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시대를 아우르는 울림입니다.

가장 짧은 언어로 가장 깊은 감정을 담는 형식인 시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타고 낭송될 때

우리는 언어의 리듬과 정서에 몸을 맡기며

문학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2025년 6월 14일, 영천 별무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6회 노계 박인로 전국시낭송대회는

낭송이라는 ‘소리의 문학’이 절정을 이룬 자리였습니다.

노계 박인로, 리듬으로 시를 노래한 선비

조선 중기, 격동의 시대에 자연과 성경충효를 노래한 가사문학의 대가 노계 박인로(1561~1642).

「선상탄」, 「누항사」와 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 문학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겼습니다.

가사문학은 우리 고유의 리듬과 정서인 3·4조, 4·4조의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인로 선생의 문학은 ‘읽는 문학’이 아니라 ‘듣는 문학’이었고,

이는 오늘날 시낭송의 예술로 자연스레 이어진 것입니다.

세대를 넘어 흐른 운율의 물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 31명은 고유의 감성과 목소리로 무대를 채웠습니다.

낭송된 시편들은 시대도, 지역도, 연령도 달랐지만,

언어의 리듬이 만들어낸 고요한 공감은 모두의 가슴에 닿았습니다.

특히 눈에 띈 장면은, 1998년생 하태민 씨와 1938년생 손광자 씨의 나란한 수상이었습니다.

60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세대의 공백마저도 시의 운율로 연결되는 마법.

이보다 시낭송의 힘을 더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을까요?

소리로 피워낸 시의 꽃, 시낭송

시는 쓰는 것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시가 누군가의 입술을 거쳐 목소리가 되어 나올 때,

비로소 시는 완전한 생명력을 얻습니다.

가사문학의 율조처럼, 시에는 흐름이 있고, 숨이 있고, 멈춤이 있습니다.

시낭송은 그 흐름을 따라가는 한 편의 음악이며 한 장의 풍경화입니다.

노계의 시가 그러했듯,

오늘의 낭송자들이 읊은 시 역시 음률의 바탕 위에서 감정이 더해져,

듣는 이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그 울림은 단순한 낭송이 아니라,

문학과 사람, 시대와 마음을 잇는 시적 공명이었습니다.

영천, 문학이 숨 쉬는 도시

이번 대회를 주최·주관한 국문인협회 영천지부는,

“시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감동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감사 마음을 전했고,

영천시는 “영천이 문학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며

문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별무리아트센터 – 과거와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

노계박인로 전국시낭송대회의 무대가 된 별무리아트센터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닙니다.

이곳은 과거 영천의 폐공간이었던 창고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되살린 예술 플랫폼입니다.

문화예술회관이자 창작소, 그리고 시민들의 문화 쉼터로 다시 태어난 이곳은

예술을 통해 다시 숨 쉬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그 이름처럼 별처럼 반짝였고, 시의 울림으로 가득 찼습니다.

카페 스타코 – 커피 한 잔에 담긴 문학의 향기

대회가 끝나고 카페 스타코(STACO)에 들렀습니다.

역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탄생한 문화 복합 공간인 스타코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전시,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낭송자들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박인로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려보는 이 순간.

이곳은 도시 속 문학관이자 일상의 서재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시, 문학으로 숨 쉬다

문학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낡은 건물 한 채를 살려내는 마음, 커피 한 잔에 담긴 여유,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로 낭송되는 시 한 줄.

그 모든 것이 도시재생이자 문학의 부활이었습니다.

낭송이 끝나고 무대는 조용해졌지만,

그날의 시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을 흐르고 있습니다.

문학이 흐르는 도시, 영천에서 들려온 낭송의 물결.

그 울림은 올해의 기억으로 남고,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노계 박인로 전국시낭송대회


※ 본 글은 새영천 알림이단 정동찬님의 기사로 영천시 공식 입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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