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따라 걷는 당진, 안국사지와 영랑사로 떠나는 하루

여러분, 국가유산여행 좋아하시나요? 예전에는 문화재나 문화유산이라는 말로 불렸던 이 개념이, 이제는 ‘국가유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2024년부터 문화재청은 ‘문화재’ 중심의 보존 위주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가 지켜야 할 역사적·문화적 가치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유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어요. 이는 유형문화재뿐 아니라 무형문화재, 자연유산, 민속자료, 전통지식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문화재를 보러 간다’보다는 ‘국가유산을 여행한다’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시대가 된 거죠. 최근 TV 다큐멘터리에서 국가유산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우리 지역엔 어떤 국가유산이 있는지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중 충남 당진에 위치한 영랑사와 안국사지는 역사적 가치가 크고, 문화재로 지정된 사찰 관련 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었어요.

5월은 날씨도 좋고, 비교적 관람객이 적은 문화유산을 둘러보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당진의 국가유산 탐방 코스를 소개합니다.

영랑사, 백제 말기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

영랑사는 고대면 평지에 위치한 사찰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등재된 당진 사찰 중 유일한 현존 사찰이라고 합니다. 접근이 편리하고 주변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사찰 뒤편에 위치한 삼선산 수목원과 연계해서 둘러보면 자연과 유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어요. 시간이 여유롭다면 삼선산 수목원도 함께 둘러보면 좋은데요. 사찰 관람 후 이어지는 코스로 추천드려요.

창건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당나라 태종의 딸인 영랑공주가 절터를 찾으러 동방으로 와서 세운 사찰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며, 공주의 이름을 따 ‘영랑사’라 불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오랜 세월을 지나온 유물이 정체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건물 중 대웅전은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내부에는 18세기에 주조된 동종이 보존돼 있어 문화재적 가치도 높습니다.

최근에는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로도 알려져 있으며, 휴식·명상·차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어 일반인 체험도 가능합니다.

안국사지, 고려 불교의 흔적이 남은 절터

안국사지는 고려시대 대표 사찰의 터로, 지금은 주요 전각 없이 탑과 석불이 남아 있는 유적지입니다.

안국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중기, 즉 12세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높이는 약 3m, 기단은 단층으로 단순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탑신 1층의 세 면에 여래좌상이 부조되어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한 면에는 문짝 형상을 새긴 부조도 남아 있어 주술적 또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요. 탑의 옥개석(지붕돌)은 다섯 개가 남아 있으며, 귀퉁이가 약간 들린 전형적인 고려 석탑 양식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는 정밀한 비례나 조각미보다는 형식화된 조각과 간결한 구성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고려 중기 이후 지방에서 유행한 불탑 양식의 특징으로 해석되고 있어요.

이 석탑은 1963년 처음 보물로 지정되었고, 2021년 문화재청에 의해 그 가치를 재확인 받아 보물로 재지정되었습니다.

석탑 뒤에는 세 구의 불상으로 구성된 석조여래삼존입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본존불은 약 5m의 대형 입상이며, 가장 인상적인 점은 머리에 네모난 보개(갓 모양 모자)를 쓰고 있는 독특한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갓 쓴 미륵’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려요.

좌우 협시보살상은 각각 보관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정제된 균형감과 고려 후기 불상의 전형적인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이 삼존불은 절터 중심부에 배치되어 있어, 과거 사찰 중심 전각 내에 봉안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불교 조각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절터만 남았지만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정원처럼 단정한 인상을 줍니다. 특히 문화재 주변으로는 계절별로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합니다.

이곳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정돈된 초록 잔디와 자연스러운 배치의 꽃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피어난 주황빛 철쭉이었어요.

흔히 보는 진한 분홍이나 보랏빛 철쭉과 달리, 이곳의 철쭉은 유난히 부드러운 주황빛을 띠고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곳에서 처음 보는 색감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아마도 작약으로 보이는 큰 꽃 한 송이었는데요. 꽃잎이 무성하게 피어나 있어 ‘이파리가 넘쳐흘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풍성했어요.

석조 유산의 단단함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자연의 조화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서 하나의 열린 정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영랑사와 안국사지는 각각 지방문화재와 국가 보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장소입니다. 단순히 ‘절’이 아니라, 건축과 예술, 그리고 지역 역사까지 함께 담고 있는 공간으로, 문화유산 관람지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당일 일정으로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으니, 조용한 국내 문화유산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특히 당진 여행 계획 중이라면 이 코스를 한 번쯤 넣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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