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여름 숲 즐기는 사찰 탐방 청명산 법흥사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로 향하는 길목으로 해발 157m의 청명산이 있습니다.

산이 맑고 밝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남쪽으로는 남양만이 바라다보이며 북쪽으로는 시화호가 있습니다. 산 남쪽 기슭에는 남양 홍 씨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 홍법리가 있습니다. 그러한 산에는 호젓하게 즐기기 좋은 사찰 법흥사가 있어 찾아보았습니다.

도로변을 벗어나 구불구불 마을 길을 달리다 보면 끝자락으로 사찰 법흥사가 나타납니다. 조용한 마을에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청명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사찰입니다. 사천왕상을 대신하고 있는 듯 좌우로 사자상이 있는 일주문을 들어서 사찰 탐방을 시작합니다.

법흥사는 사찰에 보통 있기 마련인 안내판이 전혀 없습니다.

사찰의 창건과 종파를 알리는 사찰의 내력도, 각 당우에 대한 소개도 전무합니다. 오랜 사찰 기행으로 습관적으로 찾게 되던 안내판이 없으니 처음엔 무언가 잃은 듯한 허전함까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잠시였을 뿐 오롯이 풍경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사찰의 이력만 없을 뿐 법흥사는 아주 잘 가꾸어진 사찰이었습니다. 완만한 오르막의 언덕 지형에 석축을 쌓고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약 10여 개의 당우로 구성되었습니다. 꽤나 큰 규모로 용왕님을 모신 용왕각으로 시작되어 가장 높은 곳에 산령각이 위치하였고 가장 중심에 대웅전이 있습니다. 용왕각과 산령각이 동시에 있어 바다에 인접한 화성의 특징이 묻어납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 통나무가 장식된 길을 따라 사찰은 오르막으로 이어집니다.

오른쪽으로 사찰을 에워싼 형상의 임도길이 있고 용왕각에서 한가운데를 관통하여 돌계단을 따라 좌우로 당우가 이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청명산의 푸른 숲에 포옥 안긴 형태였으며 각각의 당우도 초여름 싱그러운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네요.

사찰 중심에 자리 잡은 대웅전입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형태입니다. 한데 실내에 모셔진 부처님이 특이합니다. 보통은 목불, 석불, 청동불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재료로 완성되었어도 금동이 입혀지곤 하는데 석불 그대로 모셔졌습니다. 수인의 모습도 특이하고 모습과 비율 또한 보통의 불상과는 차이가 있어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래쪽으로는 5층 석탑도 자리하였습니다.

법흥사가 있는 청명산은 큰 대로를 벗어나 마을 길을 달려 사찰에 도착할 때까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머무는 동안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되어서는 싱그러운 여름 숲과 고즈넉한 사찰을 즐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경내에서 수행을 하고 계실 분들이 떠올라서는 걸음을 옮길 때면 더욱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대웅전 좌우로 응진전, 원통전, 지장전, 산령각 등의 많은 전각들이 있습니다. 그중 원통전에는 화려한 모습의 천수관음상이 모셔져 있어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고 멋진 소리까지 만들어내는 대나무숲을 배경으로 관음보살상도 모셔졌습니다. 바다 방향으로 추정되는 정면을 주시하네요. 관음보살상은 극락정토 보처의 보살로 여러 가지 고뇌로 괴로워하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33가지의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