배롱나무, 전포동 구상반려암, 구포 팽나무.
시민이 지켜낸 다대포 ‘다대포매립백지화기념비’
드디어 7코스 종착지 다대포해수욕장. 이 세상 그저 이룬 것은 없다. 다대포해수욕장은 갈대와 백사장, 생태체험장, 산책로가 어우러진 서부산의 상징이지만 아찔한 때가 있었다. 정부에서 백사장을 매립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나섰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때가 1991년, 2000년이었다. 다대포는 물론, 사하는 물론, 부산이 분기탱천했다.
결사반대했다. 거리 시위에 나섰고 100만 서명운동에 나섰다. 사필귀정이었다. 없던 일이 되었다. 그것을 기념해 다대포해수욕장 백사장과 송림 사이에 ‘다대포매립백지화기념비’를 세웠다. 부당과 비정상에 맞섰던 올곧은 사하 정신, 부산 정신의 금자탑이었다. 사실, 다대포는 민주화의 성지다. 한국 최초로 인권운동이 성공한 데가 다대포다. 300년 저쪽의 이야기다.
조선 500년은 민란의 시대였다. 부당과 비정상에 맞선 인권운동인 민란은 그러나 늘 무위에 그쳤다. 성공한 예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포민(浦民) 면천(免賤)’을 청원한 다대포 인권운동이 조선 최초로 성공했다. 그때가 1700년대 중반 영조 임금 때였다. 덕분에 전국 포민의 신분이 평민으로 격상했다. 면천 운동의 주역은 다대진 서리(胥吏) 한광국. 그를 기려서 각지 포민이 십시일반 공덕비를 세웠다. 지금 다대포 윤공단 경내에 있다. 윤공단 맞은편 원불교 교당에도 공덕비가 있다.
노을처럼 붉어지는 사람의 저녁
노을이 발그스레하다. 상기한 기색이다. 한두 시간 후에 온다던 사람을 마침내 본 연인의 표정이다. 그대, 서부산 바다에 서 봤는가. 해 지는 바다에 노을빛으로 물들어 봤는가. 가장 높이 치솟았다가 가장 낮게 가라앉는 일몰의 저 해. 해 지는 서부산 바다를 보노라면 누구라도 순해지고 깊어진다. 누구라도 비장해지고 비감해진다. 천선기 시인의 시 구절처럼 그러면서 사람도, 사람의 저녁도 노을처럼 붉어진다.
다대포에선 분수대 물줄기도 해를 닮는다. 가장 치솟았다가 가장 낮게 가라앉는다. 국가기록원이 한국 최대 분수대로 인증한 만큼 물줄기 역시 한국에서 가장 높게 치솟는다. 노을에 붉어진 사람들이 분수대 광장으로 모여드는 저녁. 색색의 조명 비치는 물줄기를 따라서 손뼉 치는 소리가 한국에서 가장 높게 치솟는다.
강, 그리고 바다는 그렇다. 강이 넓어질수록 바다는 가깝다. 한국에서 가장 유장한 낙동강이 품을 한껏 벌려서 바다를 받아들이는 서부산 욜로갈맷길 다대포 선셋 피크닉. 남이 보든 말든 양팔 한껏 벌려서 걸으면 괜스레 사람이 넓어진 기분이다. 우쭐해진 기분에 무슨 말이든 못 하리. 이 세상 모든 강물이여, 나를 거쳐서 바닷물에 스미거라. 이 세상 모든 바닷물이여, 나를 거쳐서 강물에 스미거라. <끝>
글·동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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