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밀양 여름 여행/배롱나무 숨은 명소) 반계정의 배롱나무를 꿈꾸며...
밀양 반계정(密陽 盤溪亭)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아불2길 43-102 (지번. 단장면 범도리 181)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16호(1995년 5월 2일 지정)
지난 7월에 배롱나무 출사지를 찾던 중 알게 된 반계정.
7월에 왔을 때는 푸른 잎만 보고 갔기 때문에 한 달 뒤에 오라고 하신 반계정을 관리하고 계시는 어르신 말씀이 떠올라 다녀왔었답니다.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에서 내려 24번 국도 언양, 표충사 방향 금곡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1077번 지방도를 타고 표충사 방향으로 가다가 석전 버스정류장을 지난 뒤 아불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 범도 보건 진료소 앞을 지나 계속 들어가면 아불 마을을 만나게 되지요. 거기서 아불 마을 초입 단장천 강둑으로 난 좁은 소로를 따라가면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를 만나다가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만한 흙길을 따라 들어왔답니다.
7월에만 해도 길이며 길가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서 진입하기가 사실 망설여졌는데 풀을 깎고 계신 분이 보였답니다.
무더운 날씨인데도 혼자서 다듬어주신 바람에 그나마 외진 곳에 있는 반계정까지 잘 올 수 있었답니다.
생각보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반계정 쪽을 보니 꽃으로 뒤덮여 있을 줄 알았던 나무는 여전히 ...
반계정으로 오기 전에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더니 외출 약속이 있어서 나가신다고 하시면서 반돌이(두마리의 개 중에서 큰 개의 이름)는 묶어놓고 나가신다고 하시면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시더라고요.
반계정으로 들어가는 협문 쪽으로 오니 그나마 꽃이 펴 있더라고요.
다시 보니 제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돌계단이고 배롱나무였지만 제가 작가님을 모시고 갔던지라 그분의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반계정은 반계 이숙의 별장 건물로서 조선 영조 51년(1775)에 지었다고 해요.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지냈던 조선 후기 유학자 이숙이
1775년에 단장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넓은 바위 위에 지은 정자이다.
돌을 깎아내지 않고 자연석 위에 그대로 집을 짓고,
담장은 냇물을 보는데 지장이 없도록 낮게 조성한 점이 특징이다.
평평한 돌 위로 강물이 흘러가는 풍광에 반해
신의 호를 반계라고 짓고 정자 이름으로도 삼았다. ㅡ중략 ㅡ'
반계정 입구에 있는 안내문의 내용
당나라의 대문호 한유(韓愈)는 '선비가 나라에서 뜻을 얻지 못하면, 산림에서 지낼 따름이다(士不得於朝, 則山林而已)'라고 한 바 있는데, 반계정의 주인공인 반계 이숙이 그러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넉넉한 학문과 덕을 가지고도 출세를 위하여 쓰지 않고 산수간(山水間)에 거처하면서 주변의 평범한 자들에게 감화를 주면서 자신의 생애를 목적 있게 경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싶어질 정도로 반계 이숙의 삶이 부럽기도 합니다.
반계정 현판은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의 글씨로서 진본은 한국국학진흥원에 보관 중이랍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모사품이랍니다.
반계는 학문과 덕행을 갖추고도 세상에 나아가 쓰지 않고 산수 간에 은거하여 인생을 자락(自樂) 하다가 만년에 이곳을 점지하여 정자를 세우게 되었는데, 반계의 행적(行蹟)은 허섭(許涉)이 지은 반계묘지명, 류주목(柳疇睦)이 지은 반계묘갈명, 반계의 5세손 이소구(李韶九)가 지은 유사기문(遺事記聞) 등에 그 대강이 남아 전한다고 해요.
반계는 특이한 자질을 가져 부친 이지적(李之迪)의 명으로 그 고장의 학자 문암(門巖) 손석관(孫碩寬)에게 나아가 수업을 받았고, 성장하여 왜 과거를 보지 않았는지에 대하여는 전하는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지만 단지 치암(癡庵) 남경희(南景羲)가 지은 반계정기(盤溪亭記)에 의하면 반계는 '맑고 간결하며 욕심이 적었고, 익히는 것과 숭상하는 것이 세속을 초월하였다(淸簡寡欲, 習尙超俗)'라고 하는 말이 전할 뿐이랍니다.
항상 베풀기를 좋아하여 이웃 마을과 친척들이 궁핍하고 굶주리는 자가 있으면 자신의 재물을 다 내어 도와주었고, 마을에 시비나 소송이 일어나면 반드시 반계에게 물어 처리할 정도로 그때마다 바르게 타이르고 깨우쳐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복종하게 하였다고 알려진 반계는 당시 88세의 장수를 누렸다고 해요.
나라에서 덕망 높은 이가 장수하면 관직을 하사하는 수직(壽職) 제도가 있었는데, 반계는 82세 때에 통정대부(通政大夫) 첨지(僉知) 중추부사(中樞府事)의 은전(恩典)을 받았다고 해요.
'선비가 이 세상에 태어나 관직을 탐하다가 공명 길에서 무너지는 것과 타고난 분수를 깨달아 본분을 지키며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낫겠는가'라고 하면서 진실한 수행자로 한 생을 살다간 인물이고, 세상에 자취를 남기거나 연연하지 않은 인물임을 실감케 하더군요.
반돌이가 묶여 있으면서 소리를 내며 짖으니 탕이(두 마리의 개 중에 순해서 줄을 풀어 놓아도 위협적이지 않은 작은 개)도 따라서 짖기도 했지만 이름을 불러주면서 달래듯 이름을 불러주니 저도 머쓱한지 기둥 뒤에서 제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반계정의 정당에서 대문으로 내다본 모습에 배롱꽃이 담기니 그나마 꽃이라고 마음이 가라앉아집니다.
반계정 앞을 흐르는 응천(凝川)을 따라 동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맑은 여울이 옥류(玉流)처럼 흐르는데, 북으로는 정각산이 뻗었고 동남으로는 푸른 산굽이가 병풍처럼 둘러 있으며, 또한 반계정이 앉은 곳은 천연의 반석이 둘러져 있어 은자가 거처할 만한 장수처(藏修處)이기도 하지요.
반석의 기초 위에 세워진 집이라서 반계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 것이지만, 사실 시경(詩經)에 있는 '고반(考盤)' 시의 뜻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요.
'고반이 시냇가에 있으니(考盤在澗), 석인의 마음 넉넉하도다(碩人之寬)'라고 노래하였는데, 시인이 은자(隱者)를 노래한 것으로서, 고반의 뜻은 여러 가지로 풀이되지만 대체로 '고(考)'는 '이루다'로, '반(盤)'은 '반환(盤桓)'으로 '맴돌다' 즉 '은자가 일정한 곳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며 살다'로 해석되며, 석인은 너그럽고 넉넉한 큰 덕을 지닌 은자를 뜻한답니다.
반석을 타고 흐르듯이 꽃을 피웠을 능소화 줄기에 몇 송이의 꽃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서 이곳은 여름의 배롱뿐만아니라 능소화의 노래도 엿들으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암과 죽리(竹籬) 손병로(孫秉魯)가 읊은 반계정 12경은 그곳 풍경을 잘 표현하고 있답니다.
남쪽 들판 벼 향기(南郊稻香), 북벽의 기이한 암석(北壁奇巖), 앞 시내 인월(前溪印月), 옛성의 낙조(古城落照), 각산 다리의 나무꾼 노래(覺棧樵歌), 마을에 뜬 밥 짓는 연기(泛村炊煙), 응봉의 봄꽃(鷹峯春花), 사암의 가을 넝쿨(舍巖秋蘿), 웅연의 저녁 비(熊淵暮雨), 어부의 불빛(漁汀夜火), 문암의 귀승(門巖歸僧), 조록의 방목하는 소떼( 麓放牛)의 열두 풍경을 말이지요.
반계정은 자손들의 정성으로 중수를 거듭해 오다가 1995년 5월 2일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16호로 등록되어 있답니다. 반계정 좌측에는 1980년에 반계가 독서하던 별당 반계정사(盤溪精舍)를 자손들이 힘을 모아 복원하였으며, 현재 반계 7세손 이종형(李宗衡) 어르신께서 관리를 하고 계신답니다.
아마 어르신이 던져놓은 투망일 텐데 뭐가 잡혔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7월 한 달 거의 비가 왔었던 터에 비로 인해 불어난 단장천에다가 인근에 있는 밀양댐에서 댐을 열어 방류를 하는 바람에 이곳 반계정 앞은 사람의 왕래가 어려울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고 하시던데 물이 쓸고 지나간 흔적들이 곳곳에 보여 혼자서 문화재를 지키시는 어르신의 고독한 독백이 떠오릅니다.
배롱나무에 대하여
-다른 이름: 간즈름나무, 간지럼나무, 목백일홍, 자미(紫微), 자미화(紫微花)
-꽃말: 부귀, 부귀, 애교, 웅변, 자유로움
주로 관상용으로 심어 기르며 추위에 약한 배롱나무는 간즈름나무, 간지럼나무, 목백일홍, 자미(紫微), 자미화(紫微花)라고 불리며 한방에서 자미화(紫微花)라 하여 약용을 한대요.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활엽소교목인 배롱나무는 옛날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보다 배롱나무를 더 사랑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자줏빛 꽃이 핀다고 해서 자미화라고도 하고 이 꽃이 많이 피는 성읍을 자미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도 하지요.
꽃은 양성화로 7월부터 늦가을까지 피는데 홍자색 또는 흰색 꽃이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꽃말은 '부귀, 자유로움'이라고 전해지지요.
자유와 평등을 노래하는 미국의 시인의 글에 배롱나무의 꽃말이 아름답게 녹아있어서 그런지 배롱나무를 선물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의미가 있다는군요.
무궁화, 자귀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3대 꽃나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 이남에서만 자라며, 충청남도 이남에서만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중부권에서도 배롱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붉은 꽃이 100일 이상 피는 배롱나무를 과거에는 선비들이나 유학자들이 서원, 향교에 심었고 절에서도 심었다고 하며 특히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충신이나 열사, 선비의 무덤에 심었다고도 해요. 그래서인지 고택이 많은 동네의 산소 주변이나 서당, 사찰 등에서 배롱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선비의 거처인 종택이나 서원, 정자에 심은 뜻은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것이고, 사찰에 심는 것은 출가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습성이나 욕망을 다 떨쳐버리라는 의미였다고 하며, 한편으로 옛 어르신들은 나무줄기가 매끄럽기 때문에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갓집 안채에는 배롱나무를 심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답니다.
줄기의 한 부분을 간질이면 작은 가지들이 웃음을 참는 듯 흔들린다는 뜻에서 간지럼나무로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아무래도 해를 많이 봐야 할 7월에 비가 너무 많이 온 탓으로 만개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지면서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우리들의 자세가 필요함을 반계정에서 품고 돌아왔네요.
내년 반계정 배롱나무를 꿈꾸며 글을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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