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봄이 오는 배내골 주암계곡의 연가
물소리가 경쾌하고 봄이 오는 날,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일명 배내골)에 있는 주암계곡을 찾았습니다.
배내골은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명명했으며, 한자로 이천이라고도 부릅니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계곡, 봄이 오는 주암계곡을 포스팅합니다.
해발 1,200m에 가까운 재약산과 천황산 사이 사자평 샘에서 발원해 길이 10리가 넘는 깊은 골짜기입니다.
숲마저 울창해 단풍 명소로 이름나 있고, 수량이 풍부하고 수종이 다양해 아름다운 계곡이기도 합니다.
배내 주차장에서 울산 학생수련원을 지나 주암마을까지 차로 내려와 유료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주차비는 하루 3천 원, 1박2일은 5천 원이었습니다.
주차장 한쪽에 등산 안내판과 영남알프스 등산 지도를 확인하고 계단을 오릅니다.
재약산까지 6.8km라 표기된 들머리 나무 계단을 올라서자 정비가 잘 된 오붓한 오솔길이 나타났습니다.
길에 너덜길이 생겨 걷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비가 내릴 징조인지 먼 산자락을 휘어 감는 자욱한 안개가 멋진 산수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안개로 덮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할 때마다 자연의 향연에 감탄을 연발하며 호방한 산길을 걸었습니다.
왼편에 우뚝 솟은 위용이 느껴지는 주계바위(775m, 심종태바위)가 봄기운을 물씬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주암(舟巖)은 글자 그대로 '배 바위'란 뜻의 한자 표기입니다.
마을에서 보면 바위를 인 산봉우리 형상이 꼭 갯가로 밀려온 큰 범선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주암계곡과 주암마을 명칭도 이 주계바위에서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호방한 등산길을 10여 분을 걷고 나니 계곡을 진동하는 물소리가 봄의 왈츠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숲 사이로 하얗게 보이는 물줄기가 봄의 연가로 들려와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고지대에 끼여 있어 일조량이 2시간쯤 짧아, 여름에도 냉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룬 주암계곡 풍경이 그야말로 선경이었습니다.
길은 물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이어졌습니다. 물소리는 틈도 주지 않고 계속 조잘댑니다.
그 봄의 왈츠 같은 물소리에 평정심을 찾고, 힐링을 즐기며 걸었습니다.
계곡 주변 산길의 울창한 숲은 이미 봄의 영향권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워낙 선경이라 마음에 가득한 삿된 생각과 속진을 말끔히 씻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산 그림자를 담고 있는 크고 작은 소와 담(潭)과 고만고만한 폭포들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넓은 암반과 건너뛰기에 적당한 바위를 이리 넘고 저리 돌아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람쥐가 노니는 바위가 병풍처럼 앞을 가리고, 열악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들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또 많은 줄기를 가진 나무와 서로 엉켜 자라는 나무들이 보기 드문 오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봄을 알리는 개나리와 산수유가 멋을 풍기며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꽃의 아름다움은 지친 영혼을 맑게 해 기분을 상승시키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물소리 벗 삼아 등산객들이 오가는 길을 굽이굽이 돌아갑니다.
격하게 꺾이는 감입곡류가 깎아지른 암벽, 시퍼런 물이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신령한 바위를 돌며 내는 물소리의 후음이 실루엣이 되는 승경을 지나갑니다.
거친 자연에 순응한 원시 계곡의 전설과 애환을 고스란히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곳곳에 물과 바위가 명경지수를 이룬 천연 자연박물관이 따로 없습니다.
계류가 흐르다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루고 있어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계곡이라니 이해할 만도 합니다.
뭇 생명체들의 젖줄이 되기 위함인가요. 홀연히 흘러가던 물줄기가 경계를 허물고 잠시 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얀 분노색을 띠며 소용돌이치던 물살도 소에 이르면 마법처럼 평온해지는 것이 경이했습니다.
물비늘을 일으키며 흐르는 물줄기는 우뚝 솟고 까칠한 암반을 넘어 흐르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계곡 주변에 듬성듬성 놓여 있는 바위들이 닳아 고운 결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닳은 바위가 연꽃처럼 풍만한 불심을 느끼게 합니다. 참선하듯 순리대로 낮게 흐르는 물길은 결코 도도하지 않고 거만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구절양장(九切羊腸)처럼 구불구불 돌아치는 주암계곡의 물굽이가 심산계곡 암반을 타고 흘러가는 풍경은 선경이었습니다.
초록에 몸을 단장하기 시작한 봄날, 눈 맛 상큼한데 물줄기가 우렁우렁 흘러갑니다.
시퍼런 소(沼)는 하늘과 산 그림자를 품어 동양화가 됩니다. 이무기가 살 법해 섬뜩합니다.
물속 깊이만큼 골짜기 길을 천천히 걷어 봅니다.
생명의 천국에서 누려보는 환희의 유랑 놀이가 이만할까 싶습니다.
신선들이 만들어 놓은 걸작입니다. 눈길 주는 곳마다 명작 동양화가 나타납니다.
억겁의 시간을 빌려 빚은 자연의 솜씨이니 어찌 혼을 앗아 가지 않겠습니까.
기암의 장엄함과 나무의 신비가 무던한 내 감흥을 마구 휘저어 놓았습니다.
수만 가지 사유를 연상시키는 오묘하게 생신 바위들이 신묘하기만 합니다.
익숙하지 않는 신비에 매혹 당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 지경이었습니다.
풀은 엽록소를 우려내 싹을 틔우느라 분주합니다.
청아한 물소리가 멈추지 않고 노래를 불러주는 가운데 기분은 춤이 절로 나옵니다.
마냥 아름다운 봄의 왈츠로 들려옵니다. 격조 높은 음률이 넘치는 무도회장이라 해야 옳지 싶습니다.
격한 생존경쟁에서 패배한 나목이 보이고, 살아있는 것들은 다투어 싹이 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합니다.
불쑥 튀어나온 바위가 걸음을 훼방 놓습니다. 험준한 계곡에서 두려움을 안고 전진하는 데는 담력이 필요했습니다.
흐르는 물과 오묘한 바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나무가 감정을 자극해 잔뜩 감흥을 가슴에 넣어주었습니다.
경이한 물소리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에너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크고 작은 소와 폭포들이 이어지고 있어 감동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집터와 묵정밭의 흔적을 지나치자 작은 암자 천왕정사에 닿았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 노부부가 염소를 키우며 살았던 오두막이 절로 변한 곳이라 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설치해 놓은 물줄기에서 인정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늘만 보이는 산골짜기에는 생각이 끼어 들어갈 틈이 없고 무섬증만 활개칩니다.
험준한 산골짜기를 거슬러 올라 만난 거대한 바위, 저절로 주술이 이는 폭포 앞에 허리가 굽혀집니다.
지팡이로 바위를 두드려 두려움을 물리고 숲속을 지나 깊은 골짜기에 들어갑니다.
물소리 바람 소리로 요란하던 골짜기는 무섬증을 일으켰습니다.
잔뜩 겁에 잘려 있는 나를 바위 어딘가 숨어서 망을 보고 있을 것 같은 멧돼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귀신이라도 나올까 싶어 머릿발이 삐쭉 서서, 두렵고 으쓱합니다.
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해 오르다 보면 어느새 경사가 심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물소리가 은은하고 왈츠 같은 봄의 연가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이 둘로 갈라지는 주암 삼거리를 지나면 재약산 가는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한 번쯤 천혜의 원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주암계곡을 걸으며 힐링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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