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강원도 고성 책방 탐방 | 밑줄 긋고 싶은 작은 책방, 북끝서점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은
마지막 페이지로 향하는 여정이다.
문장들 사이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면
소중하게 밑줄을 그어둔다.
책을 다 읽고 맨 끝장을 덮어도
언제든 다시 찾아가 읽을 수 있게.
아마 밑줄 그은 자리에는 여전히
처음 느꼈던 감동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기분으로
고성의 작은 책방을 구경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나만의 밑줄들을 남겨보았다.
그건 언젠가 다시 오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
책방 아닌 척해도, 너무나 ‘책방’다운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진부한 표현 같지만,
고성군 교암리에 자리한 ‘북끝서점’을 찾을 때는
꼭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을 향해 달리다가
아야진해변 입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교암리’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교암리해변 방향으로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가다가
회전 로터리를 만나기 직전에
작고 하얀 단층 건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북끝서점’이다.
간판도 크게 달린 게 아니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누군가는 ‘이런 곳에 서점이 있다고?’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뜻밖의 발견이 이 책방과의 만남을 더욱 값지게 한다.
굳이 눈길을 끌지 않아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반드시 찾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담담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책방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입장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한다는 점.
처음엔 낯설었지만, 신기하게도 슬리퍼를 신자마자
이곳이 한결 친숙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심심하고 특징 없는 건물 외관에 비해
북끝서점 안은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풍경으로 채워져 있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답답해 보이지 않게
가구배치나 조명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었다.
바깥에는 겨울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지만,
나는 따스한 이불 속에서 책을 읽는 기분으로
책방 탐사를 시작했다.
취향의 발견, 반갑거나 새롭거나
앉은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책을 주문할 때도 있지만,
직접 책방을 방문해서 책을 고르는 일이 더 즐겁다.
내가 미처 몰랐던 책들과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다.
책방 주인의 취향과 안목이 집약된 서가를 둘러보다가
나와 겹치는 취향을 발견하면 반갑기까지 한다.
반대로 새로운 관심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방의 정체성은 결국 ‘책’이 말해준다.
북끝서점에는 소설, 에세이, 시집, 그림책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책방 주인이 심혈을 기울여 엄선한 티가 났다.
책 덕후라면, 이건 못 참을 걸
나는 소위 ‘책 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책’뿐만 아니라 책 읽기 좋은 분위기와
독서를 위해서 필요한 소품에도
은근하게 열광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북끝서점은 책 덕후라면 참을 수 없는 몇 가지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선 책 읽기 좋은 공간이다.
북끝서점은 규모는 작지만,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어서
누구라도 잠시 앉아 책 읽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용 테이블과 의자까지 있어서
아이와 함께 찾아와도 부담이 없다.
특히, 겨울 독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필수이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차를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책 읽는 맛이 더욱 좋다.
다만, 책을 구매한 후에 음료와 테이블을 즐기기를 권한다.
혹시나 책이 훼손되거나 음료에 젖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소중한 책이 망가지는 일이 없도록 소중한 에티켓 지키기.
책을 좋아하다 보면,
책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기 위한
필기구와 예쁜 책갈피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북끝서점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와
책갈피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책들을 사느라
예산이 초과되어 그 친구들을
결국 데려올 수 없었다는 슬픈 사연이...
나를 위한 책 선물 한 아름
책방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예쁘게 포장까지 해주는 크리스마스 책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나도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는 책을 사기 위한 구실일지도...)
물론 아직 집에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가고 있었지만, 그런 건 알아도 모른다.
책방 이름이 찍힌 묵직한 종이가방을
건네받을 때의 설렘이란.
책방을 떠나기 전 잠시 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책방 주인님과 스몰토크를 나누었다.
올여름에 문을 연 북끝서점은 원래 창고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한다.
‘북끝’은 북쪽 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책(book)의 끝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어서
책을 끝까지 다 읽듯이 책방을 둘러보고 갔으면 하는
책방 주인의 마음이 담긴 이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책방 주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책방을 나서면서 나는 벌써 다음 방문이 기다려졌다.
북끝서점과의 첫 만남은 알싸한 추위의 겨울이었지만,
봄, 여름, 가을 속 북끝서점을 만나고 싶어졌다.
좋은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같은 내용도 새롭다.
그래, 북끝서점은 정말 한 권의 책을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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