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영월에 살아요_장마를 맞이하며
장마를 맞이하며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지난 주말, 한 차례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며 여름을 알렸다. 벌써부터 장마가 온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아직 장마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봄철에 낙엽이 가득 쌓인 배수로를 청소하고 데크 바닥에 오일 스테인을 발라 놓긴 했지만 그래도 장마는 늘 무서운 자연재해다. 지난여름과 지지난 여름에도 피해는 없었지만 하늘이 뚫린 것처럼 매일 쏟아지는 장마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을 졸였었다. 한번, 두 번씩 조금 나눠서 내리면 좋을 텐데 쨍쨍하니 소식도 없다가 와르르륵 하고는 한 번에 한바탕 물난리를 치고 가는 장마가 야속하다. 그래도 역시 비가 올 때가 되긴 했다. 물이 많이 줄어서 요즘 계곡에는 돌만 가득한 풍경인데, 장마가 한번 시원하게 내리고 나면 집 앞에 있는 계곡에도 물이 콸콸콸하고 들어찰 것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겠지.
작년부터 현관문 앞에 어닝을 설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결국 올해에도 장마가 올 때까지 달지 못했다. 처마가 짧아 비가 내리면 그대로 나무문에 들이쳐서 이미 작년에 삐딱하게 틀어지고 휘어졌는데, 그래서 올해에는 비를 막아보려 했는데 늦고 말았다. 산속에 있는 주택의 삶이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장마는 결코 내 의지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작년 장마철에 가장 큰 고비는 정전이었다. 산 아래 어디에선가 사태가 나는 바람에 한참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 집은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전기가 없으니 전등이나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건 당연했고, 가스레인지가 아닌 인덕션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조리도 불가했다. 그뿐 아니라 산속에 있는 집에는 당연히 상수도가 없어서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전기가 없으니 펌프 작동이 멈춰서 단수도 된 셈이다. 물과 불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산속이라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아서 단말기를 달았는데 그 역시도 전기가 필수. 거기에 핸드폰 충전도 불가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세상과 단절된 상황인 셈이다. 점점 줄어드는 핸드폰 배터리를 보며 그때 처음으로 산속에 산다는 것에 조금 겁이 났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산불 걱정, 비가 많이 내리면 사태 걱정. 걱정을 사서 하게 되는 산중 생활이건만, 이 글과 함께 있는 사진들을 보라. 산으로 운무가 짙게 깔리고 초록이 선명하고 수채화처럼 산의 능선이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거대한 자연 풍경을 담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나는 사진 속 풍경을 실제 두 눈으로 바라보며 와, 하고 감탄만 했다. 앞마당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나도 멋져서 걱정 따위는 말 그대로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이 사라졌다. 이곳이 정말 무릉도원이구나! 방문하는 손님들이 하던 말을 집주인인 나도 하게 되었다. 여름날의 풍경, 장마가 멋진 풍경만 만들어주고 얌전히 다시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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