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특별한 복합 문화 공간

마고 하우스

독립영화ㆍ명상ㆍ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

막사발을 빚는 움막이 많았던 곳이라 사기막골, 해살이풀(창포)이 많아서 해살이마을로 불리는 사천면 사기막리에 있는 ‘마고 하우스’로 향하는 길, 조붓한 하천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산이 슬쩍 자리를 내준 너른 마을이 열리고, 그 중간쯤에 있는 작은 표지판을 따라가면 주황색 지붕의 ‘마고 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방문객을 먼저 반기는 것은 멋진 그림을 품은 표지석이다. 아래쪽 큰 바위에는 이집트 신화 속 하늘의 여신 누트 그림과 함께 ‘마고 하우스’라는 글씨가, 위에 놓인 작은 바위에는 집과 해가 그려져 있는데 모두 화가 친구의 정성이 담긴 작품이다. 글 이옥경 객원기자 | 사진 전용태 명예기자

돌에 반해 작은 집 짓고 이사

‘마고 하우스’의 마고는 흔히 마귀할멈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창세 설화에 등장하는 창조신이기도 하다. 큰 몸집만큼이나 센 힘으로 흙이나 돌을 옮겨 산과 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곳 ‘마고 하우스’에는 강인해 보이기는 하나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정경숙 선생이 자연의 일부인 듯 살고 있다.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특히 여성사에 관심이 컸던 선생을 이곳에 정착하게 한 것은 대공산성을 쌓고, 남은 돌을 사기막골에 흩뿌렸다는 마고 할멈의 설화였다. 이를 증명하듯 사기막골에 널린 수많은 돌과 원시에 가까운 숲과 계곡, 아름다운 별이 선생을 매혹했다. 돌에 반해 작은 집을 짓고 이사를 한 게 30년 전인 1993년. 그러나 조용하게 아마추어로 살기를 지향하는 선생에게 더없이 좋은 안식처였던 집은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기둥만 남고 말았다.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가늠조차 못할 정도로 자연의 무서움을 실감했으나 떠날 생각은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쓸려나간 자리를 뒤덮고 있는 하얀 모래의 황량한 아름다움을 동력 삼아 선생은 집을 고치고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

‘마고 하우스’를 연 것은 2022년이다. 기존 살림채에 잇대어 지금의 ‘마고 하우스’를 짓기까지 약 1년 반이 소요됐다. 정경숙 선생은 강릉원주대학교에서 사학과 교수로 재직한 30년을 “책상물림에 지나지 않았던 폐쇄적인 성격으로 살았는데 그런 나 자신을 오픈하고, 늘 꿈꿔왔던 일을 하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다.”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선생은 커피를 내리고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명상과 명리命理ㆍ타로 상담으로 많은 이들과 충만함을 나누는 중이다.

넓은 정원은 휴식과 치유의 공간

잔디가 깔린 넓은 정원은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다. 계절마다 다르게 피고 지는 꽃과 나무를 보면서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을 벗 삼아 재충전한다. 정원의 끝자락에 있는 자그마한 정자도 발밑을 흐르는 물소리와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 속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명상의 공간이다.

‘마고 하우스’의 구조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1층에서는 차를 마시면서 명리와 타로 상담을 할 수 있고, 2층에서는 강릉지역 출신 감독들의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그 쓰임에 맞게 1층은 하얀 벽에 서까래가 드러난 높은 천장, 페달 세 개짜리 피아노와 정경숙 선생이 박사논문을 쓸 때 아버지가 사주셨다는 우리말식 자판의 타자기,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고가구와 선생이 여행지에서 사 모은 찻잔이 정갈하게 진열돼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2층은 천장은 조금 낮지만, 프로젝터와 음향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하얀 벽을 스크린으로 사용한다. 상영하는 영화 중에는 정경숙 선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J와 나’라는 독립영화도 있다. 강릉에서 활동하는 김만재 감독이 만든 ‘J와 나’는 성향이 아주 달라서 서먹하게 지냈던 두 여성이 만나 끊임없이 배우고 주위를 사랑하면서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여정을 묘사한 작품으로, 중년 여성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했다는 호평과 함께 2022년 강원 영화제 햇시네마페스티벌에서 최고 상인 황금 감자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상업성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려주는 작품이 진짜 영화라는 게 선생의 영화 선정 기준이다. 선생의 영화 출연이나 작은 독립영화관 운영도 영화 운동의 일환이다. 강릉 출신의 독립영화감독이나 그들이 만든 영화가 아주 많지만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재정 위기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좋은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예술 독립영화관 강릉씨네마떼끄 “신영극장을 부탁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는 것도 같은 까닭에서다.

명상을 통해 치유의 세계로

‘마고 하우스’의 또 다른 묘미로 꼽히는 명리 상담은 하늘의 이치를 깨우침으로써 주어진 명을 최대한 정의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학문으로, 개인의 기복을 위한 미신적인 점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주에 타로를 접목해 인생에 대해 대화하고 명상을 통해 치유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다. 명상은 참된 자아를 깨닫기 위해 고요히 눈을 감고 마음을 집중시키는 일을 말한다. 40대부터 명상법을 공부하기 시작한 선생이 직접 나서서 마음을 깨끗이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휴식을 촉진시키거나, 마음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열여덟 살 무렵 명리학에 눈을 뜨게 된 소녀가 박경리 선생과 같은 역사소설을 쓰고 싶어 국문학과를 꿈꾸다가 사학과로 진로를 바꾼 일도, 첫 직장으로 드라마센터를 선택해 연극 기획에 참여한 일도, 교수가 되고, 학장(제 9대 강릉원주대학교 인문 대학)의 중책을 맡고서도 인연을 따라 신성한 땅을 찾아다니며 명상법을 공부한 일도 마침내 오늘에 이르기 위한 긴 여정이었던 듯하다.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말기인 1907년 대안동 국채 보상 부인회와 진명 부인회 등 각종 여성 단체 회장직을 역임했던 신소당(1853~1930)의 이야기를 다큐와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영화 만드는 공부도 했다는 선생의 내면은 고요한 듯 뜨겁다. 선생의 열망이 꽃처럼 피어나 튼실하게 열매 맺기를 기대해 본다.

마고 하우스

강릉시 사천면 해살이길 19-14

☎ 0507-1385-7255

이용권 : 2시간/2만 원

기본 제공 : 로컬 영화 감상, 음료 제공

선택 : 명리ㆍ타로 상담 또는 명상 서비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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