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봄 채비하는 부여 궁남지
봄이 성큼성큼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절기상 봄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우수가 지나자 계속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왔다. 다른 지역에서는 눈이 내린다고도 했다. 흐린 날씨에 이어 정월대보름인 어제도 오전부터 날씨가 흐렸다. 저녁이 지나자 기어이 비를 뿌린다. 우수를 맞이하기 사흘 전에 찾아간 부여 궁남지의 맑은 하늘이 얼마나 푸르고 멋진 시간이었는지 새삼 느낀다.
화려하고 풍성한 연꽃이 있던 자리 가까이에 서 본다. 연못의 물은 그대로인데 물기가 사라진 가지가 그 자리에 몸을 낮추고 꺾이었다. ‘주돈이’의 ‘애련설’에서 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더렵혀지지 아니하고, 맑은 잔 물결에 씻겨도 교태롭지 아니하며(중략)...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울 맑으며 곧고 깨끗하게 자라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을 뿐 가벼이 희롱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다시 만나게 될 여름을 그저 기다릴 뿐이다.
궁남지의 갈대는 또 다른 숲이 되었다. 움직이는 풍경화의 포인트는 따로 있다. 물오리다. 느긋하게 헤엄치다가 물 밖에서 제 몸을 털고는 무심히 어느 곳을 응시하는 물오리. 오리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한가로움을 더한다. 능수버들의 머리카락처럼 늘어진 잔가지마다에는 살짝 물이 올랐다. 겉으로 내보이지 않아도 나 마다의 숨찬 움직임들이 조용히 전해지는 듯하다.
포룡정이 위치한 하늘의 구름은 마치 흰 물감으로 그려 놓은 것 같다. 포룡정 다리 아래는 사람들이 지나는 소리를 듣고 잉어 같은 물고기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포룡정과 흰구름, 그네와 나무들의 반영은 또 다른 세상의 신비한 모습으로 비친다.
궁남지는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한 폭의 대형 캔바스다. 그 중에 한 부분 만을 떼어 놓고 바라봐도 썩 괜찮은 구도가 잡힌다. 포룡정을 중심으로 사방을 볼 때 혹은 사방에서 포룡정을 보는 각도에 따라 내가 보는 시선에 따라 각각의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포룡정 주변을 천천히 걷다가 마침 풍경과 인물이 어울리는 한 장면이 눈에 포착됐다. 다리를 마주 보는 위치에 앉아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꽤 그럴싸했다. 자매인 듯 친구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한동안 앉아있었는데, 바람도 없이 맑은 하늘의 따스한 온기가 잔잔하게 내려앉는 분위기였다.
돌아가는 길에 궁남지의 상징 서동과 선화공주의 ‘천 년의 사랑’을 지나칠 수 없다. 삼국유사의 궁남지에 얽힌 설화에서는 백제시대의 시녀였던 여인이 홀로 살다가 용신을 통해 아들을 얻었는데 그 아들이 훗날 무왕이 되는 서동이었다는 것. 서동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잠시 그 천 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흐린 날이 계속 이어진다. 비 소식이 오늘도 이어진다. 봄 채비에 물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궁남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일원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황토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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