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 2023 봉화군청 서포터즈 ] 머리를 잃어버린 오전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아미타여래좌상
2023 봉화군청 서포터즈 안수현
오전약수탕과 물야저수지를 지나 이번에는 봉화군의 숨은 보물을 찾으러 떠나보기로 합니다. 봉화군에는 여러 유적, 유물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유물들이 있습니다. 지금 딸과 함께 찾으러 가는 오전리의 목없는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이 대표적이지요. 봉화군 서포터즈로서 어디를 가볼까 고심하며 봉화군 홈페이지를 뒤적이던 중, 이 목없는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불상은 머리를 잃어버린걸까요.
오전리 석조여미타불좌상을 찾으러 가는 길은 사과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구불구불 들어가야 했습니다. 건너편에서 차가 오면 비켜주기 곤란할 일차선 도로였어요. 다행히 주말 오후, 비수기의 사과밭은 봄볕만 하염없이 뒹굴거렸기에 어려움없이 길을 찾아나설 수 있었지요. 봉화가 기온이 낮은 편이라 3월 중순이 넘어갔지만 아직 나뭇가지들이 앙상합니다. 그래도 항상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는 산수유는 노랗게 폈네요.
조용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난데없이 거위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꽥꽥 거리며 처음에는 한 두 마리가 나타나더니 이봐라 여기 못보던 사람있다!!하며 동료를 불러모으는지 어디선가 뒤뚱거리며 거위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대여섯마리가 길을 막고 있더라구요. 차가 무섭지도 않은지 느긋하게 자기들끼리 할 얘기 다 하고 나서야 슬금 길을 비켜줍니다. 그렇게 작은 마을들과 사과밭들을 지나 언덕을 한 두개쯤 넘으니, 네이버 지도에 입력한 주소에 다다랐다고 알려줍니다.
군청 홈페이지에서 알아낸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의 주소는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1144-1번지. 그런데 도착해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강아지 세 마리가 득달같이 달려와 환대를 해줍니다.
어디서 이런 이쁜 녀석들이 달려왔나 보니 동네 할머니 한 분의 산책길에 쫄랑거리며 따라다니던 녀석들이 손님왔다고 반가와 달려든 것이었어요.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길과 집, 사과밭 밖엔 없길래 할머님께 "여기 목없는 불상이 있다던데 어디있는지 아세요?"하고 여쭤보니 미륵이 보러 왔냐며 길을 알려주십니다. 미륵이라니.. 정말 정감가는 애칭입니다. 사실 이 목없는 불상을 찾아 나설 땐, 행여라도 을씨년스럽거나 무서울까 걱정했는데 "미륵이"라는 말을 듣자 걱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 합니다.
여기 지도에 보시듯, 홈페이지에 알려진 주소는 봉화 오전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아래 있는 농가의 주소입니다. 아미타여래좌상은 이 농가의 사과밭 한 가운데 있어서 제가 노란 선으로 그려놓은 대로 빙 둘러서 가야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사과밭 안으로 들어가야 석조상을 보러 갈 수 있으니, 밭주인에게 미리 허락을 받으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인 할머니를 만난거였구요.
알려주신대로 빙 둘러 사과밭에 들어가 새순이 나고 있는 가지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가다보니 저 앞에 정말 목없는 석조상이 보입니다. 따뜻한 봄볕아래 어쩐지 나른해보였어요.
가까이 가보니 사과밭 한 귀퉁이에 석조상을 둘러 울타리가 쳐져있고 안내판도 서있네요.
봉화오전리석조아미타여래좌상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4호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있는 석불좌상으로 머리만 없어졌을 뿐 거의 온전하게 남아있다.
당당한 어깨에 가슴은 건장하며 허리는 잘록한 모습이다. 손은 왼손은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손 끝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봉화군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비록 광배와 불두 부분이 소실되었지만, 삼도(삼 겹의 목주름)가 남아있다 하였는데 아무리 봐도 안보입니다. 잘쳐줘야 한 줄이 보이는 것 같은데 아마도 그 한 줄을 가지고 삼도가 있었음을 추정하는 것 같아요.
왼쪽 어깨만 걸친 얇은 옷은 몸에 밀착되어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으며, 옷주름은 평행계단식으로 묘사하였다.
앉아있는 대좌는 상대, 중대, 하대로 구성되어있는데, 상대와 하대에는 화려한 연꽃잎을 새겼다. 8각형의 중대에는 각 면에 사천왕 입상을 돋을새김하였다. 신라말의 전형적인 석불상으로 부석사의 석불상들과 상당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팔 면에 돋을새김 된 사천왕을 사진으로 잘 담아보고자 노력은 했는데... 결과물이 영 시원찮네요.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보입니다?! 아니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입니다?!
제가 석불을 빙빙 돌며 사진을 찍고 관찰하는 사이, 딸랑구는 강아지와 노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네 맞아요 이 강아지, 아까 할머니 따라 마실다니던 강아지 무리의 한 마리입니다. 유독 친근한 이 녀석이 여기까지 저희를 따라와 딸과 놀고 있네요. 딸은 데려가서 키우자는데, 어림도 없죠. 나는 너를 키우는 것 만으로도 족하단다.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의 불두가 있었다면 내려다 보았을 풍경입니다. 도대체 그 불두와 광배는 어디로 간걸까요. 남은 부분들로 추정컨대 9세기 통일신라 말기의 석불이라 보던데, 지금이 21세기이니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온 아미타여래상입니다. 생각해보면 경주 석굴암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겠죠? 같은 세월을 겪었건만, 석굴암 본존불은 잘 보존되어 지금도 그 웅장함과 위엄을 자랑하건만,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도 바람도, 볕도 그대로 받아 광배도, 머리도 소실된 이 아미타여래상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유리벽 너머로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석굴암이 BTS 같다면, 사과밭 한 켠에 자그마한 울타리를 두르고 한가로이 볕을 받고 있는 봉화 오전리 아미타여래상은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이 있지요. 아마도 그래서 광배와 머리가 없어도 무섭지 않나봅니다. 루브르에 있는 승리의 여신상이 머리도, 팔도 없지만 어쩐지 없어서 더 완벽한 조각이 되었던 것처럼, 봉화 오전리 아미타여래상은 불두와 광배가 없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동네 할머님도 친근하게 "미륵이"라고 부르시겠지요.
다시 사과밭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떠나기 전, 밭에 들어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잘 보고 간다 인사드리러 할머니를 찾았더니 목마를텐데 먹고 가라며 시원한 사과와 사과즙을 주셨습니다. 봉화 사과야 워낙 유명하지만, 할머니의 소백산 사과밭은 그 중에서도 고랭지 사과라서 유독 아삭하고 맛있다고 합니다. 할머니 사과밭이 진짜 거의 산 꼭대기에 있거든요.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오늘 너무 많은 보물을 찾은 것 같습니다. 오는 길에 노랗게 피어있던 산수유, 길을 막고 우리를 구경하던 거위들, 누구보다도 반갑게 맞아주었던 강아지들, 낯선 사람을 기꺼이 밭에 들어가게 해주시고 사과도 챙겨주신 주인 할머니, 기괴하거나 을씨년스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스하고 친근했던 목없는 아미타여래좌상. 한가득 보물같은 기억들을 안고 딸아이와 봄나들이를 마쳤습니다. 따스한 봄날, 새롭지만 소중한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이 소백산 밑 사과밭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미타여래좌상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1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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