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가볼 만한 곳 추천

2024 공주문화유산 야행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는 언제 도입됐을까요? 1887년 3월 6일 밤 경복궁을 환히 밝힌 작은 불빛 하나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최초의 전기라고 하네요. 당시 미국의 '에디슨전기회사'에서 전기 발전을 시켰다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어찌나 시끄럽던지 '건달불'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변했지요. 지난 9월 6일(금)~ 9월 8일(일)까지 공주 왕도심 일원의 근대문화유산을 배경으로 '2024 공주문화유산 야행-100년 전 공주로의 시간 여행'이 개최됐습니다. 야경(夜景: 밤에 만나는 문화유산), 야로(夜路: 밤에 걷는 거리), 야사(夜史: 밤에 듣는 이야기), 야화(夜畵: 밤에 보는 그림), 야설(夜說: 밤에 보는 공연), 야식(夜食: 밤의 맛난 음식), 야숙(夜宿: 밤에 묵는 문화유산), 야시(夜市: 밤에 펼쳐진 시장)라는 8가지 야간 테마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특별한 밤마실 축제였어요.

미션 완료 후 6개 이상의 스탬프를 수령하면 기념품이 증정된다.

2024 공주문화유산 야행 기념품 1

2024 공주문화유산 야행 기념품 2

종합안내소에서 받은 행사 홍보물을 살피니, 올해 공주문화유산 야행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자료인 '1926년 공주시가도'를 기반으로 1920년대 공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100년 전 공주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공주의 근대 문화유산이 지닌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와 함께 근대 관문 도시로서 공주의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니 참고해 주세요.

9월 6일(금), 행사 첫날

우천 속에 열린 2024 공주문화유산 야행

행사 첫날인 9월 6일(금)은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6시가 되기 2시간 전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이미 집에서 나와 있었고, 다행히 우산을 준비했기에 물러설 필요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번 야행의 대상지인 옛공주읍사무소, 공주제일교회, 포정사 문루 일대를 잠깐이라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옛공주읍사무소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가장 먼저 들른 옛 공주읍사무소(제민천 역사문화광장)였습니다. 춤, 음악, 다과와 함께하는 근대 공주 공연인 '낭만연회'가 준비되고 있었어요. 사전 신청을 받는 대표 프로그램이기 때문인지 비가 내리는데도 미리 와서 명단을 확인하는 신청자가 보였습니다. 사전 신청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는 모습을 보니, 왜 진즉에 사전 신청을 해두지 않았는지.... 후회막급이었습니다!

포정루 문루는 옛 충청도관찰사가 공무를 집행하던 충청감영의 정문으로 사용했던 건물로,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동한 곳은 충청감영이 있었던 감영길이었습니다. 3D 조형물, 트릭아트 등이 설치된 행사장을 보니, 비만 오지 않는다면 기념사진을 반드시 찍어놔야 미련이 없을 것 같았어요.

대통사지 인근에 공주제일교회가 자리한다. 공주제일교회는 1931년 건립된 공주지역 최초의 감리교회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부스 준비를 하는 팀도 많지 않아 감영길을 지나 공주하숙마을 앞을 경유해 추정 백제사찰 터인 대통사지(大通寺址)로 향했습니다. 대통사지는 감영길 행사장과 비교해 부스의 수가 많고, 음향시설을 완비한 공연 무대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고마무지개센터에서 '친환경 물산장려운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분취와 부산꼬리풀

행사 준비를 하는 부스를 돌아보다 '친환경 물산장려운동'이라고 적힌 곳을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행사에 맞춰 공주문화관광재단은 세종수목원에서 분취와 부산꼬리풀 1000본을 기증받았다고 하는데, 고마무지개센터에서 방문객들에게 두 종류의 반려식물을 나눠 주고 있었습니다.

분취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고, 부산꼬리풀은 부산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라고 합니다. 올해부터 '문화재'의 새이름으로 '국가유산'을 쓰는 건 알고 계시죠? 분취와 부산꼬리풀는 문화재로 분류하기 어려워서 작년의 경우라면 '나눔하는 식물' 정도로 치부하고 말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국가유산'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서인지 우리 땅에서 자라 우리의 환경을 지키는 식물들도 소중한 국가유산이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게 되었습니다.

9월 7일(토), 행사 둘째날

즐거운 밤이 깊어가는 2024 공주문화유산 야행

바이올린과 플루트 연주

9월 6일, 야행하던 중간에 갖고 있던 휴대용 우산이 부러져서 의도치 않게 개막식이며 다른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하고 귀가했습니다. 그래서 둘째 날도 행사장을 찾게 되었어요. 먼저 분취와 부산꼬리풀 나눔 행사가 인상 깊었던 '대통사지'로 걸음을 옮겨 봤어요. 전날 향토 마당 창극 '효자 이복' 공연이 있었던 공연무대에서는 품격 있는 기악 3중주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윷놀이와 윷두기

대통사지를 찾은 방문객들은 고운 선율을 들으며 어제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에서 윷놀이와 윷두기 등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윷놀이는 아는데, 윷두기는 처음 들으신다고요?

윷두기는 윷을 던지지 않고 바둑이나 장기를 두듯 즐기는 놀이입니다. 두 사람이 노는 놀이로 충남에는 3가지의 윷두기가 있다고 합니다. 승부를 끝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어려운데 재밌어요." 하니, 옆에서 훈수를 두던 윷놀이 강사님 한 분이 "윷두기는 단판에 승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초집중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여러분도 윷두기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구색동 체험 부스

유구색동체험 프로그램

그다음으로 저의 관심을 끈 곳은 행사 첫날 전구를 일부러 켜주시며 "이왕 사진 찍을 거면 잘 나와야지요!"라며 친절을 베풀어주신 '유구색동체험' 부스였습니다. 전날 진열된 상품은 큰 임팩트가 없더니, 둘째 날 여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선택해 완성한 머리핀은 달랐습니다. 색동을 두른 소품이 들어가니 곱고 화사한 게 눈에 잘 띄더라고요. 유구의 직물, '색동'이 다각도로 연구· 개발되어 성과를 보이는 현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인생네컷 체험 프로그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품에 안고 대통사지 다음으로 찾은 곳은 감영길이었습니다. 어제는 비만 맞고 있던 3D 조형물 앞에는 행복한 한때를 사진으로 남기려는 방문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3D 조형물에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폭발했지만, 이곳에서 방문자들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단연 '인생네컷'이었어요. 한정된 시간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지켜보니 늘어선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어요.

인생네컷 액자 만들기 부스

인생네컷 액자 만들기는 유료(2,000원) 프로그램이다.

인생네컷을 즉석에서 인화한 뒤에는 바로 옆 부스에서 '인생네컷 액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체험자가 나무틀을 예쁘게 색칠하면, 강사님께서 틀에 풀을 바르고 사진을 붙여줍니다. 액자 뒷면에 자석을 붙이면 마침내 액자가 완성되는데, 인내심이 꽤 필요한데도 체험자와 부모님들의 만족도가 상당했답니다.

자개공예 (공주중동성당) 부스

공주의 국가유산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자개 파츠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조합한 후 손거울을 완성하는 체험이었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빛이 달라지고, 자개 파츠의 조합에 따라 미묘하게 완성도가 달라져서 참가자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대 머리핀 체험 부스

그런가 하면 유독 나이 불문하고 여성 체험자들이 몰리는 부스가 있었어요. 강사님 두 분 머리에 꽂힌 우아하고 세련된 머리핀을 만드는 체험이니 여성 체험자들이 몰리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성인 여성들도 원단이 뻣뻣해서 바느질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쉽게 포기하지는 않으시더라고요. 힘들게 만들어 완성하는 성취감 때문에 더욱 재미를 느끼는 건 아닐까요?

대통길작은미술관( 100년 전 공주의 기억展)

오래 머물렀던 감영길을 떠나 '100년 전 공주의 기억展'이 열리고 있는 대통길작은미술관 앞을 지나게 됐습니다. 9월 6일(금)에 관람을 마친 데다 우산을 망가뜨린 곳이라 들르지 않고 지나치려는데, 고보라이트에 비취는 공주의 근대문화유산이 너무 근사해서 길가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말았습니다.

제민천역사문화광장 (옛공주읍사무소)

한참 만에 이동한 곳은 옛공주읍사무소였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주무대가 있는 곳인데, 제가 도착했을 때는 '변사와 함께하는 무성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이었어요.

변사는 소리 나지 않는 스크린을 보며 일인다역을 소화해 내고 있었습니다. 변사와 무성영화는 생소하여 흥미로웠지만, 2024공주문화유산 야행이 1920년대의 공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영화 줄거리는 분통 터지는 사건들의 연속이었어요.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지요.

노래하는 아재들 무대

147 야시장

제민천에서 노는 아이들

마지막 코스로 들른 곳은 야시장(동행축제)이 열리는 제민천변이었습니다. 이전에 들렀던 곳들과는 분위기가 판이했어요. 반죽교에서 봉산교까지 청중을 줄 세우며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환호성을 끌어낸 이들은 '노래하는 아재들'이라는 팀이었어요.

세 명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밤(夜)이라서 더 맛있다는 듯 야식을 즐기는 파, 솜씨 좋은 언니야들이 만든 공예품 구경이 최고라는 파, 누가 뭐래도 제민천 물놀이가 최고라는 파 등등 제각각 깊어가는 밤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28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공주중동성당은 1897년에 설립된 공주 최초의 천주교 성당으로,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충남역사박물관은 옛 국립공주박물관의 건물로 2006년 9월 28일 개관한 (재)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에 속한 박물관이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2024 공주문화유산야행이 열리는 동안 야간 개장을 하는 충남역사박물관과 모자이크 그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공주중동성당이었습니다. 두 곳은 밤에는 건축물에 빛을 조명해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명소입니다. 두 곳을 번갈아 바라보며 "아름다운 밤이로다!" 찬미하며, 만족스러운 공주 왕도심 일주를 갈무리했습니다.

아듀! 2024 공주문화유산야행~

100여 년 전 도입한 '건달불'과 공주의 특색 있는 역사문화자원 덕택에 이틀 동안 늦은 밤까지 야간문화를 향유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다양한 가치가 모이면 '국가유산'이 된다고 합니다. 미래 세대에게 지금 우리가 누리는 국가유산을 오롯이 전하겠다는 목표 의식으로 대한민국과 한국인만이 가진 가치들을 소중히 여겨나가야겠습니다.

공주읍사무소(구)

위치 :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중동성당

위치 : 충남 공주시 성당길 6

충청남도역사박물관

위치 : 충남 공주시 국고개길 24

중학동구선교사가옥

위치 : 충남 공주시 쪽지골길 18-13

기독교박물관

위치 : 충남 공주시 제민1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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