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만난 조용한 가을 '동춘당공원'

가을이 참 예쁘게 물들고 있는 요즘, 낮엔 햇살이 부드럽고, 저녁엔 선선한 바람이 살짝 차갑게 스며드는 이 계절을 잠깐이라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날씨였던 지난 주말, 대덕구 동춘당공원을 다녀왔습니다. 나뭇잎이 하나둘 색을 바꾸는 그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춘당공원은 대덕구 송촌동에 있으며 대전 중심에서도 가깝고, 차 없이도 찾아가기 쉬운 곳입니다.

‘동춘당’이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 수도 있는데, 조선시대 대학자였던 송준길 선생의 별당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공원 안에는 송준길 선생이 머물렀던 별당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걸으면서 역사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원 규모는 꽤 넓습니다. 잔디광장, 연못, 산책로, 고택이 어우러져 있고, 한쪽에는 숲길처럼 이어진 나무길도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자연과 전통이 함께 있는 공간은 흔하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주민들이 많이 찾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붐비는 곳입니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건 ‘가을이다’였습니다. 나뭇잎이 노랗고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며 바뀌고 있었고,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쳐서 금빛처럼 반짝였습니다. 바닥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는데,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마음까지 편하게 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못 주변은 단풍이 특히 예뻤습니다. 잎사귀들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고, 잔잔한 수면 위로 반사된 가을빛이 반짝이는 게 참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사람들,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부모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주민들까지, 모두 같은 속도로 천천히 여유롭게 걷고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공원 안쪽으로 걸어가면 동춘당 건물이 보입니다. 기와지붕 아래 오래된 나무 기둥이 버티고 있고, 주변에는 낙엽이 흩날리며 쌓여 있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조선시대 선비정신과 학문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가을빛이 비칠 때면 기와 위로 단풍이 내려앉아 정말 그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용히 서 있는 동춘당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도,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게 있구나."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고택이 남아 있다는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이날은 날씨가 정말 좋아서 그런지, 공원에 나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벤치마다 누군가 앉아 있고, 잔디밭에는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도 있었으며, 아이들은 낙엽을 모아 던지며 놀고, 어르신들은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이 합쳐져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공원 입구 근처에는 작은 매점이 있는데, 따뜻한 음료를 사서 연못가에 앉아 마시기 딱 좋습니다. 저도 커피 한 잔을 들고 벤치에 앉았는데, 햇살이 등 뒤로 비추면서 잠깐 졸릴 만큼 따뜻했습니다.

옆자리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분이 있었는데, 강아지가 낙엽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런 순간들 덕분에 ‘공원’이 단순히 산책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겐 산책길이고, 또 누군가에겐 추억을 남기는 공간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잠깐이라도 ‘쉼’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동춘당공원에선 그게 참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잎이 흩날리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느린 걸음까지 이 모든 게 어우러져서 ‘이게 진짜 가을이지’라고 느껴질 만큼 가을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조명도, 큰 공연도 없지만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라서 인지 오히려 그런 단순함이 좋았습니다. 올해 가을이 가기 전에, 이 공원을 한 번쯤은 걸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25 대덕구민 기자단 '김은영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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