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생환 일산어촌계장

계절별로 들판의 곡식이 고개를 숙이고 과일은 각각의 색으로 무르익어가는 계절인 가을에 특별히 맛있는 어종이 있습니다. 가을의 대지가 익어가는 곡식으로 풍성하다면, 가을의 바다는 맛깔스럽게 기름이 오르는 생선들 덕분에 식탁이 풍성해지는 시기입니다. 이번엔 가을에 특별히 맛있는 등푸른 생선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방어>

울산 동구의 방어(魴魚)진

방어를 들고 있는 이생환 일산어촌계장 사진 촬영 : 이재일

이라는 지명은 일제 강점기 방어를 많이 잡아서 일본에 수출하는 곳에서 유래 되었습니다. 즉, 일제 강점기 해산물 수탈기지로 시작된 지명이 동구의 대표지명으로 된 것입니다. 이처럼 예부터 동구는 방어 산지로 유명한 지역이었습니다.

방어와 비슷한 생선으로는 ‘부시리’가 있습니다. 부시리와 방어를 구분하기를 쉽지 않습니다. 입꼬리의 모양, 지느러미의 생김새 등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인들은 구분이 어렵습니다.

여름철 방어와 식감, 모양 등이 비슷한 생선이 횟감으로 나온다면 거의 부시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름철 부시리가 등푸른 생선을 대표한다면 가을에는 30cm가량의 잿방어 새끼들이 잡히면서 방어의 시즌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을이 되면 알방어(방어새끼)가 무리를 지어 울산앞바다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반 고기반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 많습니다. 그리고 겨울에 접어들면서는 본격적인 방어의 시즌을 맞는 것입니다.

머리에 푸른 띠를 두른 어린잿방어는 여름부터

횟집 수족관 안에 있는 어린잿방어 사진 촬영 : 이재일

나오지만 지방이 적어 대방어와는 식감과 맛이 다릅니다. 약간 쫄깃하면서도 단백한 맛이 있어 식감이 좋습니다. 단, 잡히는 곳이 한정적이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만 찾습니다. 어린잿방어에 맛을 들인다면 늦여름 이 생선만 찾을 수 있어요. 제가 집에서 초밥용으로 즐기는 생선입니다.

알방어는 어린잿방어의 시즌이 끝날 즈음 나오기 시작합니다. 워낙 많고 힘이 좋기에 낚시꾼들에게 손맛의 즐거움을 주는 생선입니다. 대방어가 기름진 생선이라면, 알방어는 기름이 조금 빠진, 아니 기름기가 이제 막 오르고 있는 생선이라 보시면 됩니다. 알방어는 계절이 무르익을수록 식감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알방어는 쫄깃하지만 대방어의 맛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도 가을에는 아직 나오지 않는 겨울방어를 기다리는 느낌으로 맛을 음미한다면 그래도 좋은 안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푸짐한 대방어회 사진 촬영 : 김명지

대방어는 추운 겨울에 접어들면서 회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찾는 생선입니다.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맛을 잘 알고 있기에 긴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기름지고 고소하다고나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대방어를 먹으러 무작정 횟집에 갔다가는 허탕치기 일수입니다.

왜냐하면 날씨가 좋아야 잡을 수 있고, 제 맛이 나려면 7kg이상 나가야 하기 때문에 수족관에 살려두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수족관이 커도 2마리 이상 놓아두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회를 먹고 싶어도 10명 정도가 모여야만 먹을 수 있어 주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횟집 사장님을 잘 알고 있다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쪼개어서 판매하라고 부탁해보세요. 그럼 대방어회를 쉽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 2023년 대왕암소식지 가을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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