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한여름에 즐기는 장애 없는 예술 축제
아트 브룻 – 예술의 발견, 순수의 시작
여름이 깊어 가면서…
광명문화재단 누리집에서 각종 전시와 공연 정보를 뒤적이고 있었다.
오래된, 소확행을 위한 나의 습관이다.
그러다 생소한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트 브룻(Art Brut)!
그리고 피카소 혹은 샤갈이 연상되는 포스터도 내 눈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향유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에 기분 좋은 궁금함을 안고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을 찾았다.
2023년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
이번 전시는 ‘2023년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이 함께하는 전시로, 장애ㆍ비장애로 나누어진 벽을 허물고 문화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배리어 프리 전시로 진행되고 있다.
★ 전시 작품 일부를 촉각 체험 작품으로 함께 전시하는 것,
★ 전시장 내 여러 포인트에 수어 해설 영상을 볼 수 있는 태블릿을 준비한 것,
★ 각 작품 해설 옆에 마련되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오디오 도슨트를 들을 수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모든 시민의 문화 접근성이 향상되어 문화 향유의 소외 계층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광명문화재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 브룻과 아웃사이더 아트
전시명 아트 브룻(Art Brut)은 프랑스 예술가 장 드뷔페(Jean Dubuffet)에 의해 1945년 명명된 용어로 가공하지 않은 예술, 원시적인 순수한 예술 즉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듯한 특징을 지닌 예술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신병원이나 수용소의 수감자들이 치료와 치유의 목적으로 창작한 미술품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예술 활동에 대한 목적 혹은 자각이 없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지칭한다.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제도권 밖에서 성장한 예술가의 작품과 그러한 예술 세계를 총칭하는 아웃사이더 아트는 여기에서 파생되면서 의미 확장을 이룬 것이다.
전시장은 크게 4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Part 1. 유럽에서 태동한 아트 브룻(Art Brut)
이 섹션은 유럽의 아트 브룻 작가 11인의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 되어 있다.
특히 '아우구스트 발라'와 '프란츠 케른바이스'의 작품은 촉각 체험 작품으로도 전시 되어 있다.
이런 ‘만져볼 수 있는 그림’은 시각예술을 즐기기 어려운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매우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두 작가는 모두 ‘구깅 예술가의 집’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궁금해서 그 자리에서 검색해 보니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멀지 않은 마리아 구깅 마을에 있는 정신의료요양소이다.
요양소에 심리치료를 위한 아트 센터가 1981년에 건립되었고, 그것이 ‘예술가의 집’으로 명명된 것은 1986년이라고 한다.
Part 2. 로잔 아트 브룻 미술관
장 뒤뷔페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예술에서 아카데미즘에 물들지 않은 독창성과 강렬한 표현력에 감명을 받아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스위스 로잔에 세계 최초의 아트 브룻 전문 미술관을 세워 그것들을 전시, 교육, 연구했다.
로잔 아트 미술관의 주요 전시품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는 이번 섹션에서는 아트 브룻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장 뒤뷔페의 시선이 담겨 있는 듯 하다.
Part 3. 미국으로 건너간 아웃사이더 아트
아카데미즘을 벗어난, 모든 비제도권 예술을 총칭하는 ‘아웃사이더 아트’는 ‘아트 브룻’의 확장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시작되어 최근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섹션에서도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예술가의 작품을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유럽의 작가들과 신대륙 작가의 작품 성향이 어떻게 다른 지 살펴볼 수 있고
미국으로 건너간 예술이 어떤 개념적 변화를 겪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Part 4. 한국의 아웃사이더 아트
마지막 섹션에서는 한국의 작가를 소개한다.
광명시민이기도 한 ‘한진우’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에 펭귄을 등장시킨다.
화폭 안에서 혼자, 혹은 무리 지어 서 있는 펭귄들은 우주와 인간 등의 본질을 탐구하고 따뜻한 인간 본성이 우주를 지탱하는 근본 질서임을 보여준다고 한다.
‘임이삭’ 작가의 작품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에 신비로움이 더해져 있다.
비현실적인, 영적인 영역의 묘사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어쩌면 작가의 경험일지도 모를 일이다.
벗이미술관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 최초의 아트 브룻, 아웃사이더 아트 전문 미술관으로 2015년 개관한 ‘벗이미술관’의 소장품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소외계층, 장애인, 비전문가, 영세민 등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운영되고 있는 벗이미술관은 한글로는 ‘벗’ 즉, 친구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 영문으로는 ‘VERSI’ 즉, 다양성(Diversity)이라는 키워드를 드러내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평생의 시간을 들여서 무언가를 극도로 좋아하고 몰입한 애호가라 할지라도 ‘아마추어’라는 꼬리표를 떼어 주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SNS 및 1인 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어 애호가와 전문가의 경계가 모호해진 요즘
아트 브룻, 아웃사이더 아트를 통해 전달 받는 메시지는 매우 깊었다.
기존의 명성, 배경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그 예술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관객의 취향만이 그 작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 편견이나 선입견, 타인의 평가 등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100여 년 전에 순수한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예술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간파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전시 기간 : 8월 20일까지
※ 관람 시간 : 10am – 6pm (월요일/광복절 휴관)
※ 전시 도슨트 : 11am / 15pm (1일 2회)
배리어 프리 전시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0UQMIPv5hs
【전시연계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를 위한 아트 브룻'
에듀케이터와 함께 전시감상은 물론 발문을 통해 나오는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예술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미술을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 본 프로그램은 학부모 분리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소정의 참여료가 있으니 확인 바랍니다.)
● 진행일자: 8월 4일(금) / 8월 11일(금) / 8월 18일(금)
● 진행타임: 11시 / 14시 / 16시
● 참여대상: 54개월 이상 12세 이하
● 참여인원: 회당 10명 내외
● 소요시간: 50분
● 예 매: 벗이미술관 홈페이지
https://versiartmuseum.imweb.me/28
● 프로그램 문의: 031-338-2944 (벗이미술관)
광명시 온라인시민필진 카라반(정연주)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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