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시간 전
용현동의 시간과 기억을 담다, <용현동 : 흘러와, 흘러간 동네>
SNS Supporters
김 선 화
낡은 벽돌집과 좁은 골목,
익숙했던 용현동의 풍경은 언젠가부터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품은 집들은 하나둘 철거되고,
그 자리엔 낯선 고층 건물들이 채워지고 있죠.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용현동의 옛 풍경을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젊은 청년들이 주축이 된 모임 ‘집카이브’입니다.
그들은 사라져가는 용현동1·4동의 시간들을
하나씩 꿰어내듯 모으고 엮으며,
그 첫 번째 전시 <용현동 : 흘러와, 흘러간 동네>를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공간부터 특별합니다.
적산가옥을 개조해 탄생한 ‘허름한미술관’은
본래 이정애 동화작가님의 아드님이
한때 친구들과 함께 아지트처럼 사용하던 공간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아드님이 서울로 취직하게 되자
자연스레 이곳이 비워졌고,
그 빈자리에 이번 집카이브 전시가 들어서게 된 것이죠.
‘집’을 주제로 한 전시인 만큼,
실제 집에서 진행된다는 점과
용현동이라는 지역 안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전시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한편 전시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기려면
동선을 따라가는 걸 추천합니다.
여정은 입구(나무 덧문) → 집 밖 → 집 안 → 참여 코너
순서로 즐기면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전시장 리플렛은 대문 모양을 형상화해,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는 첫 걸음을
상징적으로 담아냅니다.
이 작은 리플렛 하나에도 동네의 정서와
이야기를 녹여낸 세심함이 남다르죠?
공간은 아담하지만 전시는 상당히 풍성합니다.
1년여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든 이번 전시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도
정성과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참고한 자료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1970년대 용현동 일대 풍경을 담은
지도 복원 공간은 세밀함이 돋보입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집은
노란색으로 별도로 표기 되어 있는데요.
이를 위해 건축물 대장을 하나하나 떼어보거나,
직접 둘러보는 노고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해요.
또 당대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라고 불렸죠.
이 외에도 인하대학교는 인천-하와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단 사실!
자박자박 산책하며 천천히 살펴보면,
뜻밖의 흥미로운 정보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3D 작업이 아닌 손그림과 손글씨로 이뤄진 평면도도 인상적입니다.
제2전시실은 세밀화와 세밀화 속 실제 성물을 비교하며 보면 좋습니다.
덩달아 자개장을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댁을
방문한 듯한 착각도 자아내네요.
이 외의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소품들도 눈에 띄어요.
동네 주민마다 다르게 그려지는
인하대의 범위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하나의 동네 아래 각자의 기억과 시선이 여러 풍경으로 존재하죠.
곽은비, 유화연, 진수진, 일공, 조율재.
이 다섯 참여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다채롭습니다.
건축, 사학, 영상 등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이들이 모여,
용현동의 역사와 공간을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이번 전시는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역사에서 시작해,
거시적으로는 동네라는 공동체의 기억까지 온전히 담아냅니다.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시간과 공간,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낸 하나의 아카이브이자 살아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죠.
전시는 오는 7월 12일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됩니다.
참여자들은 전시 기간 중 상주하지 않으므로,
별도의 만남이 필요하다면 사전 연락 후 방문 바랍니다.
[TIP] 얼굴 인증 사진이 부담스러우면 맨홀에서 발 사진을 찍어보세요.
허름한미술관
위치_인천 미추홀구 인주대로238번길 20
문의_인스타그램(@zip.chive)
전화_050-6741-0968
※ 이 글은 미추홀구 SNS서포터즈가 직접 작성한 글로 미추홀구청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미추홀구
- #용현동
- #용현동전시
- #허름한미술관
- #역사물
- #기록물
- #기록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