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던 5월의 끝자락,

익산 여산면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저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한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그의 이름은 가람 이병기, 시조를 사랑하고, 한글을 지켰으며, 국문학을 일구어낸 지성인이자 시인입니다.

저는 가람문학관과 그의 생가 ‘수우재’를 다녀왔어요.

가람 이병기(1891~1968)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조 시인이자 국문학자이며, 국어운동가이자 교육자입니다.

그리고 익산 여산면에 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죠.

▪운영안내 : 03~10월: 오전 9시~오후 6시 / 11~02월: 오전 9시~오후 5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설·추석, 1월 1일

▪운영문의 : ☎ 063-832-1891

가람 이병기 문학관과 그의 생가 '수우재', 잔잔한 연못과 그 위에 투영된 나무 그림자가 한폭의 풍경화 같네요.

연못 앞에 서서 한참동안 넋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수우재(守愚齋)는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에요.

소박한 초가에서 태어나 한글과 시조,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가꾼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수우재’라는 이름은 ‘어리석음을 지킨다’는 뜻으로, 학문에 있어 겸손하고 치열했던 선생의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고 해요.

동상이 자리한 장소 너머로 보이는 붉은 벽돌 외관의 현대식 건물이 바로 가람문학관입니다.

전통 한옥 생가인 수우재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이 문학관은,

내부에 가람의 시조, 생애, 저술 및 국문학적 업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전시공간이에요.

그리고 그 앞에는 조용히 책을 읽는 이병기 선생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어요.

특히 가까이 다가가 보면 책 속에 새겨진 한 문장은 가람 선생의 학문적 신념과 태도를 오롯이 담아냅니다.

가람문학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은 분홍빛 벚꽃나무 조형물이에요.

실내 공간임에도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이 연출이 인상적이었어요.

한편 벽면에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 한 구절이 정갈한 손글씨로 전시되어 있는데,

“창독대마다 실그릇 쪼각만 남았으나...”라는 구절은 이병기 선생의 삶과 문학의 여운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가람문학관 ‘가람실’은 이병기 선생의 대표 시조를 다양한 감각적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요.

방문객들은 가람의 시조를 오디오 장비를 통해 직접 듣거나, 벽면에 펼쳐진 영상으로 시각적 감상을 할 수 있죠.

또한 그의 삶 전체와 시 정신을 고스란히 품은 감성 공간이이에요.

술을 사랑하고, 제자를 아끼며, 난초를 기르던 사람인 이병기 선생의 정신을 잘 드러내는 조형물이네요.

난은 그에게 고요한 자기 성찰의 대상이자, 제자들과 함께 나누는 삶의 언어였어요.

‘상설전시실’은 가람 이병기 선생의 문학적·교육적 업적을 주제별로 재조명하는 공간입니다.

시조 시인으로서의 혁신, 서지학자로서의 고전 발굴, 국문학자로서의 정립 작업 등 다각도로 전시되어 있어요.

전시실 안에는 각 시대별 신문 자료와 강연 노트, 친필 원고 등이 보관돼 있는 이를 보면서

그가 걸어온 길이 곧 한국문학사 한 축임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어요.

얇은 종이 노트에 정성스레 눌러쓴 글씨, 손때 묻은 표지, 직접 그려 넣은 그림까지.

진열장 안에는 다양한 연도와 형태의 일기장이 빼곡히 전시돼 있어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십 권의 일기장 속에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부터

문학에 대한 깊은 사유, 교육자로서의 고민, 그리고 한글에 대한 절절한 애정까지 빼곡히 담겨 있어요.

가람문학관의 ‘체험실’은 독서의 공간이면, 직접 글을 쓰고 남기는 참여형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가람시조집' 원고를 바탕으로 손글씨 체험을 할 수 있는 워크북이 준비되어 있어,

관람객 누구나 시조 한 편을 천천히 따라 써보며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 정신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밖으로 나와 가람 이병기 선생의 동상으로 가는 길. 철제 구조물에 새겨진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 「창(窓)」이 눈길을 끕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동상은 왼손에는 활짝 펼친 책을 들고, 오른손은 먼 곳을 가리키고 있어요.

미래를 향한 지식인의 방향 제시가 아닐까요?

조용한 대숲을 배경 삼아 서 있는 이 동상은 가람 선생의 품격과 삶의 자세를 잘 보여주네요.

가람문학관과 수우재는 한국 시조문학과 국문학, 그리고 한글을 지켜온 한 지성인의 삶이 있는 역사 공간입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이 남긴 시 한 구절, 한글 한 자 한 자에는 민족에 대한 사랑, 말글에 대한 열정,

교육자로서의 소명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입니다.

문학관 안을 거닐며 우리는 어느새 시조를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되고,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손글씨 체험실에서 직접 써 내려간 시조 한 줄이 오늘의 우리 마음을 물들인다면,

그것이 바로 가람 선생이 바랐던 문학의 본모습 아닐까요?

역사의 향기를 품은 익산 여산면에서 만난 가람문학관.

이곳은 ‘가람’이라는 이름 아래, 시와 말글의 향기가 조용히 피어오르는 한국문학의 작은 숲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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