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강동구 기자단] 고덕평생학습관이 가까이 있는 건 다행이고 행운이다.
고덕평생학습관이 가까이 있는 건 다행이고 행운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도서관이 있다. 사는 아파트에서 이면도로 찻길만 건너면 고덕평생학습관이 있다. 나는 물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는 건 그 무엇보다 큰 행운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 고덕평생학습관을 두고도 그동안 이용하지 않았다. 기억이 지워진 오래전에 회원증을 만들기는 했는데, 책상 서랍 어딘가에 깊숙이 처박혀 있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발려서 책을 읽으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좋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책을 빌리면 정해진 기한 내에 반납해야 한다. 책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시간에 쫓기는 게 싫어서 그동안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
또 많은 사람이 보는 책이라 좋은 문구나 내용이 있어도 마음대로 줄을 긋거나 표시를 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책을 빌려 읽는 것보다 사서 읽는 걸 좋아했다. 책을 사서 읽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고 읽을 수 있는 게 그 무엇보다 좋다. 그리고 책꽂이에 한 권 한 권 책이 쌓여갈 때마다 뿌듯해서 좋았다.
이렇게 사서 읽다 보면 몇 년에 한 번씩은 책을 정리해야 한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나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을 뺀 나머지 책들은 눈물을 머금고 정리했다. 아깝기는 했지만, 정해진 책장 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도서관처럼은 아니더라도 커다란 벽면을 꽉 채울 수 있는 책장을 갖는 게 로망이다.
지난 3월부터 고덕평생학습관을 찾기 시작했다. 3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직장이 5호선 종점인 방화역 부근이다. 출퇴근하려고 지하철 타는 시간이 왕복 3시간이 조금 넘는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많은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이 떨어지게 핸드폰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책을 읽기로 했다. 먹는 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책 읽는 건 편식을 한다. 좋아하는 책은 주로 산문과 소설이다. 특히 소설 중에서는 역사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역사소설 중에서도 대륙을 휘저으며 대제국을 이루었던 장쾌한 역사의 고구려와 발해에 관한 책들을 좋아한다.
역사소설은 대부분 여러 권으로 나오는 게 많다. 그렇다 보니 책값이 은근히 부담되어 그동안 읽지 못한 게 많았다. 이런 기회의 고덕평생학습관에서 책을 빌려 마음껏 읽기로 했다. 마음을 먹자마자 서둘러 책상 서랍부터 뒤졌다. 다행히 깊숙이 숨어 있던 고덕평생학습관 회원증을 찾았다.
휴면 상태에 있던 회원증을 되살리고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빌린 책이 일곱 권으로 된 김진명의 ‘고구려’였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2권까지 사서 읽다가 그 뒤로 읽지 못했다. 요즘은 김홍신의 ‘대발해’를 읽고 있다. 남들은 오랜 출퇴근 시간이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소설을 읽는 재미가 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사진 : 5~7]
고덕평생학습관을 이용해도 가는 곳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1층 문헌정보실에서 책을 반납하고 빌리는 게 전부였다. 빌려 읽고 있던 대발해 1~2권을 반납할 때가 되었는데 그만 깜박하고 있었다. 다행히 고덕평생학습관에서 보내준 문자 덕분에 반납일을 놓치지 않았다. 반납일이 마침 쉬는 날이라 여유가 있어 이번에는 고덕평생학습관을 자세히 둘러보기로 했다. 책을 반납하고 빌리러 가는 길이지만, 이번만큼은 여행하는 마음으로 고덕평생학습관을 갔다.
그래서일까? 드나들면서 눈에 익은 학습관 건물이 오늘따라 조금은 다른 느껴졌다. 초록 잎사귀가 가득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이 다른 때와 달리 멋있게 보였다. 건물 옆에 잘 가꾸어 놓은 정원에는 생동하는 봄기운이 가득했다.
고덕평생학습관 정문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스마트도서관과 ‘필사공감’의 공간이 있다. 그동안 스쳐 가면서 보기는 했지만, 딱히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필사공감’은 이름만 보아도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내부가 궁금해 안으로 들어가 봤다. 아담한 크기의 공간에는 책들과 필사하는 데 필요한 문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쪽 벽에 필사한 메모지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 작은 공간은 아늑하고 차분하게 느껴졌다.
학습관 1층 널찍한 홀에는 책상이 띄엄띄엄 놓여 있다. 올 때마다 보면 그 자리에는 대부분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이 책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눈에 익은 그 모습이 늘 보기 좋았다. 집에서 보는 둥 마는 둥 TV만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책부터 반납하고 빌린 다음에 고덕평생학습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문헌정보실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을 보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은 읽고 있는 책이 있으니까 빌릴 책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새롭게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욕심이 많아 이게 읽고 싶으면 저것도 읽고 싶다.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어느 것을 먼저 먹을지 고민하는 아이와 다를 바 없다. 도서관의 책들이 어느 한순간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어느 걸 고를까 매번 고민한다.
고덕평생학습관은 1984년에 문을 열었다. 학습관에는 국내외를 망라한 약 18만 권의 일반도서와 어린이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거기에 비례해 보유한 책들이 늘어나 지금의 규모를 이루었을 것이다. 도서 대출은 한 사람이 5권까지 14일간 빌릴 수 있다. 반납기일 전에는 한 차례 대출 기간을 연기할 수도 있다.
책을 빌리면서 보니까, 왼쪽에 디지털 자료실이 있다. 퇴근하면서 서둘러 왔다가 곧바로 돌아가다 보니까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런 게 있는지 몰랐다. 책을 받아 들고 디지털 자료실로 가봤다. 컴퓨터가 꽤 많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검색하고 또 읽고 있었다. 그들은 고덕평생학습관을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헌정보실 앞에는 어린이실이 마주 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가 책 속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러워 미소가 절로 나왔다. 지하까지 내려가 본 다음에 자율학습실과 학습기기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습관 건물 밖의 세상은 시끄럽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은 바깥세상의 일상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얼마나 차분하고 조용한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것인지 모른다.
독서실을 다녔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그땐 형제는 많은데 집에 방이 많지 않아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 보니까 시험 때가 되면 공부한답시고 친구들과 어울려 독서실을 갔다. 친구들과 함께 가다 보니까 실상은 공부 반 놀기 반이었다. 밤새워 공부할 것처럼 호기를 부리다가 결국 의자를 쭉 붙여 놓고 그 위에서 잠잤던 추억이 떠올랐다.
다 둘러보고 나니까 고덕평생학습관이 이전과 달리 더 친근하게 여겨졌다. 또 앞으로 더 자주 들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책만 빌려보는 게 아니라, 자기 계발을 위해 학습실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덕평생학습관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다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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