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울산 대왕암 둘레길, 슬도 바닷길을 걷다
호젓하면서 기암절경이 빼어난 길,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바로 1.6km 이어지는 동구 방어진에 있는 ‘대왕암 둘레길’과 ‘슬도 바닷길’입니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날 호강하며 걸었던 선경 같은 그 길을 포스팅합니다.
‘대왕암 둘레길’은 은빛 백사장에 소나무 가꾸기에 한창인 일산해수욕장 별빛광장에서 대왕암 계단을 오르며 시작했습니다. 나무계단이 가파르지만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을 내서 올라갑니다.
오랜 고목에서 피어난 왕벚나무 터널에 만개한 신비한 벚꽃이 길손을 맞아 줍니다. 오래된 고목에서 핀 벚꽃이라 유별나게 탐스럽습니다.
남쪽 끝의 방언 바깥막구지기를 지나 길이 600m에 이르는 숲에 100년 된 1만 5천 그루 곰솔 밭으로 접어듭니다. 조선시대 말 목장이었으며, 러일전쟁 후 해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조성되었습니다. 숲속에는 해국, 맥문동 등이 솟아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곰솔의 풋풋한 피톤치드에 취해 베일에 싸인 마음을 내려놓고 한량이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1906년 울기 등대를 설치했다 해서 울기 공원이라 부르다 2004년 대왕암공원으로 개칭했습니다. 울기는 동쪽의 끝이란 의미로 한반도 지도의 동남단 끝 지점입니다.
이 길이 흥미로운 것은 시간을 거슬러 전설과 역사를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포토 전망대에 서면 좌측은 일산해수욕장, 바다 복판에는 용궁의 근위 대장과 사랑에 빠진 선녀 ‘민’이 옥황상제 벌을 받아 바위섬이 된 민섬이 실루엣으로 보입니다. 뒤로는 현대중공업 골리앗이 보입니다.
1,285명이 동시 이용 가능한 바다 위 40여 m에서 짜릿한 출렁다리를 즐겨봅니다. 2021년 '햇개비'에서 '수루방' 사이에 중간 지지대 없이 연결한 길이 303m, 보행폭 1.5m로 국내 경간 장로는 가장 긴 출렁다리에서 아이처럼 즐겼습니다.
해안 길로 내려서니 신의 솜씨로 빚은 것 같은 선경에 호강을 합니다. 포말이 이는 용이 있을 법한 용굴은 조용합니다. 청룡 한 마리가 뱃길을 어지럽히자 용왕이 신통으로 돌로 막아 감금했다는 전설이 실감 납니다. 망루를 설치해 숭어 잡이 망을 본 수루방 바위도 제멋입니다.
망망대해를 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미바위, 갓 속에 쓰는 탕건 같은 탕건바위, 괴이하게 생긴 남근바위, 해안에서 가장 높은 곳인 고이, 넓다는 의미의 넙디기, 5개의 바위섬이자 사금을 채취한 사근암 비경에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그렇게 바닷가 길, 전설 바윗길, 송림 길, 사계절 길로 부르는 ‘대왕암 둘레길’을 스쳐갑니다.
등대 앞에 섰습니다. 1906년 3월에 세워진 높이 6m의 백색 팔각형 등탑은 국내에서 세 번째인 등대였지만 해송이 등대를 감싸 불이 보이지 않자 1987년 12월 촛대 모양 등대를 세웠습니다. 동해의 길잡이를 하는 신구 등탑이 함께 서있는 것입니다.
곰솔 숲 사이로 숨은 비경이 출몰해 짜릿한 눈 맛을 선사합니다. 신비한 바위에서 바위로 이어지는 아스라하게 저며 오는 황홀한 감흥은 뭐라 형언할 수 없습니다.
전망대에서 대왕암을 조망해 봅니다. 파도가 부딪치는 포말 사이로 드러내는 대왕암이 웅비합니다.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으로 상상됩니다.
두 바위를 기둥 삼아 놓인 대와 교를 건너갑니다. 길이 50m 폭 2m 다리는 1995년 현대중공업에서 기증한 다리였는데 부식으로 2014년 새로 놓은 다리입니다.
대왕암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용이 승천하다가 그 바위에 떨어졌다 하여 용추암이 라 부르는 바위입니다. 바다용의 별칭인 '대왕(大王)'을 지칭해 대왕암이라 합니다. 전설 속의 용이 떨어지면서 흘린 핏빛인가요. 유난히 붉은 바위에 파도가 철썩입니다.
기암괴석으로 치장된 선경에 고양이들이 전설을 읊조리며 놀부처럼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신라 문무왕의 호국룡 전설 이야기를 비롯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위로 바다에 잠겼다는 전설을 들려줍니다.
건져 올린 해산물을 차려놓은 해녀 포차가 유혹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슬도 바닷길’ 탐방에 나섰습니다. 옛 방어진중학교가 있고 그 아래에 고래를 몰아 포획했던 500m 너븐개에 몽돌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다에 반쯤 잠긴 갯바위의 장엄함과 자연의 신비가 속절없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뒤로는 대왕암이 용처럼 엎드려 있습니다. 해안을 지켰던 초소와 철조망이 눈에 띕니다. 음미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섬뜩한 말을 음미하며 길을 갑니다.
새로운 장관에 눈은 호사를 누리고, 감동은 장구채 놀 듯 현란하지만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쉼 없이 밀려와 부딪치는 억겁의 시간이 만든 고동 바위와 검은 갯바위가 섭리에 순종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전설, 새로운 비경이 마법처럼 펼쳐집니다.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서 젊은 날을 떠올려 봅니다. 외줄기 슬도 바닷길을 걸으면 사파이어 빛 바다가 감동과 자유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정겨운 옛 이름인 ‘용디이 전망대’는 대왕암을 용으로 봐서 목 부분이란 의미이죠. ‘중점. 노애 개안’은 가운데 고개에 늘어선 개안, 배미돌은 동쪽에 있는 바위입니다.
조선시대 석성을 쌓아 말을 가두었던 울타리가 있었다는 성끝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샛노란 유채 밭에서 봄을 만끽하다 담장들이 울긋불긋 색을 입은 마을을 지났습니다. 소리체험관은 몽돌 구르는 소리 등 동구의 소리를 듣고 말입니다.
검푸른 바다에서 요트를 즐기는 모습이 한가롭기만 합니다. 멀리 울산항에 정박 중인 선박들의 모습이 바다색과 어우러져 그림 같습니다.
슬도 교에서 높이 11m로 반구대 암각화 고래를 모티브로 만든 새끼 업은 귀신고래가 손짓합니다. 슬도까지 260m의 파제제(波除堤) 위를 걸어갑니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해서 슬도라 이름 지었습니다.
너럭바위 구멍 120만 개를 들락거리는 파도와 바람이 거문고 가락을 연주하는 섬, 1958년에 세워진 무인등대가 그림입니다. 낚시꾼의 놀이터이며 드라마 욕망의 불꽃, 메이퀸이 촬영 무대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동구의 멋에 취한 한량이의 걷기는 동백꽃으로 하트를 남기고 슬도 명파(瑟島鳴波)를 들으며 마무리했습니다. 한 번쯤 시간을 내서 기암괴석과 바다가 연출하는 '대왕암 둘레길'과 '슬로 바닷길'을 걸어 힐링해 보시길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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